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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부영사 - 10점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정우사



부영사
마르그리트 뒤라스.  민음사. 1984. (민음사 이데아 총서 중 한 권으로 번역되어 나왔다.)




계절풍의 어슴푸레한 빛 속에. (98쪽)



그들은 계절풍 속에 있다. 그런데 그들은, 혹은 그녀는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아니 무엇을, 어떤 행동을,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독자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일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난 그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혹은 계절풍 속에서, 끊어질 듯 이어가던 서사(narrative)의 가느다란 숨소리를 놓치고 말았다. 그 ‘놓침의 독서’는 나의 기억 속에 몇 개의 이름만을, 몇 명의 존재만을 남겨놓았을 뿐이다.

그, 그녀, 그, 그녀, 그, 그, ......

그와 그 사이, 그와 그녀 사이, 그녀와 그녀 사이, 그녀와 그녀 사이, 아이를 밴 몸으로 계절풍 속을 떠돌다 캘커타 속으로 들어온 한 걸인 소녀의 배고픔과 몇 명의 백인 남자들 사이에 서있는 안 마리 스테레뗴르의 공허 사이. 하나의 공간 속을 떠도는, 멀리 떨어진 존재들, 그 존재들의 영혼 깊숙한 곳, 그 곳까지 계절풍은 불고.



** 뒤라스의 문장은 독특하다. 그래서 그녀의 동시대 작가들이라 할 수 있는 누보로망의 작가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작가이다. <<부영사>>는 그녀의 영화 <<인디안 송>>의 원작 소설이며, 그녀의 대표작들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뒤라스의 소설들이 다 그렇듯이 흥미진진한 물결을 독자에게 선사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님을 염두에 두길.

*** 위 글은 2000년대 초반에 적은 리뷰다. 오늘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떠올라, 오래된 자료들 사이에서 이 리뷰를 찾아 올린다.




Comment +4

  • 윤민연우맘 2009.11.20 12:39 신고

    며칠째 부영사.
    부지런한 포스팅으로 방문객에게 즐거움을 주던 주인장 어디갔나.
    아, 짜증으로 점철된 일주일이로다.
    나, 사업한다~ 여러가지로 골 아프네.
    태생이 게으른데 신경쓰면서 돌아다니면서 할 일이 왜 이리 많은고.

    • 이제 좀 신경써서 포스팅해볼까하고. 딴 이들은 블로그에 올린 글(?)로 책까지 내던데, 나도 제대로 써서 책을.. 흐흠.. 그것보다는, 하도 "지하련씨, 예전 당신 글 좋았는데, 요즘은 엉망이야, 왜 그래?"라는 소리를 최근 들어서 너무 자주 들어, 좀 포스팅에 주의를 기울이다 보니, 초고만 쓰고 올리지 못하는 글들이 꽤 있네. 크크. 기대하삼~.
      그리고 사업한다고? 사업하지 마삼. 천칭자리는 우유부단하고 느려서 사업에는 별로이네. 그런데 어떤 사업을 하길래? 여튼 돈 많이 벌어, 소원 성취. ; )

  • 지나가는사람 2011.05.28 14:15 신고

    리뷰가 참 슬프네요 ㅠ_ㅠ

    • 뒤라스의 소설을 읽는 이가 드문 요즘, 20세기 후반 프랑스 소설에서 뚜렷한 흔적을 남겼지만, 이젠 잊혀져 가고 있는 것같아요.~ 그래서 더 슬플 지도 모르겠어요. ... 뒤라스, 정말 좋은 소설가예요.



나도 모르게 나이가 든 것을 느낀다. 그 사이 어떤 사정을 거쳤는지, 뭘 해야 될 지, 무슨 말이 필요한 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화도 거의 내지 않고, 단지 술을 마시면 금세 취하고 금세 골아떨어질 뿐이다.

빠듯한 일정의 워크샵이었다. 회사의 비전에 대한 공유와 함께 팀별 성과 목표 및 목표 달성을 위한 KPI 도출에 대한 간단한 시간을 가졌다. 실은 KPI 도출을 빙자한, '속마음 털어놓기'에 가깝다. 작은 조직에서도 커뮤니케이션 손실을 고려하는데, 큰 조직이라면 어떨까.

오-메독 와인 한 병을 들고 갔으나, 와인을 즐기는 이가 없었던 터라, 나 혼자만 흥분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역시 2005년도 산 오-메독 와인은 최고였다.

주말 내내 워크샵의 여독이 풀리지 않았고 월요일, 화요일, 저녁 술 약속 탓에 피로가 쌓여가고 있다. 뭔가 대단한 일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지만, 늘 바람만으로 끝난다.  






Comment +0



Without books,
history is silent,
literature dumb,
science crippled,
thought and speculation
at a standstill.
Without books,
the development of civilization
would have been impossible.
They are engines of change,
windows on the world,
"lighthouses"
(as a poet said)
"erected in the sea of time".
They are companions,
teachers, magicians,
bankers of the treasures
of the mind.
Books are humanity in print.

-- Barbara Tuchman


책이 없이는
역사는 침묵하고
문학은 말을 잃고
과학은 절뚝거리고
사상과 사색은 정체된다.
책이 없이는
문명의 발달도 없었다.
책은 변화의 동력이며
세상을 내다보는 창문이며
(어느 시인이 말했듯)
"시간이라는 바다에 세워진
등대다."
책은 동반자고,
스승이고, 마술사며,
마음의 보고를 관리하는
은행가다.
인류를 인쇄한 것, 그게 책이다.

-- 바바라 터크먼
(1912-89, 미국 역사가 겸 저술가)
(출처: http://engweg.tistory.com/189)


CD가 나왔을 때, CD예찬론자들은 LP가 금방 사라질 것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몇 천장, 몇 만 장의 LP를 가지고 있던 음악 애호가들은 LP를 버리고 CD로 전향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십년 남짓 지나간 요즘, 영원하다던 CD 대신 LP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더구나 이십년전에 나온 CD들 중 몇 장은 에러가 나서 듣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이 영원하다고? 웃긴 소리다. 종이에 쓴 연애 편지은 백 년 넘게 보관할 수 있지만, 문서 파일로 쓴 연애 편지는 플로피 디스크든, 시디든, 하드 디스크든 백 년 가까이 보관할 수 있을까? 특정 문서 양식을 읽지 못하거나 바이러스나 물리적 한계로 인해 백 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라지거나, 그것을 복원하기 위해선 별도의 장비와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종이 편지에게 위험한 것은 우리 몸에도 위험한 것들이다. 깊은 호수나 끝없는 불길, 또는 마음의 화재 같은 것.

움베르토 에코에게 종이책의 미래에 대해서 누군가 물은 적이 있었다. 그 때 주머니 속에 들어가는 포켓북은 사막을 건너는 낙타 위에서 읽을 수 있으며, 연인와 긴 정사 뒤 침대 옆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도 읽을 수 있으며, 필요할 땐 연필로 밑줄도 긋고 메모도 할 수 있다며,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답했다.

아마 그 글을 읽은 한국의 경박스럽고 터무니없는 디지털 예찬론자들은 콧방귀를 뀌었을 것이고 새로운 것이라면 무조건 달려가보고 마는 철부지 학생들은 에코가 드디어 특유의 날카로움을 잃어버렸다고 여겼을 것이다. 

9월 르몽드 디플로마크에서, 프랑스 출판인인 세드릭 비아지니와 기욤 카르니노는 '물신주의에 맞서는 최후공간, 종이책의 미래를 지켜라'라는 칼럼을 썼다. 그들은 디지털화되어가는 책들의 암울한 미래를 향해, 경고장을 날린다. 그들은 '인터넷을 통한 독서는 더욱 분할되고, 조각나며, 분절된다. 디지털, 하이퍼텍스트 그리고 멀티미디어는 미국 심리학자들이 종이매체의 선형적인 독서에 반드시 요구되는 '깊은 주의력'에 대립된 개념으로 파악한 이른바 '하이퍼어텐션'(hyper-attention)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최근의 황당한 사건들. 자기 자신의 마음을 참지 못하고 자살하거나, 누군가를 죽이거나, 누군가를 (성)폭행하는 일군의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하이퍼어텐션'을 떠올렸다. 결국 급격하게 변화된 미디어환경이 사람들에게 느리고 게으르고 무식하게 인내하는 법을 잊게 만든다고 나는 여기고 있다.

세드릭 비아지니, 기욤 카르니노와 같은 필자가 한국에 없음을 안타까워 하며, 그들의 칼럼 마지막 문단을 옮긴다.

종이책은 선형성과 유한성, 물질성과 현존성의 차원에서 속도의 숭배와 비판력의 상실을 저지하는 침묵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종이책은 닻을 내리는 지점이자 일관되고 분명한 사상을 예약하는 공간이다. 막대한 네트워크와 정보 홍수의 유혹에도 아랑곳 않고, 책은 저항의식이 숨쉬는 최후의 장소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 르몽드 디플로마크 한국어판 9월호



* 하이퍼 어텐션hyper-attention: 젊은 세대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인지태도. 주의를 기울이는 시간이 짧고 강한 자극을 필요로 하는 특성. 멀티미디어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Comment +12

  •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종이책은 영원합니다 :)

  • 컴퓨터를 전공하면서도 아날로그가 좋은 1人입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오히려 온라인서점으로 책 판매율이 엄청 상승했다는데
    전자책이 잘 발달되더라도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을 듯..

    책은 넘기며 읽는게 제 맛 :O)

    •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대립적인 개념이라기 보다는 상보적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를 채워주면서 앞으로 가야 하는데, 대립적이거나 대결적인 구도로 몰고 가려는 건 아닌가 싶어요. ^^. ... 여튼 종이책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드는 요즘입니다.

  • noi 2009.11.09 17:34 신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상보적이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전자책의 존재이유는 종이책을 멸종시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책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만들어 잠재적 독자 수를 늘리는 데 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저 또한 종이책 팬입니다만은 책 수백 수천 권을 손바닥만한 전자책에 넣어버리면 이 무거운 책들을 끌고다닐 필요가 없다는 매력... 이사하면서 절실히 느꼈습니다-_-;;;;

    • 아마 종이책 뒤에 전자책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쿠폰 같은 게 따라 붙을 지도 모릅니다. ^^ 가방에 책 잔뜩 넣고 다니는 일이 없어지겠죠. ㅎㅎ

  • 홋홋홋 2009.11.10 00:00 신고

    책을 버리세요
    이미 활자화 되어 있는 정보는 죽은 정보 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는것은 최상급의 지식에 속하지 않는 것이 [창의] 입니다

  • 홋홋홋 2009.11.10 00:03 신고

    다만,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스스로의 책]을 이끌어 내세요
    인간 문명문화를 이루고 있는 그 모든 지식의 총체적인 것은
    바로 자기자신의 [인식]속에 들어 있다고 하더군요..
    자연이라는 거대한 책의 한페쥐 바로 자기 자신을 아주 조금만 읽을 수 있다면 ...
    그 삶은 충만한 삶일 수 있을 겁니다

  • 홋홋홋 2009.11.10 00:04 신고

    자기 자신을 읽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은
    숙면을 취하고 난 뒤 -
    그러나 나는 극빈으로 남의집 골방 살이를 하는지라
    늘 그 소중한 기회의 시간을 소음으로 매일매일 방해 받습니다...

  • 홋홋홋 2009.11.10 00:06 신고

    더구나 오늘은 왠놈이 스펨문자질을 보냈는데 그게 내 핸번으로
    번호도용하여 했는지라
    고발조치 하느라 경찰서까지 다녀오느라 하루를 소모햇습니다

  • 기존 활자책은 분명 커다란 장점에도 불구하고 상담부분의 시장을 전자책에 내줄것입니다. 디지로그적인 전자책은 분명 커다란 장점이 있습니다. 단점들은 계속 보완될 것이구요. 오히려 좁은 집에서
    기존책들을 보관하는것은 사치스러워 보입니다. 제가 부자라면 계속 활자책을 사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죠. 이미 되돌아갈수없는 강을 건너버린 씁씁한 느낌이랄까요

    • 보기에도 LP보다 제조단가가 적게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CD의 소매가격은 LP의 소매가격보다 비싸게 나왔습니다. 책의 Digital File 버전은 책보다 싸게 나올 것이나, 누구에게 빌려줄 수 없으며, eBook 단말기가 없다면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보이지 않은 기회비용을 따진다면, 전자책의 소매가격이나 책의 소매가격과는 많은 차이가 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적인(?) 생각을 가져봅니다만, ... 어떻게 될 지는... 책읽기를 좋아하지만 저는 ebook 단말기에는 전혀 관심이 가질 않더군요. 일 때문에 자료 조사 같은 건 하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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