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예술

희망을 짓는 건축가 이야기 - 사무엘 막비와 루럴스튜디오

지하련 2006. 8. 14.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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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짓는 건축가 이야기 - 사무엘 막비와 루럴스튜디오>>,
안드레아 오펜하이머 딘 지음, 티머시 허슬리 사진, 이상림 옮김, 공간, 2005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동네마다 미술학원이 있고 대학마다 미대가 있거나 그 비슷한 학과가 있다는 것. 대충 생각해도 전국 각지 곳곳에 있을 미대 졸업생의 수는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어느 화창한 일요일 오전 그들이 잠시 밖으로 나와, 그들이 살고 있는 동네를 예쁘게 꾸미기 시작한다면 전국의 크고 작은 도시들, 마을들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확 변할 것이라는 생각. 불과 몇 년 전에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저 생각일 뿐이며 현실가능성이 없다.

1990년대 초반은 미국 건축계가 사회운동으로서의 건축, 시민의 참여방식, 건축 스타일의 문제를 되짚어 보는 변화의 시기였다. 신경제와 신기술로 무장한 몇몇 유명 건축가들이 영향력 있는 건축주를 위해 초호화 건축물을 지어 올릴 때, 엉뚱하게도 샘은 딥 사우스(Deep South, 미국 남동부의 앨라배마,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지역. 2005년 8월 딥 사우스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미국 정보의 복지 혜택이 여전히 이 지역의 흑인들을 외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소박하고 혁신적인 건축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1992년, 샘과 오번대학교 건축학과 학생 12명은 루럴스튜디오를 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샘은 1년 동안만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57세가 된 샘은 여전히 매주 월요일마다 캔턴에서 루럴스튜디오가 있는 뉴번으로 270km를 차로 달려왔다. 그리고 1890년대 지어진 다 쓰러져가는 농가를 숙소로 삼아 하루 24시간 최선을 다해 일했다.

- 14쪽에서 15쪽

그 결과, 많은 농가들이 재활용된 값싼 소재들로 새롭고 혁신적인 디자인의 건물로 탈바꿈하였다.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하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어려운 일을 사무엘 막비와 그의 학생들, 동료들이 실천한 것이다. 2001년 12월 백혈병 합병증으로 사무엘 막비는 저 세상으로 떠났지만, 아직 루럴스튜디오는 있으며 그들의 작업을 묵묵히 실천에 옮기고 있다. 몇 년 전 내가 했던, 현실가능성 없는 생각으로 이들을 실천한 것이다. 이 책 속의 사무엘 막비와 루럴스튜디오는 우리들에게 진짜 건축이 무엇인지, 진짜 문화적 실천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