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의 사회적 상상
찰스 테일러 지음, 이상길 옮김, 이음
기대했던 것만큼 책은 재미있지 않았다. 하긴 이런 인문서를 읽으면서 재미를 바란다는 것도 다소 당황스러운 종류의 일일 게다. 찰스 테일러는 역자의 말대로, '현재 도덕철학과 정치철학 분야에서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서구 사상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하지만 찰스 테일러의 이름을 듣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찰스 테일러의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그의 다른 저작, ' The Ethics of Authenticity'(불안한 현대 사회)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읽은 '근대의 사회적 상상'은 '불안한 현대 사회'과 비교한다면, 다소 재미있는 구상이긴 하지만 호소력 있는 저작은 아니었다. 도리어 헤겔주의자로서의 찰스 테일러를 드러내며, 근대의 여러 기획들은 계속 이어지며,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의 독특한 시각, 근대(modern) 형성의 깊은 영향을 끼친 물질적 자본주의(혹은 경제적, 물질적 사회형태)의 변화 대신 근대의 관념적인 기획으로만 근대의 형성을 서술하면서, 단일화된 근대성이 아닌 다원적 근대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 역자 후기 중에서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재미라고 할 것은, 철학서 답지 않게 문화적 양식 분석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종종 흥미로운 사례와 분석이 등장하여 흥미로움을 더하기도 한다.
찰스 테일러와 근대의 시작과 발전에 대한 색다른 분석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읽을 만한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찰스 테일러의 또 다른 서적을 한 권 주문했다. 주문한 책은 그의 헤겔 연구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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