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출장이 있었다. KTX는 너무 피곤해 비행기로 내려가 회의장소까지 택시를 탔다. 화물차가 많이 다니는 부산 신항 근처 도로. 정신을 차려보니, 대형화물차량이 택시를 밀고 있었다. 약 70미터를 밀려내려갔다. 택시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어떻게 부딪혔는지 기억 나지 않았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어디를 다쳤는지 확인조차 되지 않았다. 택시가 밀려 한 바퀴 돌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한 쪽 면은 다 엉망이 되었지만, 뒤집어지지도, 트럭 밑으로 깔리지도 않았으니, 구사일생이라고 해야 하나.
이게 몇 주 전 일이다. 실은 작년 말부터 시절이 좋지 못하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고, 누군가의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서로에게 좋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가끔, 혹은 자주 우리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게 된다. 그건 타고난 본성 탓도 있겠고, 어두운 사회 분위기나 환경 탓도 있을 것이다. 실은 후자의 영향이 크다.
나는 대체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 믿음은 허위로 밝혀졌다.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마음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대화를 하지만, 대화 속에 가시가 드러나고 스트레스가 심하다 보니, 술을 마시면 폭주를 하게 된다.
설 연휴가 지난 다음 바로 교통사고를 당했고 지금은 한의원을 다니며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액땜일까. 올해 뭔가 좋은 일이 생길까. 아니면 그렇지 않을까. 환경이 변하니 마음이 약해지고 약해진 마음은 자연스레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자.
읽던 책들이나 마저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