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12월 31일

지하련 2002. 12. 31. 08:01
역삼역에서 내려 8번출구로 나와 조금 걸어 올라가면 스타벅스가 눈에 보인다. 스타벅스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들고 나와 M 모텔을 지나고 룸싸롱인 Basic을 지나 입구 계단으로 올라가면 내 책상이 있다. 이제 정기적인 수입은 없고 힘들어하는 친구 사업을 정상 궤도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밤에 눈이 내린다. 생각해보니 내가 이번 겨울에 본 첫 눈이었다. 이번 겨울, 참 눈이 없다. 대학로의 따뜻한 난로가 있는 찻집에서 맥주를 마시거나 압구정동의 고급스러운 일식 집에서 정종에 차가운 요리를 먹을 약속을 만들어두었다면 무척 좋았을 텐데.

Basic에 들어가는 아가씨들을 보니, 저절로 젊어지는 느낌이다. 영혼은 이미 늙었고 육체는 늙어가고 물질적인 부는 포기한 지 오래되었으니, 젊어진다는 느낌은 거짓이며 허상일 게다.

내년 봄 서울 근교, 자그만한 길마다 꽃냄새가 가득할 때, 사랑에 빠지면 좋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