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슬럼프

지하련 2008. 12. 1. 07:59


예기치 않게 슬럼프가 왔다. 일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루 반 나절 정도 못한 일을 오늘 새벽 3시간 동안 끝낼 수 있었다.

지난 금요일부터 심리적으로 불안했고 혼란스러웠으며 견디기 힘들 정도로 우울해졌다. 예전같으면 편한 마음에 술을 마시고 흐트러졌을 텐데, 그러질 못했다. 그래서 더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새벽에 잠을 자기도 했으나, 일어나는 시간은 오전 7시 전후였다. 술을 과하게 마신 날도 있었으나, 취하지 않았고 실수도 없었다. 약간, 혹은 매우 쓸쓸해졌을 뿐이다.

따지고 보면, 지난 주 스트레스를 과하게 받는 일이 있었다. 그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며칠 째 척 맨지오니의 '산체스의 아이들' 더블 LP를 듣고 있다. 대학시절, 시를 쓰던 친구 자취방에서 듣던 그 느낌 그대로 였다. 교육대학을 다녔으나, 교대가 가진 안이함(졸업하면 바로 교사가 될 있었기에)이 싫어 자퇴를 하고 시를 쓰기로 했던 친구였다. 시를 무척 잘 쓰던 친구였으나,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글을 잘 쓰던 친구들의 글은 어느 문학잡지에서도 볼 수 없었다. 이들 중에는 종종, 자주 글쓰기를 그만두는 친구들도 많았다.

요즘 부쩍 외롭다는 생각이 자주 찾아온다. 하긴 너무 오래 혼자 자취를 했다.

마음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자주 주기도문을 묵독한다. 신앙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신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도리어 인간이 신을 만들고, 신을 믿게 된 것만으로도 대단한 축복을 받았다는 생각을 최근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신에게서 구체적인 형태나 형식을 원한다. 보이지 않는 신이 없을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내기 위해 사람들은 맹신도가 된다. 사랑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집착을 만들듯이.

이제 12월이다. 신의 축복이 늘 옆에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