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부터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이긴 했다. 간단하게 한 가지 규칙을 바꾸었는데, 그 효과가 있었다.
먼저 충분히 자기로 했다. 나이가 들고 나는 '하루 4시간 자고 성공했더라'는 식의 성공담을 귀 따갑도록 들었다. 새벽에서 자서 새벽에 일어나는 유명인들을 보면서, 저렇게 해야만 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었던 것같다. 하지만 그것을 따라하겠다는 생각은 매우 잘못되었다. 억지로라도 고쳐야 되는 것이 있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는데, 나는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선 늦게 자면 안 된다. 새벽 1시에 자서 아침 6시에 일어나는 사람들을 예외적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6시에 일어나기 위해 밤 10시나 11시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충분히 잠을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기 위해, 술을 줄이고 정기적으로 운동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변하자, 하루에 쓸 수 있는 시간이 계산되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일들을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 다음에는 효과적인 시간 관리(time management)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실은 여기에 대한 책 몇 권도 읽었고 프랭클린 다이어리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무용지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막상 내 시간 사용 패턴을 관찰해보니, 막연히 몇 분쯤 걸리겠지 하는 행위들이 무시하지 못할 수준으로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것을 알았다. 가령 주말에 동네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사가지고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0분 정도겠지 했는데, 무려 30분이 걸렸다. 그렇다면 사가지고 와서 주방 서랍장이나 냉장고에 정리하는 시간까지 합친다면 40분 이상 사용하는 셈이다. 이는 업무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메일 한 통 보내는 것, 전화 한 통 하는 것들도 의외로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즉 시간 관리를 잘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얼마만큼의 시간을 사용하여 실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한 번 따져보아야 한다. 이것을 먼저 해 보아야 정확한 시간 관리가 가능해진다.
나는 어렸을 때 가방 안에 뭔가 가득 넣어다녀야만 했고, 책상은 언제나 책들과 서류, 복사된 논문나 기사 등으로 넘쳐났다. 이렇게 된 것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 사이의 정확한 관계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지저분하고 정리되지 않았다. 내가 해야 할 일들에 일정한 시간을 할당하고 시간 내에 하지 못하는 일들은 과감하게 포기하거나 누군가에게 넘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까지 잘 되지 않지만)
이렇게 되자, 사무실 서랍은 텅 비어있고 책상 위에는 다이어리와 노트, 그 날 해야될 일과 관련된 서류 몇 개, 명함통, 머그잔 등이 전부다. 예전과 비교해 본다면 획기적인 변화다. 그 대신 나는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보다 면밀하고 정확한 관리가 필요해졌다. 다시 말해 처리해야 될 문서들과 정리해야 될 파일들, 그날그날 미팅, 회의, 업무 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할 툴이 필요해진 것이다. 또한 생각나는 아이디어들을 틈틈히 노트해야 하고 온라인에서 구하게 되는 유용한 자료들도 따로 모아두는 방법도 필요했다.
그래서 먼저 내가 업무 관리를 할 수 있는 툴을 구해보았다.
마인드맵퍼(mindmapper)라는 프로그램이다. 마인드맵(mindmap)가 비슷한 프로그램이다. 특정 기간의 업무들을 큰 카테고리로 정해져 있는 업무들을 나열하고, 각 업무 카테고리 아래 세부 업무들을 나열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나열의 기준은 1차적으로 인과 관계(input - output)에 맞추어 정리하여 구조화시키려고 노력하였다. 한 눈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매일 아침에 이를 한 번 살펴보면서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구조화일 뿐, 실제 그 일을 처리되었는지, 어떤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기술할 수 없었다. 글의 색을 달리 한다거나 굵게 하는 정도로 구분을 둘 순 있었지만, 그 이상의 디테일한 사항은 기입할 수 없었다.
그래서 2차적으로 각 세부 업무들에 대해서 다시 정리해야할 툴이 필요했다.
(다운로드: http://www.download.com/Easy-To-Do-Lite/3000-2074_4-10288418.html?tag=mncol )
이지투두라이트(Easy To-Do Lite)라는 프로그램이다. 해야 할 일들을 각 아이템별로 정리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중요도, 일정, 카테고리, 자원, 해야할 일의 종류를 나누어 정보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알람 기능도 있고 각 아이템별로 간단하게 노트를 할 수도 있다.
Concept Tree형태의 차트에서는 세부적인 사항들을 다 기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지투두라이트에서는 매우 세부적인 항목까지도 기입 가능하다. 전화하는 것부터 시작해 회의, 미팅, 간단한 보고서 작성까지도 기입하였다. 10분 이상의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다 기입하려고 노력했다.
한국에서 제작된 소프트웨어를 찾아보았으나, To Do List를 별도로 관리해주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위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제작된 소프트웨어인데, 결정적으로 한글이 안 된다. 카테고리는 한글 입력이 되는데, 나머지 사항은 한글이 안 되는 관계로 영어로 입력해 사용하고 있다.
위 두 가지를 통해 사무실에서의 업무 관리를 하고, 여기에 기입된 업무들 중에서 사무실 밖 업무나 미팅, 혹은 개인적인 용무들은 다시 프랭클린 다이어리에 (중복)기입하여 처리하고 있다. 일정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프랭클린 다이어리도 유용하다. 아웃룩(Outlook)의 일정 관리 툴도 이용하였으나, 외부 활동이 많아지자 다소 불편한 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역시 종이로 다이어리가 최고인 것같다. 펜으로 쓰는 느낌이 좋다.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는 프로젝트 관리(Project Management)와 관련된 툴을 사용한다. 이는 개인의 업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정한 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러한 툴에 사용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