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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그냥... 2001년 10월 가을비 내리는 한 밤 중, 동사서독의 한 모퉁이를 떠올리며



날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죠. 난 그 단어를 듣고 싶었는데, 그는 끝내 그 말을 하지 않았어요. 너무 자신만만했던 거죠. 그와 결혼하리라 믿었는데, ... 난 그의 형과 결혼을 했어요. 결혼하던 날 나에게 같이 가자는 걸 거절했어요.

예전엔 '사랑'이라는 단어를 너무 중요하게 여겨 소리내어 말해야만 영원하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하든 하지 않든 별 차이가 없는 것이었더군요. 사랑 역시 변하니까.

난 이겼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을 보고 내가 졌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내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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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청어람미디어, 2001



'다치바나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다. 그리고 책 표지 뒷면에는 '지의 거인'이라는 단어가 다치바나라는 이름 앞에 붙어 있다. 이런 식의 거창한 단어들이 쓰인 책일수록, 대체로 무책임하면서 저급한 경우가 많다. 이 책? '무책임'이나 '저급'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는 않지만, 별 내용 없는 책이라는 점에서 여러 다른 책들과 엇비슷하다.

우리가 책을 읽는 데에는 많은 목적이 있다. 다치바나처럼 지적 호기심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떤 학문적 목적 때문일 수도 있으며 궁지에 몰린 인생에 해답을 찾기 위한 절대적인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적 호기심'만으로 책을 읽는다면 그 한계는 명확하다. 왜냐면 책은 지식을 전달하는 매체 그 이상의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지식들은 지적 호기심의 대상이면서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뉴튼의 물리학이 어떤 지적 호기심의 대상일 수 있다. 하지만 뉴튼의 물리학은 이후 인류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준 것보다 인류의 삶은 변화시킨 부분이 더 많을 것이다.

지식이란 이런 것이고 책이란 이런 지식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둘러싸고 많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이런 류의 일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다치바나의, 이 책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가를 이야기할 뿐, 그 외 특별한 이야기는 없다. 많은 책을 읽고도 참된 지식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한 마디도 적어내지 못한다면 그 많은 책들은 쓰레기더미에 지나지 않는다. 한 권의 책만을 읽고 이 세상의 진리를 깨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 만 권의 책을 읽고도 이런 책을 읽었다고 말할 뿐, 그 책들이 자기에 무엇을 주었는가에 대해서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내가 보기엔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의 훌륭한 책을 깊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6점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청어람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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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스 -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
데이비드 브룩스 저, 동방미디어




아마 이 책은 내가 eBusiness에 대해서 몰랐다면 매우 단호하게 혹평을 했을 그런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여러 지면을 통해, 여러 평자들을 통해 알려진 그러한 찬사 따위를 할 생각은 없다. 왜냐면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잘 만들어진 '코믹 사회학'(약간은 경멸적인 어투의)가 적당하기 때문이다.

보보스BoBos란 Bourgeois와 Bohemians를 합친 단어이다. 그리고 책의 목차는 교육받은 계층의 부상, 소비, 비즈니스 라이프, 지적인 삶, 즐거움, 영적인 사람, 정치와 그 너머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목차에서 대강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보헤미안은 전통과 권위를 부정하며 자본에 적대적이다. 하지만 부르조아는 그들이 산업혁명을 계기로 생긴 계층이기 때문에 과거의 전통(토지귀족계급)이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통, 매우 부적절하며 형식적인 전통을 열망한다. 특히 미국의 부르조아 계급은 이 정도가 매우 심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청교도 윤리는 매우 기묘한 자본의 상승 곡선을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이 미국의 부르조아는 보헤미안적 기질을 받아들임으로써 새로운 부르조아로 태어나고 있다. 저자야 보헤미안이 부르조아적 마인드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웃기는 소리다. 미국은 현재 디지털 이코노미를 이끌고 있는 나라이다. 그리고 이것을 주도하고 있는 계층이 보보스이다. 하지만 이들의 목적이 삶의 이상주의라거나 유미주의가 아닌 바에는 보헤미안적 탈을 쓴 새로운 모양새를 한 부르조아일 뿐이다.

특히 지적인 삶 부분에서의 저자의 오해는 읽기 거북한 부분들 중의 하나이다. 부르디외는 '문화자본'을 이야기하면서 이 사회가 겉모습으로는 지배와 피지배의 모양새를 벗어나고 있는 듯하지만(부분적으로 사회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실제로는 그것을 더욱 견고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데, 저자는 이것을 표피적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논리에 끼어맞추고 있다.

전반적으로 스타가 되어야한다는 강박관념, 자본 중심주의를 경멸하는 듯하면서 자본을 옹호하는 태도, 삶의 자유를 이야기하면서 현실도피주의적 태도, 갖은 인용을 통한 자기 견해가 옳음을 증명하려는 무책임한 글쓰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사회 현상을 매우 독창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그리고 비즈니스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비즈니스가 어떤 것이 되어야하는가에 대해서 나름대로 일깨움을 준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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