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보드 굽타 Subodh Gupta
Seoul. 1 Sept - 10 Oct, 2010
Arario Gallery
현대 미술에도 주류와 비주류가 있을까? 아직까지 우리들은 서구에서 인정받아야만 대단해지는 걸까? 그럴 지도 모르겠다. 수보드 굽타의 작품 앞에서 한동안 망연자실해 있었다. 니콜라 부리오의 지적처럼, 그의 작품들은 '문화적인 차이를 드러내는 개념적인 함정'일지도 모른다.
- 니콜라 부리오, '수보드 굽타에게 보내는 편지' http://www.artinculture.kr/content/view/704/28
하지만 그의 작품에서 이러한 개념적인 함정을 깨닫기 전에 우리는 현대적인 낯설음을 경험하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굽타의 작품들은 매우 현대적인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지만, 그 대화는 동아시아적이지도, 서구적이지도 않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서구 미술계에서 인정받지 않았다면, 그의 작품이 국내에 들어올 수 있었을까 라며 도리어 우리 스스로에게 자문하게 된다.
Subodh Gupta, Bullet, 2007, life-sized Royal Enfield Bullet: brass, chrome ~110 x 225 x 75 cm. Collection of the Artist.
http://imcradiodotnet.wordpress.com/2009/08/
그의 작품들은 인도의 일상에서 시작된다. 일상적 경험 속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를 다듬어 작품을 풀어내는 그의 스타일은 인도라는 세계의 로컬리티를 확연히 드러낸다. 한국의 미술, 예술계 뿐만 아니라 대중들도 동남아시아를 향해 있었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 굽타의 로컬리티는 매우 낯설고 이국적이면서 동시에 우리들의 편견 속에서 높게 평가받지 못했던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거기(인도적 로컬리티)에서 멈추지 않고 세계적인 무대로 나아간다.
- 아라리오 갤러리의 작가 소개 글 중에서 인용함.
그의 작품이 인정받는 지점은 여기에 있다. 그는 인도적 세계를 넘어서 문화적 배경이 다른 이들과 만나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태의 작품을 하고 있다. 그는 인도의 현재가 처한 문제를 인도의 일상적 오브제로 담아낸다. 그러면서 그의 일관된 주제는 흩어지지 않고 현대화 속의 삶과 죽음을 끊임없이 되새긴다. 그래서 인도 미술 속에서는 정치적 색채를 띄면서 서구 미술 속에서는 모더니티적 탐구를 드러내게 되는 셈이다.
Subodh Gupta
Untitled (Pot)
2004, Oil on canvas
168 x 229 cm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이 젋은 인도 작가의 작품은 여러 모로 많은 시사점을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수보드 굽타는 인도의 문화적 요소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었다. 몇몇 한국 작가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지 않았을까. 그리고 나는 도리어 서구의 미술 관계자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되었다. 그들은 이국적이고 낯선 타자성을 편견없이 받아들이면서 아직까지 현대 미술의 주류는 서구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주지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작품 이미지는 전시 소개와 인용의 목적 이외는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위 이미지들 대부분은 인터넷으로 구한 것이며,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전시된 작품을 인용되지 않았습니다(이미지를 구하지 못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