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미학연습 23

칼스텐 해리스Karsten Harries 교수와의 인터뷰

며칠 전에 올린 칼스텐 해리스의 글에 이어, 다시 한 편 더 올린다. 전문 잡지에 오래 전에 실린 글은 구하기 어렵다. 좋은 글들이 많지만, 누군가 꺼집어 내지 않는 이상 누구도 찾아보지 않게 된다. 블로그에 누군가의 글을 그대로 옮기는 일이 드문데, 자주 그래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찌 된 일인지 좋은 글 보기가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느낌 때문이다. (내 게으름이 한 몫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래 글은 월간미술 2002년 2월호에 실린 글이다. 현대미술에 대한 적절한 시각과 평가를 가진 칼스턴 해리스의 인터뷰이다. 지금 읽어도 놀라운 설득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필독을 권한다. - 2002년 2월 월간미술 게재. 독일 철학, 미술사, 건축 이론, 그리고 현대 과학의 역사에 걸친 광범위한 지식..

예술의 죽음에 대한 소고 - 칼스턴 해리스

아래 글은 예일대 칼스턴 해리스 교수가 2000년 월간미술에 기고한 글이다. 독자들에게 현대 미술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도울 수 있는 좋은 글이 될 것이다. 칼스턴 해리스 교수는 국내에서는 '현대 미술, 그 철학적 의미'(서광사)라는 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책의 가치에 비해 널리 알려진 책은 아니지만, 현대 미술에 대해 인문학적 견지에서 알고 싶어하는 이들에겐 내가 강권하는 책이다. 나 또한 이 책 이후로 현대 미술에 대한 뚜렷한 시각이 생겼을 정도이니까. 현대미술 K. 해리스 저/오병남,최연희 공역 월간미술 2000.2 특별기고 세 번째 밀레니엄을 맞이하여, 본지에서는 지난 호에 미술계의 주요 담론인 ‘예술의 죽음’에 대한 세계 석학들의 의견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 호에는 예일대에서 예술철학을 강의..

레비-스트로스의 세계

책 읽기와 글 쓰기에 예전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밀린 원고마저 있다. 회사 업무로 읽어야 하는 리포트와 아티클도 쌓여있다. 지난 번 읽은 '슬픈 열대'(http://intempus.tistory.com/1353)의 역자 서문에서 기억해둘 만한 내용을 노트해두었다. 이를 되새길 겸하여 블로그에 옮긴다. '슬픈 열대'라는 책이 레비-스트로스의 명성을 크게 알린 책이나, 그의 주저라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 그의 학문 체계를 알기 위해서는 다른 책을 읽어야 한다. 그래서 '슬픈 열대'의 역자는 다른 책들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는데, 레비-스트로스의 박사학위논문에서 나온 '친족의 기본구조'와 '야생의 사고'였다. 특히 후자는 인문학 전공자라면 필독서에 해당된다. '친족의 기본구조' - 미..

베르그송과 플라톤

그러므로 운동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이데아에 공허나 부정적인 것을 덧붙여야 한다. 플라톤의 "비존재"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질료"는 이런 것들로 구성된다. 그것은 마치 산수의 한 단위에 영이 합쳐지듯이 이데아와 합쳐져서 이데아를 공간과 시간 속에서 다수화시키는 형이상학적 공허인 것이다. 불변적이고 단일한 이데아는 이에 의하여 무한히 퍼져가는 운동으로 분산된다. 권리상으로는 오직 불변적인 이데아들만이 있어서 상호간에 움직일 수 없이 꽉 들어차 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질료가 나타나서 공백을 거기에 덧붙여주고, 동시에 우주적인 생성을 분리해 낸다. 질료는 파악할 수 없는 무가치한 것이면서 이데아들 사이에 잠입하여 마치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 스며든 의심처럼 끝없는 동요와 영원한 불안을 자아낸다. 불변의..

아우구스티누스와 현대

*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을 두 개의 글로 요약하면서 느낀 바를 적은 글이다. 매우 개인적인 견해를 담고 있는 글이라 할 수 있겠다. 나에게 종교의 문제는 가끔 매우 첨예하게 다가온다. 나같이 유약한 이에게 보이지 않는 세계의 불가사의함이란 때로 견디기 힘든 공포와 유혹으로 다가온다. 한 때 현세에서의 고독이나 무력감, 허탈함을 극복하기 위해 종교를 심각하게 고려한 적도 있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보여주는 자기 내면에 대한 솔직한 고백은 로마에서 중세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세계에 풍부한 영감을 던져주었으며 정신적인 영역에 있어서 거대한 방향을 설정하였다. 그는 자신의 내면 속에서 신의 목소리(계시)를 발견하고자 하였으며, 때로는 신비주의적 면모까지 엿보이게 한다. 이러한 내면의 발견은 종교 개혁 이후의 기독교..

아우구스티누스 - 2

* 아우스티누스 - 1에 이른 글임. 몇 권의 책(로버트 램의 ‘서양문화의 역사’ 2권(사군자), 슈퇴릭히의 ‘서양철학사’(분도출판사), 프리틀라인의 ‘서양철학사’(서광사) )을 읽고 간단하게(?) 정리한다.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한 정리임. 대부분 슈퇴릭히의 '서양철학사'를 발췌요약한 것임. 三位一體說 ‘무엇 때문에 그대는 바깥세계를 헤매고 다니려 하는가? 어서 그대 자신의 내면세계로 되돌아가라, 왜냐하면 바로 그 내면 세계에 진리가 깃들여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이후의 여러 신비주의 사상에 영향을 주었다. ‘단지 인간의 내면적인 힘과 동일시될 수만은 없는 하나의 동력인, 또는 어떤 무비(無比)의 존엄성을 발휘하는 우월하고도 은혜를 안겨주는 위력적 요소,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아우구스티누스 - 1

* 몇 권의 책(로버트 램의 ‘서양문화의 역사’ 2권(사군자), 슈퇴릭히의 ‘서양철학사’(분도출판사), 프리틀라인의 ‘서양철학사’(서광사) )을 읽고 간단하게(?) 정리한다.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한 정리임. 대부분 슈퇴릭히의 '서양철학사'를 발췌요약한 것임. 초기 교회의 성립 사도 바울 -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이교도에게까지 전해야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음. 현재 그리스도교의 전투적으로까지 보이는 전도 의지는 사도 바울에게서 연유된 것이다. 하지만 베드로는 유대인에게 국한시키고 싶어 했다. 베드로 - 초대 교황으로서 로마 제국의 유산을 계승하며 새로운 교회의 지도력을 굳혀놓았다. 아우구스티누스 - 많은 성직자들이 있었으나, 신앙의 수호와 전파를 위한 제도적 수단으로서 교회가 폭넓게 수용되기 위해서는 좀 ..

14세기 르네상스 예술 이론

전미숙, ‘인간성과 신성의 조화, Trecento’, 미학-예술학연구, 1992, 2권 논문의 초반과 후반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르네상스의 인간 존엄 사상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하고 있으나, 이를 작품 해석으로 연결짓지 못하며 고대, 중세와도 연결짓지 못하고 있다. 조금 더 다듬어서 발표했다면 참 좋은 논문이 될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보라색 글은 내가 부연설명을 한 부분이다. 페트라르카현세의 경험과 인간의 감정을 중시하며 세속적 욕망과 종교적 양심 사이에서 갈등함: 낡은 요소(중세적)와 새로운 요소(르네상스)의 공존. 고딕과 르네상스는 서로 별개의 시대가 아닌, 동일한 감수성 위에서 형성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르네상스인들이 경멸했던 고딕 양식의 건축물들과 스콜라철학은 르네상스시대와 똑같..

19세기와 20세기의 미학

11장 예술가와 사회 19세기의 특징 - 18세기에게 본격적으로 등장한 부르주아가 확고한 기반을 다짐 - 패트론 제도가 유명무실화됨: 19세기적 상황이라기 보다는 17세기부터 진전되어왔으나 18세기 후반부터 계급 갈등이 본격화되고 세속화가 첨예한 형태로 진행됨 - 이 상황 속에서 부르주아의 속된 취미에 봉사하는 예술 양식이 유행하게 됨 - 인상주의자들의 성장 배경을 형성함. 예술가의 자의식 - 현실과 이상의 갈등 속에서 자신의 예술 세계 속에서 예술적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현실 세계를 폄하하고 벽을 쌓아올림. - “가령 셸리의 ‘민감한 식물sensitivie plant’, 비니(vigny)의 요람Moise, 보들레르의 거대한 날개 때문에 땅 위를 걷지 못하는 신청옹albatross 등이 이러한 예술가의 ..

존 로크

경험론이란 인간의 지식이 관찰과 실험을 통한 경험의 과정 속에서 점차적으로 생긴다고 주장하는 인식론적 견지를 말한다. 경험론자들은 일반적으로 제일원리, 본유관념, 그리고 이성의 구성이라는 것들에 대하여 회의적이다. 대체로 그들은 사물의 진리를 파악하는 가장 적절한 길은 그 사물의 관찰하고 만져보며 그 사물에 관한 앎에 대한 학을 믿는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서 호의를 가졌다. 로크는 근대 인식론의 창시자였다. 그가 궁금하게 여겼던 것은 ‘우리들의 인식은 과연 확실한가’였다. 그리하여 그는 우선적으로 ‘인식능력을 탐구하고 인식의 성립, 타당성, 그리고 한계에 대한 명확성을 확보’하여야 된다고 믿었다. 이러한 로크 사유의 중심점에는 인간이 위치하며, 인간으로부터 기술적, 정신 발생학적(descriptiv-p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