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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오늘 아트페어가 오픈했다. 오프닝 행사 사회를 보았다. 손님들도 많이 오고 정신없는 하루였다. 내일도 강행군이다. 

 

Korea Art Summer Festival 2009는 이번 주 일요일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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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와 혁신의 핵심 전략 - 10점
하버드 경영대학원 지음, 현대경제연구원 옮김/청림출판



몇 년 전부터 정부와 기업에서 연일 창의성(Creativity)를 강조한다. 하지만 과연 창의성이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일까? 나는 매우 회의적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창의적인 인재를 한국의 정부나 기업에선 관리할 수 있는 노하우가 없다고 생각한다. 말이 좋아서 창의적인 인재이지, 막말로 골 때리고 자기 주장만 내세우고 별난 짓 골라서 하며 아무리 봐도 조직 친화적이지 않는 인재를 누가 데리고 있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학창 시절 내내 모범적이며 바른 생활 하고, 그래서 학점 좋고 경력 관리가 잘 된 인재는 쉽게 정부나 기업체로 들어갈 수 있지만, 학창 시절 내내 자기 좋아하는 것만 한 탓에 학점은 꽝~이요, 경력은 도대체 하나를 제대로 한 것이 없는 인재를 누가 뽑아줄 것인가?

뭐,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창의성이란 방법론도 아니고 신기한 기법도 아니다. 말 그대로 오랜 학습을 통한 일종의 태도에 가깝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어느 정도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확실한 도움이 되긴 어렵다.
 

머리말에 '혁신 프로세스'로 제시된 도표다. 아이디어 창출와 기회 인식이 매우 중요한 단계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기회로 바라보는 건 전적으로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 책은 다양한 관점에서의 혁신과 창의성의 관계를 탐구하고 있으며, 기업 실무 차원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를 면밀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제 7장 -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 제 8장 -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읽어볼 만한다. 

창의적인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차이는 그 기업의 리더가 어떻게 행동하고 있으며, 그 기업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결정난다. 이 점에서 이 책의 7장과 8장은 매우 유용한 실무적 지식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7장에서는 조직의 풍토나 사무실 공간의 구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8장에서는 혁신과 창의성에 있어서의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리더가 수행해야 될 업무에 대해서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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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스꾸알 두아르떼의 가정

카밀로 호세 셀라(Camilo Jose Cela) 지음, 
김충식 옮김, 예지각, 1989년 초판.




어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나만 유독 되지 않는다는 기분이, 그런 경험이 계속 쌓여져갈 때, 그래서 나 자신에 대한 실망과 세상에 대한 불만과 증오가 쌓여져갈 때, 그것을 ‘운명’ 탓으로, ‘팔자’ 탓으로 돌릴 수 있다면 그건 얼마나 축복받을 일인가. 이제 ‘운명’대로, ‘팔자’대로 살면 그 뿐이다. 헛된 희망을 꾸지 말고 그저 원래 나는 불행하게 태어났으며 되는 일이란 없으니, 그저 그렇게 살면 그 뿐이다. 그리고 저 멀리서 ‘운명’와 ‘팔자’를 다스리고 있다는 초월적 실체에 대한 경배를 시작하면 된다. 점쟁이 집에 자주 가고 부적 붙이고 굿도 하고 안 다니던 절에도 나가고 교회도 나가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했는데, 그런 주어진 대로 살고자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불행이 일어난다면, 유독 나에게만 안 좋은 일이 연거푸 생긴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만 할까. 카밀로 호세 셀라의 ‘빠스꾸알’은 자신의 어머니를 난도질해버린다.

선생님, 저는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어떤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 나쁜 사람이 되었을 뿐입니다.
- 8쪽


소설의 시작은 밋밋하고 도대체 왜 이 사내는 이런 말을 소설의 처음부터 하고 있는 걸까 하고 의아해하지만, 소설을 다 읽고 난 다음 이 짧은 시작은 그 무수한 현대 소설들 중 가장 멋진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짧은 문장 속에서 빠스꾸알이라는 이 사내의 가슴 속에 응어리진 분노, 사랑, 증오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요즘의 꼬마 아이들마저도 세상은 불공평하고 비합리적이며 되먹지 못한 곳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이제 ‘세상탓’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이제 세상에 ‘변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세상의 순리대로 살아갈 뿐이다. 나의 태생, 배경, 학력 등으로 내 인생은 정해져 버렸으며 그냥 여기에 만족하고 살아가면 그 뿐이다.

하지만 빠스꾸알은 사랑에 빠졌다. 그는 용감하게도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와는 전적으로 다른 인간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에게 어울리지 않았던 행복은 아주 짧은 순간 뿐이었고 연거푸 불행이 이어진다. 더구나 그 불행에 대한 해결책이 그에겐 없었다. 그저 묵묵히 받아들여야만 할 뿐. 태어날 아이가 죽어 나오고 겨우 태어난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버리고 사랑하는 아내는 다른 남자의, 자신의 여동생과 살고 있는 남자의 아이를 가지게 되고. 빠스꾸알에게는 평범한 삶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천연덕스럽게 잉태하곤 그 아이를 죽게 내버려둔 그의 어머니나 술만 마시면 몽둥이질을 해대는 그의 아버지와는 다른 삶을 살고 싶었던 빠스꾸알. 하지만 그는 끝내 그의 어머니를 살해한다. 그의 아버지는 이미 죽은 지 오래.

세상에 진리가 있느니, 신의 밝은 빛이 지상에 당도한다느니, 선한 신이 있다느니 하는, 너무 듣기 좋아,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다 날 지경인 그런 말들은, 불행하게도 빠스꾸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정말 다행스런 일은 그런 말을 지껄이는 이들에게 빠스꾸알에게서 일어났던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 누구나 똑같은 가죽을 뒤집어쓰고 어머니 뱃속에서 나옵니다. 그러나 운명은 인간들이 마치 밀랍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우리들을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시켜, 죽음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여러 갈래의 길로 가는 것을 보고 즐거워합니다. 고운 꽃과 풀들로 가득한 아름다운 꽃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엉겅퀴와 선인장이 무성한 험난한 길을 걷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꽃길을 걷는 이는 평화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기쁨을 맛보면서 천진난만한 얼굴로 행복에 겨워 미소 짓습니다.
그러나 엉겅퀴와 가시밭길을 걷는 자들은 광야의 폭염으로 괴로워하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험상궂은 우거지상을 합니다. 몸에 화장품을 바르고 향수를 뿌리는 것과 지울 수 없는 문신을 넣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 8쪽에서 9쪽.


26살의 카밀로 호세 셀라가 1942년에 발표한 이 데뷔소설은 20세기 이후 모든 사람들이 부딪히게 되는 어떤 실존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빠스꾸알이라는 인물을 통해 역설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운명은 무엇이고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되는 것이냐며.


'작가에 대하여'

 카밀로 호세 셀라(1916~2002) 

2권의 소설이 번역되었으나, 이젠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책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 인생의 비극성을 가장 적절히 표현하며, 실존적 삶에 물음표를 던지는 20세기 후반 최고의 소설가들 중의 한 명이다.  

'빠스쿠알 두아르떼의 가족', 그리고 '벌집'이 번역되어있으니, 헌책방 어딘가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다. 1989년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며, 스페인 마드리드에는 그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을 정도다.


민음사에서 새로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 - 10점
카밀로 호세 셀라 지음, 정동섭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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