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수요일 오전

지하련 2002. 8. 7. 23:00

비가 내리는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선물한다고 했던가. 그러고 보면 사람들의 청승맞음에도 여러 가지 단계가 있나 보다. 빨간 장미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로, 수분을 공급하게 만들고 자신의 몸을 적시는 그 물을 하늘의 눈물이라 여기고, ... 그러면서 가끔은 손에 든 빨간 장미가 짤려진 상태라는 걸 잊듯이 자신의 영혼도 불구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장미야 짤려진 몸뚱아리 흙과 공기과 물기가 있는 어느 곳에 심으면 자기 힘으로 살아 다음 계절에 꽃을 피우지만, 영혼의 불구는 그렇게 되지 못하나 보다.

오전 내내 고객사에 가서 프로젝트 현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회사로 돌아오는 좌석 버스 안에서 땀을 흘리며 잠시 졸았다. 어느 여름 폭우 쏟아지는 수요일, 내 영혼의 장미꽃 한 다발을 위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