지하련의 우주/Jazz Life

KBS 교향악단 제 589회 정기연주회

지하련 2006. 6. 25. 11:05
아주 가끔 연주회를 보러 간다. 공짜 티켓이 생기거나 누군가의 선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싼 연주회보다 그 돈으로 좋은 음반 몇 장 사는 것이 가난한 애호가에게는 더 큰 행복이거니.

하지만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KBS 교향악단 제 589회 정기연주회.

다케미츠의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레퀴엠’, 아론 커니스의 ‘새로운 시대의 춤’, 그리고 모차르트의 ‘레퀴엠 쾨헬 626’. 다케미츠는 현대 일본의 작곡가로 많은 영화음악과 현대음악을 작곡한 이다. 그냥 무난했다. 영화 음악 작곡가들이 다들 그렇듯이 편안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아론 커니스의 음악은 매우 연극적이었다. 그리고 이는 현대 대중 문화에서 많은 것들을 차용한 것이다. 클래식 음악이 가지고 있던 영역을 넓힌다는 점에서 좋지만, 연주회가 아닌 다른 곳, 가령 늦은 밤 거실에 앉아 듣는 음악으로는 적절치 못하다. 차라리 존 케이지의 ‘사계’가 낫다.

그리고 드디어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연주하였다. 너무 느린 초반. 그리고 다소 맥이 떨어지는 중반. 그나마 종반은 좀 나았으나, 전체적으로 기복이 심했으며 중간 중간 실수하는 부분도 있었다. 한 마디로 연습을 어떻게 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보다 연습을 덜 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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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클래식 음악 연주회를 다녀야겠다. 일상생활 속에서 음악에만 집중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레퀴엠 음반이 다섯 장 넘게 가지고 있지만, 한 시간 가까이 자리에 앉아 집중해서 듣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다른 음반들도 마찬가지다. 좌석에 앉아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있다는 건 꽤 행복한 경험이었다. 특히 클래식 음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