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상상

지하련 2006. 7. 6. 11:13
점심 식사를 끝내고 의자를 침대 삼아 몸을 길게 늘어뜨리고, 귀엔 작은 이어폰, 노트북으로 프리드리히 굴다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연주를 듣는다. 사무실 창들은 다 열려있고 사람들은 다들 더위와, 장마와, 피로와 스트레스에 지친 표정들을 하고선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다본다. 이런 날, 하루 종일 모차르트만 들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모차르트를 같이 들을 여인이 있고 여인 옆으로 열린 창 밖으로 정원이 보이고 밤새 떨어진 나뭇잎이며 구름들의 흔적이며 여름날의 추억들이 쌓여있다면. 기인 하품으로 오후의 고요 속으로 빠져들면 얼마나 좋을까.

여름은 깊어져만 가고 그 날 그 정원 연못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움으로 물들어 가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