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가

에드워드 호퍼, <여름실내>

지하련 2013. 4. 2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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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ward Hopper
Summer Interior
1909, Oil on canvas, 24 x 29 inches,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따갑고 건조한 여름 햇살이 방 한 가운데로 내리꽂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몸을 일으켜 세울 정신적 의지는 지난 밤에 사라져버렸다. 꿈일 지도 모른다. 아니면 환상이거나. 만일의 경우 그것은 최악의 현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지나가버린 것들이며 앞으로 오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다. 너무 가지런한 실내가 도리어 비현실적이다.

뜨거운 여름날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은 비현실적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자신에게 오래 전부터 빈혈이 있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잠시 후 세찬 소나기가 달구어진 대지를 식힐 것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두렵다. 이 순간이 지나는 것이.

교묘하게 환상과 현실 사이에 육체를 걸치고 있는 그녀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딱딱한 유화 물감에 자신의 영혼을 붙이고 환상도 아니고 현실도 아닌 어느 공간 속으로 들어가, 멈추어 버렸다. 어쩌면 시간의 틈새로 들어가, 공간의 틈새로 들어가 영원히 자신을 격리시키는 것이 우리 시대의 가장 바람직한 삶이 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