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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방바닥을 정리하다가 찢어놓은, 오래된 신문 조각에서 소렌스탐의 은퇴 기사를 읽는다.

그녀는 작년 5월에 은퇴했다. 은퇴하면서 데이빗 레터먼 쇼에 출연하면서, 내가 은퇴하는 이유 열 가지를 밝혔다. 그 중 일부는 아래와 같다.

"타이거 우즈가 자꾸 내 퍼터를 훔쳐 가는 게 지긋지긋해서"
"그린을 겨냥하는 게 점점 재미없어지고 대신 관중을 겨냥해 샷을 날리는 것에 관심이 많아져서"
"스트레스가 심한 경기에서 티를 땅콩처럼 씹어 먹을 때"
"(캐디가 아니라) 캐디백과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때"
"기나긴 (미국) 대선 캠페인 때문에 인생이 지겨워져서"

이런 이유들 중에서 1위는 "요즘 내가 신경 쓰는 것은 오직 내 약혼자의 퍼트뿐"이라는 것이다.

작년 이 기사를 읽으면서 나도 은퇴할 때, 이런 은퇴 이유를 밝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지만, 도리어 소렌스탐의 저 은퇴 이유, 너무 부럽기만 하다.

최고의 자리에 선다는 것도 어려운데, 그 자리에서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자유와 행복을 위해 은퇴한다는 것. 대단하다는 생각을 새삼하게 된다. 먼 훗날 나도 이렇게 은퇴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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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 2009.06.14 14:43 신고

    일전에 우연찮게 이 곳을 발견하여 파아란 영혼을 한번 들여다보고,
    잊고 지냈는데 그 때 이곳이 마음에 들어 즐찾을 해놨었나봅니다.
    다시 들렀는데 '악플보다 무서운 무플!'이라는 말에 뜨끔해, 댓글 하나 남기고 갑니다. ^^

    • 지하련 2009.06.15 10:48 신고

      감사합니다. : ) 딸기님의 리뷰는 종종 챙겨본답니다. ㅎ~. '악플보다 무서운 무플'이라고 달아놓긴 했지만, 리플 다시는 분들이 워낙 적은 블로그라서.. ㅋㅋ.. 반갑습니다. ^^


오래되었다는 건 견딜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반영이다. 누군가가 1979년 화신백화점에서 구입한 낡은 LP를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음악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견딘다는 것, 견디면서 앞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종일 파란 하늘이 부러웠다. 정오가 다 될 때까지 잠을 잤고 오후 내내 운동을 했다. 고통을 느낀다는 건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반영이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있다는 걸 느끼기 위해서 적절한 고통이 필요한 것일까.

저녁이 되면 바람은 낮아지고 사람들은 집 구석으로 몰려들어 수다를 떤다. 새들도 제 집으로 들어가고 거리를 지나는 차들은 경쟁하듯 불빛을 키우고, 나는 외출을 서두른다.

일상의 거의 모든 것들이 비즈니스가 되어버린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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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자의새벽 2009.06.13 19:01 신고

    겉만 번지르르한 블로그만 다니다가 오랜만에 알차고 유익한 블로그 구경 잘하고 갑니다^^


요즘 너무 바쁘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책 두 권 읽고 리포트를 하나 써야 하고, 모짜르트의 대관미사(KV 317)을 무려 10번은 듣고 가야 한다. 외워오라고 시키지 않은 것만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을 정도니.

내일까진 여름에 있는 아트페어를 위한 몇 개의 원고를 써야 하고, 회사에서 PM을 맡은 다른 프로젝트에 몇 개의 다른 업무가 추가될 듯 하다.

하나라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개인적 일엔 무관심해져 버렸다.

그러다가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요즘 내 사는 모습이 딱히 좋아보이지 않아 보인다. 쓸데없는 자기 반성이랄까. 근처에 사는 친구라도 있으면 소주라도 한 잔 하면 딱 좋은 밤이다.

사무실 근처에서 사온, 브랜딩된 원두 커피 향이 좋다. 오디오에 모짜르트의 대관 미사 CD를 올려놓고 멀뚱멀뚱 천정을 바라본다. 남자 혼자 사는 집에서 가장 행복한 녀석들은 금붕어 2마리다. 어쨋든 저 녀석들은 내 옆에서 2년이라는 세월을 견디고 있는 중이다.

오늘 밤 금붕어 2마리가 부럽기만 하다.



모짜르트, 대관미사 - Agnus D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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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쉐아르 2009.06.12 13:23 신고

    오늘 이 글을 보면 그리고 지금까지 올리신 글을 보면 지하련님이 뭐 하시는 분인지 정말 오리무중이네요. 미술 관련 일을 하시는 줄 알았는데, 음악 듣는 숙제가 있고, 프로젝트 관리도 하시고요... ^^

    너무 바쁘신가 봅니다. 그리고 옆에 누군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구요... 어쨋든 음악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지하련 2009.06.12 17:29 신고

      너무 많은 일을 하지만, 제법 실속도 없다는.. 하핫. 이젠 실속도 좀 차리려고 했더니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네요. ㅋ~. 일도 그렇고 연애도 그렇고 ..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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