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수잔 벅 모스

지하련 2007. 12. 15. 19:36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수잔 모스(지음), 김정아(옮김), 문학동네

 

 

 

 

 

근사한 이름이다. 발터 벤야민. ‘기계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그는 아우라(Aura)’ 부정하였지만, 시간이 지나 그의 이름에도 아우라 풍기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에는 천재적인 문필가들이 자주 겪게 되는 사후의 명예가 따라다니고, 궁핍한 생활 속의 방황과 끝없이 펼쳐지는 사유의 바다가 함께 어우러진다.

 

수잔 모스는 발터 벤야민의 최후의 저작, 끝내지 못하고 폐허로 변한 파리에서 먼지들 속의 메모 뭉치로만 남은 <<아케이드 프로젝트>> 새로운 방식으로 엮어낸다. 그래서 책은 일종의 연구서이면서 문학적 창작물이 된다.

 

두꺼운 번역서를 손에 쥐고 있을 독자들이란, 신비주의적이면서도 마르크스적 시각을 가지고 대중문화, 번화한 거리, 상가, 아무렇게나 읽고 버려진 신문들 속에서 역사적 장면을 엮어내는 발터 벤야민의 은유적이면서 통찰력 넘치는 문장에 매혹된 이일 것이다. 가령 이런 문장.

 

변증법적 경험에서 가장 특별한 것은 언제나 똑같이 반복될 뿐이라는 미망적 외관을 해소해준다는 것이다. 진정한 정치적 경험은 이러한 미망에서 절대적으로 자유롭다.”(149)

 

가장 새로운 느낌, 가장 근대적인 느낌은, 동일한 것의 영원한 귀환인 동시에 사태의 형식이다.”(148)

 

그래서 책의 저자 수잔 모스는 이렇게 적는다. 아니 적을 밖에 없다. ‘벤야민의 빼어난 솜씨를 보면서 우리는 벤야민의 저작을 고전의 반열에 올려놓고 싶은 유혹마저 느낀다. 그러나 그의 글은 텍스트 바깥의 세계를 가리키는 일련의 캡션일 뿐이다.’(10)

 

책은 병렬적으로 <<아케이드 프로젝트>> 구조들을 나열하면서 설명하고 재구성한다. 그러면서 벤야민 사유의 특징들을 벤야민의 문장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책을 벤야민 애독자들에게 권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 10점
수잔 벅 모스 지음, 김정아 옮김/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