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와 리더십
워렌 베니스, 버트 나누스(지음), 김원석(옮김), 황금부엉이
1985년에 나온 책을 2024년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읽으면서, 그토록 많은 리더십 책을 읽었는데, 아직도 제대로 된 리더가 아니라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고 리더십에 대한 통찰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구나 생각했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누군가 나에게 '너무 사람을 믿지 말라'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일을 맡기기 전에 먼저 신뢰가 우선이다. 나는 신뢰하고 신뢰를 구하기 위해 일을 주고 권한을 준다"라고 말했다. 원칙은 맞을 지 모르지만, 그 이유로 나는 몇 년 고생했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을 신뢰했고 일을 할 역량이 없는 사람에게 일과 권한을 주었다. 내가 가진 대원칙이 너무 강해, 나머지 관리 스킬이 무용지물이 된 경우다. 이렇게 되자, 내가 일과 권한을 줄 수 있는 사람의 수나 폭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채용도 조심스럽고 까다롭게 변했다. 하지만,
나의 비즈니스는 "불필요한 인간이란 없다"는 교훈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람을 그런 식으로 다루는 것은 일종의 죄악이다. 어느 누구도 중요하지 않은 인간은 없다. - 데비 필즈 (263쪽)
미세스 필즈(Mrs. Fields)의 창업자인 데비 필스는 우리에게 기업 경영 원칙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불필요한 인간은 없다. 하지만 그 사람의 필요성을 깨우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역량은 전혀 다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너무 원칙론에 매달린 건 아닌가 싶었다. 조직 운영의 철학이나 가치, 일관된 태도와 메시지 등은 우수할 지 몰라도, 나머지는 글쎄다.
아직도 이나모리 가즈오(1932- 2022)의 책들을 읽었을 때의 충격을 기억한다. 그는 기업인이 갖추어야 하는 태도, 사상, 철학을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강조한다. 서구의 경영학 책을 읽으면서 어딘가 빠져 있는 부분을 이나모리 가즈오가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자기 스스로가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성공하는 리더의 핵심 요소는 자신을 창의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80쪽)
긍정적 자존심으로 자기 관리를 해라. (...) 학습은 리더의 에너지원이다. (...) 성공한 90명의 리더들에게 조직 운영에 필요한 개인적인 품성을 물었을 때, (...) 인내와 자기 인식, 위험과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려는 의지, 참여, 일관성과 도전을 말했으며, 그 중에서 학습을 우선으로 꼽았다. (217쪽)
사람들에게 감화를 주려면 자신이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 사렛드 (270쪽)
그런데 이는 서구의 리더십 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리더가 먼저 솔선수범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하는 것은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고 더욱 발전시키는 능력이다. 리더들의 자기 개발은 본인의 책임으로 여겨지며, 그런 면에서 리더란 '스스로 발전하는 존재'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83쪽)
일반적으로 성공하는 CEO는 자기가 가진 약점을 감추거나 보완하기 위해 참모진을 구성하지, 직접 그 일을 맡아 하지 않는다. 이 점은 긍정적 자존심의 세 번째 측면, 즉 리더가 인식하는 역량과 직무 요구사항 간의 적합성을 파악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84쪽)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으며,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명확하게 아는 것. 그런데 이를 반강제적으로 깨우치기 위해 나는 얼마나 무수한 실패와 고통을 반복해 왔던가. 지금도 상당히 힘든 시절에 있으니, 왜 우리는 리더가 되어야만 하는 걸까.
경영교육이 아니라 리더십 교육이다. (253쪽)
그렇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리더십 교육이다. 이는 군대에서 이야기하는 바 리더십 교육이 아니다. 이를 포함해 다양한 조건과 상황에서도 비전을 제시하고 구성원에게 영감을 주며 이끌고 나갈 수 있는 어떤 것이다. 리더는 자기 강점에 대해 알고 있으며, 그것을 성장시키고 개발하며, 조직의 요구와 자신이 가진 강점과 약점 사이의 적합성을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는 목적을 현실로 만들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임파워먼트하는 사람들이다. (102쪽)
비전을 통해서 관심을 확보하며, 현재를 벗어나 미래로 도약하게 만든다.
리더는 비전에 관심을 집중함으로써 조직의 가치, 충성심 및 야망과 같은 조직의 정서적, 영적 자원을 운영할 수 있다. 반대로 관리자는 자본, 인간관계, 원자재, 기술과 같은 조직의 물질적 자원을 운용한다. (119쪽)
"성공적인 기업은 아래부터 위까지 모두가 합의한 총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경영전략이라도 이러한 합의가 없으면 실패하게 됩니다." - 존 영(휴렛패커드 전임 회장) 118쪽
기업 홈페이지에 가면, 혹은 연례보고서나 ESG 보고서마다 CEO의 권두 메시지가 왜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 기업이, 조직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방향과전략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고 향하고 있는지를 강한 어조로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리더는 궁극에 가서는 '임파워먼트'라는 권력의 상호교환을 통하여 자기 노고에 대한 인간적인 수확을 거둬들인다. (102)
책에서는 '비전적 리더십Visionary Leadership'을 위해 비전 피정이라는 방법을 제시한다.
*비전 피정(vision retreat)
1. 비전 점검 : 현재의 미션, 전략, 가치관들을 포함하는 조직의 특성을 점검한다.
2. 비전 범위: 새로운 비전이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특성들을 결정한다.
3. 비전 탐색: 새로운 비전을 구성하는데 영향을 주는 트렌드와 새로운 상황들을 탐색한다.
4. 비전 선택: 여러 대안적인 비전들을 정의하고 평가하여 가장 바람직한 비전을 최종적으로 선택한다.
나는 이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쩌면 여기에서부터 기업의 승패는 결론나 있는 건 아닐까.
리더는 그 시기에 가능성이 있는 것들 중 하나의 이미지를 선택해서 그것을 명확하게 하며, 형태와 정당성을 부여하고, 비전에 관심을 집중한 사람이었다. (123쪽)
사람을 뽑기도 어렵지만, 뽑은 사람을 제대로 관리하여 성과를 내게 하기도 어렵다. 나는 최악의 사람도 뽑은 바 있고 최고의 성과자를 뽑기도 했다. 그냥 얻어걸린 것이라고 보긴 어렵고, 내가 앞서 말했던 바 어떤 원칙을 기반으로 채용 결정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 원칙에 공감하여 입사하는 경우와, 그 원칙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입사하는 경우, 이 둘 차이를 나는 알지 못했다.
성공적인 리더들은 모두 뛰어난 질문자였으며, 다른 사람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들이었다. (123쪽)
다른 사람의 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그 말을 모두 믿고 따르면 안 된다. 또한 믿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의 진위 여부를 따지고 진실한지 검증해야 한다. 나는 여기에 소홀했다. 공감은 감정적인 것을 기반으로 시작하지만, 공감의 가치는 이성적인 측면까지 아우를 때 비로소 가치를 발한다. 또한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비즈니스 환경을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이 변화에 따라가기 위해선 우리도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목적지에 이르기 위한 첫 단계는 지금의 위치에 머물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 피에몬트 모간 (173쪽)
그러나 속도가 빠르든 늦든, 규모가 크든 작든 조직은 끊임없이 자신을 혁신하고 있다. 그들은 항상 학습하고 있다. 조직 학습organizational learning이란 조직이 새로운 지식이나 도구, 행동, 가치관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과정이다. (221쪽)
고백하건대, 나는 여러 회사에서 사내 스터디를 모으고 주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다. 대신 사내 세미나를 올해 상반기에 했지만, 관심이 없었다. 확실히 최근으로 올수록 구성원들의 학습에 대한 관심이나 열의가 떨어진다.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애초에 그런 것에 관심 많은 이를 뽑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조직 분위기도 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나 혼자 움직인다고 그것이 될 리 만무하다. 변화 경영과 관료주의는 서로 대립한다. 전자는 조직을 끊임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며 변화와 혁신, 위험과 실패를 강요하지만, 후자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성장과 위험 회피적 경향을 띤다. 비즈니스의 변화 속도가 느리고 경쟁 강도가 약한 곳이라면 후자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하지만 디지털 영역이라면 전혀 상황이 다르다. 전적으로 변화와 혁신은 기본 태도로 장착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솔직히 힘들다. 읽고 배워야 할 정보가 너무 많다. 나는 요즘 AI 프러덕트를 위한 UX를 따로 연구하고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유지학습(maintenance learning)도 중요하지만, 혁신학습(innovative learning)은 더 중요하다.
솔선수범을 통해 조직학습을 촉진하는 것은 리더십 기능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235쪽)
아, 학습도 리더의 역할이라고 하니, 어쩌겠는가. 하반기 세미나도 준비해야겠다. 그러나 관료화된 조직에서 아무리 리더 한 명이 날고 뛴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다. 결국 변화는 기업 내 '사회적 구조'의 문제다. 진짜 변화를 위해선 CEO의 말 한디로, 어떤 부서의 리더 한 명이 움직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구조는 '의미'를 부여해준다. 조직이 혁신되려면 사회적 구조의 개조는 필수적이다.
사회적 건축가인 리더의 도구들.
1. 새로운 곳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갈 수 있을 만큼 새롭고 강력한 비전을 창조할 것.
2. 새로운 비전에 대한 참여를 이끌어낼 것
3. 새로운 비전을 제도화할 것
(165쪽)
원칙은 옳고 우리가 가야할 방향도 명확하지만, 언제나 실행은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실행을 위해 리더는 우선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신뢰는 리더와 추종자를 함께 묶어주는 감성적인 접착제다. 신뢰의 축적은 리더십의 정당성을 측정하는 기준이다. 신뢰는 모든 조직의 기본 요소로서 조직을 유지시키는 윤활유다. 그리고 앞서 리더십에 대해 말했던 것처럼 신뢰 역시 신비하면서도 정의하기 어려운 중요한 개념이다. (182쪽)
리더에게는 구성원들의 행동을 지배하는 일단의 윤리와 규범에 대한 책임이 있다. (212쪽)
리더는 주변의 참모들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조직의 목적을 계속 전달하고, 적합한 행동을 강화하고, 내외부의 구성요소들에 대해 한결같은 윤리성을 보여줌으로써 도덕적 구호를 제도화시킨다. (213쪽)
모든 리더는 변화에 대한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211쪽)
그러나 알면서도 못하는 것이 변화경영이다. 굳건한 신뢰, 강력한 의지, 그리고 디테일한 실행력까지. 어쩌면 나는 이렇게 읽은 책을 다시 되새기면서 각오를 다지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한, 학습이란 사는 동안 내내 계속된다. 따라서 기업 역시 학습 조직이 되어야 한다. 변화는 기회가 되고, 모든 사람들이 일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 찰스 핸디 (220쪽)
학습 조직에 대한 글이나 책은 많다. 또한 이 개념 또한 오래 되었다. CoP(Community of Practice)도 이를 위한 방법론이다. 기존 인력이 가진 무형의 지식이나 노하우가 기업 내 새로운 인력들에게 이어지며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법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참여적이고 앞을 내다보는 '개방적인 조직' (...) 개방적인 조직이란 조직의 외부 환경과 지속적으로 밀접하게 상호작용을 하면서 새로운 정보에 발빠르고 유연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된 조직이다. (240쪽)
대기업들이 자체 연구소나 인하우스 컨설팅 조직을 가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조직들도 관료화될 수 있다. 자체 연구소를 가졌던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무너졌는지 떠올려보라. 얼마 전에 읽은 어느 글에선 자신이 몸담은 회사가 스타트업 특유의 도전 의식이나 실행력이 사라지고 대학 부설 R&D 연구소 비슷하게 변해간다고 고민을 토로하더라. 상황이 이렇게 되면 또 의지하게 되는 건 리더십이다. 그것도 변혁적 리더십.
변혁적 리더십은 리더와 추종자 모두가 속한 공동체의 이익을 반영하는 괄목할 만한 변화를 이루어낸다. 실제로 변혁적 리더십은 공통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축적된 에너비를 활성화하고 결집시킨다. (251쪽)
이미 수십년 전의 이 책에서 제시된 새로운 핵심 역량은 지금도 유요한 것들이다.
새로운 핵심역량
1. 불확실성을 인지하고 공유함.
2. 실수를 용인함
3. 미래에 대응함
4. 대인관계의 역량 (경청, 동기유발, 가치관의 갈등 조정 등)이 확대됨.
5. 자신에 대한 지식을 축적함.
- 도날드 마이클 (218쪽)
책을 읽은지 한 달 정도 지난 듯하다. 읽으며 메모해둔 것을 옮기면서 내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리더가 된다는 건 참 쉽지 않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힘들고 작은 회사의 부서 리더로 있는 것도 힘들고 관료화되고 있는 조직을 보는 것도 힘들다. 한국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황영조가 어느 인터뷰에 나와선, 금메달을 땄을 때 사람들은 천재적인 마라토너가 나왔다고 이야기해지만, 자신에겐 오직 고통 뿐이었다고. 하루하루 훈련은 지옥이고 고통이었다고. 지옥과도 같은 고통을 겪은 다음에야 성장이 있고 발전이 있다고. 아! 나도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고통을 겪고 있구나 하면서 위안을 삼았다. 바람직한 리더가 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허물어지는데는 단 5분이면 족하다. 이 사실을 생각한다면 당신은 조금 다르게 행동하게 될 것이다. - 워렌 버핏 (256쪽)
이 책은 리더십과 관련된 최고의 책들 중 하나다. 수십년이 지났지만, 이 책에 담긴 구절 하나하나 모두 소중한 가르침을 준다. 강력하게 추천한다. 특히 조직/기업의 중간 관리자 이상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나 또한 다시 각오를 다진다. 이미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우리는 너무 길게 산다.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는 스스로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하며 성장해야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