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마을 이장과 주민 C씨가 싸웠다. 주민C씨는 마을 이장과 몇 차례 이야기를 주고 받더니, 그냥 마을을 나가버렸다. 그 때도 바로 문제가 생기기도 했지만,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몰랐고 관심도 없었으며, 말 많은 사람들이 주민 C씨를 대놓고 비난하였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 대다수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을 이장과 싸웠다고 집을 버리고 마을을 나가나.."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실은 마을 주민들은 주민 C씨가 마을을 나갈 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걸 알지 못했고 마을의 분위기를 만드는 수다스러운 사람들로 인해 그냥 그렬리니 하고 넘겨 버렸다.
그런데 가을이 오고 여기저기 농작물이나 과일을 수확할 철이 되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민 C씨는 마을의 여러 농기계라든가 이런 저런 문제가 있을 때, 해결사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멈춰서기 시작한 농기계 등이 늘어나자 주민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주민 C씨의 부재로 한 해 농사가 날라가게 된 것이다.
마을 이장과 주민 C씨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했다. 다만 마을 이장과 주민 C씨가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열받은 주민 C씨는 마을을 나가버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 이장은 주민 C씨의 말이나 의견 따윈 쌩~까고 자신의 의견을 밀어부쳤다고 했다. 실은 전임 마을 이장도 한 번 이야기했다가 안 된 건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마을 주민들도 주민 C씨 욕하는 사람들이 초반에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일이 심각해졌다. 마을 이장과 주민 C씨 사이의 문제가 커져, 이제 마을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 이에 몇몇 마을 사람들이 마을 밖으로 나가 주민 C씨를 만나 들어오라고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실은 주민 C씨도 마을 밖에서 앵벌이를 하고 있는 터여서 그냥 고집센 마을 이장 의견을 듣는 척하고 들어오면 안 되겠냐고 했는데, 주민 C씨는 아직도 분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실은 마을 이장은 아직도 주민 C씨 욕을 하고 다니니..., 주민 C씨가 다시 돌아올 리는 만무했다. 심지어 강 건너 부유하기로 소문난 여러 마을들에서 주민 C씨를 향해, 돈도 주고 집도 주고 차도 줄테니 여기 와서 살라고 은연 중에 꼬시고 있기도 했다. 주민 C씨 입장에서야 그냥 다른 마을로 가도 상관 없는 일이 되고 있었다.
마을에 큰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주민들이 아우성을 해도, 마을 이장은 주민들의 아우성 마저도 쌩 ~ 까다가 하도 주변에서 이야기하니, 뒤늦게, 마저 못해 마을 이장은 마을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일부 주민들은 그런 마을 이장을 보면서 칭찬하기 바빴다. 그리곤 해결책이랍시고 마을 외곽에서 산적떼를 막고 있던 주민 X씨와 Y씨를 불러들여 고쳐보라고 했다. X씨와 Y씨 소식을 들은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X씨는 그냥 돌려보내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만한 Y씨는 마을의 여러 일들을 맡기기 시작했다.
주민 C씨도 마을에 문제가 생기고 있음을 전해 듣고 고개를 숙이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마음에 스크래치가 난 C씨는, 물러설 기미가 없다. 급기야 주민 A씨와 B씨가 마을 이장에게 가서 그냥 이번에 좀 양보하라고 이야기했지만, 마을 이장 또한 요지부동이었다. 주민 B씨가 급기야 '아니, 이장님! 이장님 주장만 고집할 게 아니라, 마을의 문제부터 먼저 해결하고 난 다음 다시 이야기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주민 C씨와 싸워 이기면 기분이 좋습니까? 도대체 이장이 마을 주민과 싸워 무슨 이득을 얻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마을 이장은 동문 서답이었다. 계속 딴 이야기만 반복하면서 주민 C씨만 비난했다. 그리고 마을 이장 옆에서 비위를 맞추던 수다스런 주민들이 나서 주민A씨와 B씨까지 욕하며, 이번 기회에 주민C씨에게 본때를 보여야 된다고 거들었다.
그런데 이를 어째야 할까. 마을의 한 해 농사 망치는 건 둘째치고라도 내년 농사는? 아이들 학비는? 내년 생계는? 대다수 마을 주민들에겐 생사가 달린 문제였지만, 이런저런 말 많고 시끄웠던 수완으로 재산을 모은 부인 덕에 생계 걱정은 없는 마을 이장이나, 마을 이장 옆에서 비위를 맞추며 돈을 불린 주민들은 아무 걱정이 없으니, 대다수 마을 주민들의 생사 따윈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아마 나중에서야 마을 주민들은 알게 될 것이다. 누구 잘못인지 말이다. 그리고 뒤늦게 후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