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 437

사라지는 언어, 사라지는 세계

이런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과연 이 세상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걸까? 그리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 인간은 맨 먼저 무엇을 할까?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우리 인간은 그 새로운 것에 대해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설명한다. 그러다가 그 설명하기에서 막히면 새로운 단어와 표현을 만들어 붙인다. 즉 이 세상은 우리의 언어와 같이 보이고 표현되고 구성되어 있다. 이 세계는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 (이것이 비트겐슈타인을 위시한 현대 철학자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정말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우리가 보고 경험한 세계를 언어로 표현하고 옮긴다. 딱 우리가 알고 있는 언어만큼만 옮긴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는 없는 세계이다. 종종 있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세계가 있다. 가령 누군가가 오백..

미술 투자보다 먼저 미술 감상의 태도부터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과연 한국에서 순수 미술 작품 투자로 돈을 버는 사람은 몇 명쯤 될까? 또는 반대로 돈을 잃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얼마나 많은 돈을 잃을까?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누구도 속 시원히 말해주지 않는다. 내가 아는 한 떼돈을 번 사람은 없다. 아주 오래 동안 미술 작품 수집을 해 온 이라면 소장한 작품들 중 일부를 팔아 수익을 가져갔을 지 모르지만, 아마 그가 챙긴 수익은 그 동안 그가 투자한 금액에 비한다면 초라할 것임에 분명하다. ‘미술 투자’라는 단어가 국내에 유행한 것이 불과 몇 년 되지 않았고, 장기 투자의 대표적인 방식으로 통하는 ‘미술 투자’에 대한 수익을 논하기에는 아직 한국 미술 시장은 그 역사가 너무 짧고 너무 불투명하다. 반대..

시원한 여름 나기를 위한 추천 전시

직장 다니는 이에게 토요일 오전만큼 금쪽 같은 시간은 없을 것입니다. 며칠 전에 사둔 원두로 드립커피를 내리고 낡은 오디오에 친숙한 선율의 모짜르트를 올리고 잠시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멍하게 앉아 있습니다. 이렇게 무더운 날, 전시를 보러 가는 것보다 계곡이나 바다로 가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아마 전시장에서 관람객을 기다리는 큐레이터나 작가들도 마찬가지 기분이 아닐까요. 하지만 산, 계곡, 바다와 맞바꿀 만큼 흥미진진한 전시들도 있습니다. 제가 아직 보지 못한 전시입니다만,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가 있어서 이렇게 올립니다. 영국로열아카데미 대표작가전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2011.7.1 - 9.25 영국 현대 미술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몇 해 전 Flash Art는 미술..

오브제 미술Objet Art, 그게 뭐지?

지난 주말, 서울시청 앞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것이 미국 미술이다'를 보고 왔습니다. 토요일 오후에 갔는데, 예상보다 사람이 적었습니다. 실은 방학이고 주말이라, 길게 줄을 서서 보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불현듯 아주 형편없는 기획 전시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들어가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한편으론 전시 보는데 큰 불편함이 없어 다행이다 싶기도 했지만, 정작 사람들의 눈을 밝게 하는 전시에는 사람들이 찾지 않고 그렇지 않은 전시에는 사람들이 찾는 걸 보면, 이제 전시도 마케팅을 떠나서는 진행하기도 어려운 시절이 되어간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만, 주최로 ‘조선일보’로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네요. 여기에 정치적인 색깔이 입힐 의도는 없습니다만, 전시 마케팅..

대학로, 인사동, 그리고 홍대 앞...

홍대서 '하나 둘' 짐싸는 예술가들…'예술의 거리'에 무슨일이? 이라는 SBS의 뉴스는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진실 한 가지를 보여준다. 대학로를 만든 것은 지금은 이전한 서울대학교와 무수하게 많았지만, 지금은 얼마 남지 소극장들이었다. 인사동을 만든 것은 지금은 얼마 남지 않은 화랑들과 갤러리들이었다. ... 높은 임대료와 문화예술에는 별 관심없지만, 유흥에는 관심 많은 대중들로 인해 사라져갔다. 그리고 이제 홍대로 넘어가나. 그다지 내세울 것 없는 곳을 특색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은 정부도, 돈도, 기업도 아니다. 가난한 예술가들과 문화를 사랑하고 예술을 흠모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머무르는 곳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자신들의 화법과 표현 방식으로 그 곳을 채색해 나간다. 아마 십 년, 이십..

올댓 주말미술여행 출시

안녕하세요. 파아란 영혼을 운영하고 있는 지하련(김용섭)입니다. 몇 번 블로그를 통해 알려드린 미술 전시 정보와 관련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드디어 출시되었습니다. 올댓 주말미술여행 SK텔레콤과 TNM에서 지원해주어 제작한 콘텐츠 어플리케이션입니다. 올댓 주말미술여행의 콘텐츠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 달의 추천 전시 - 매주 업데이트하는 콘텐츠로, 해당 월에 가볼만한 미술 전시 정보와 전시 리뷰를 올립니다. 이 달의 예술 도서 - 읽을만한 미술 서적 소개합니다. 예술 초보 탈출 분투기 - 미술 전시 관람을 위해 알아두면 좋을 만한 내용과 서양 미술과 관련된 내용을 올립니다. 잊지 못할 그 전시 - 예전 전시이지만, 한 번 다시 되새길만한 전시 내용을 올립니다. 아직 콘텐츠가 많지 않지만, 1-2달 이내로..

데페이즈망 - 벌어지는 도시 Depaysement - blooming the City

데페이즈망 - 벌어지는 도시 Depaysement - blooming the City 2011.6.15 - 7. 17. 아르코미술관(대학로) (2011년 아르코미술관 기획공모전, 기획: 최재원, 김미경) 우리들 대부분은 도시에 살아갑니다. 서울이거나 부산, 혹은 광주이거나. 아니면 뉴욕이거나 런던이거나 LA이거나. 그리고 지금 여기를 살아갑니다. 거기 어제가 아니라. 그런데 지금 여기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쫓기는 듯한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우리가 살고 움직이는 이 도시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현재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에 열리고 있는 ‘데페이즈망 ? 벌어지는 도시’는 지금 여기 이 도시에 대한 반성을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 전몽각, 경부고속도로29, 99.7x150..

눈부신 윤리학 - 젊은 중국 작가를 만나는 길

눈부신 윤리학 Splendid Ethics 인터알리아, 2011.6.24 - 7.21 도심 한 가운데의 갤러리는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과연 평일 낮에는 누가 전시를 보고 있을까? 하지만 갤러리는 대부분 텅 비어있습니다. 그림을 전공하는 학생이거나 관련 종사자, 혹은 작품을 구입하는 콜렉터들이 평일 갤러리의 손님들입니다. 기업들은 창의성Creativity를 강조하고, 직장을 다니는 이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목말라 하지만, 실은 그들의 목마름은 너무 비현실적입니다. 전시 이야기가 아니라, 딴 이야기로 글이 시작되고 말았습니다. 인터알리아는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 맞은 편 건물 지하에 위치해 있는 상업 갤러리입니다. 전시되는 작가나 작품이 나쁘지 않은 곳입니다. 저는 점심 식사를 햄버거 하나로 끝내..

미술 작품 저작권과 예술 창작

"본디 저작권법은 구체적인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지 아이디어나 개념을 보호하지 않는다. 따라서 누군가가 작가의 그림을 그대로 베끼지 않는 이상 저작권법으로 문제를 삼을 수 없다. 이렇게 저작권법이 통하지 않을 때는 상표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 만약 작가의 화풍을 상표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 작가에게는 더욱 유리할 수도 있다. 저작권법은 보통 작가가 생존해 있는 동안 사망 이후 50년 동안까지 그 권리를 보호해 주지만, 상표법은 계속 갱신을 허용해 권리를 가진 자가 영원히 그 권리를 가진 자가 영원히 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화풍은 작품의 제목이 아니지만 상표법상 상장(trade dress)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상장이란 개념은 아직 우리 나라에는 생소하다. 어떤 물건..

존 콜트레인의 india

흐린 하늘 아래의 지친 출근길. 지하철에서 읽을 책 한 권. 몇 주 전부터 프린트해놓고 읽지 못한 여러 저널의 기사들. 영문 비즈니스 저널 한 권과 몇 달째 쓰고 있는 노트. 그리고 재즈. 내가 알고 있는 재즈 중에서 가장 프리하면서도 극적인 도입부를 가진 음악. India.귀에 오래된 이어폰을 끼고 존 콜트레인와 에릭 돌피가 수놓는 극적인 긴장감을 즐겼다. 지하철 역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이번 지하철역에서 다음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지하의 공간 안에서, 그 긴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내 평범한 일상은 시작되었다. 유투브에서 음악을 옮긴다. 이렇게 콘텐츠를 쉽게 구하지 못했던 지난 날엔 어떻게 살았던 것일까. 반대로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자, 콘텐츠의 가치는 더 떨어지는 느낌이다. 존 콜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