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소설을 조금 쓰다 커피를 마시고 두 손으로 머리를 붙잡곤 비명을 질렀다. 에릭 사티를 듣고 있었다. 고대의 도시 위를 지나가는 탱크들 사이로 희망은 피어오를까.
이제 내 나이도 서른 하나다. 소설가가 될 수 있겠고 평론가가 될 수도 있다. 가난을 벗삼아, 쓸쓸함 속에서 생을 마칠 수도 있다. 그런데 소설가가 되면 뭐하고 평론가가 되면 뭐하겠는가. 내 스스로 날 구원할 없고 날 구원해줄 사랑도, 신도 없는데.
장국영이 호텔에서 뛰어내렸다. 질 들뢰즈였나. 아니면 챗 베이커였나. 호텔에서 뛰어내렸던 무수한 이들. 난 어느 호텔에서 뛰어내릴 수 있을까. 내가 뛰어내릴 때, 바람은 나에게 와서 날개가 되어줄까. 별들은 나에게 와서 노래를 들려줄까.
상큼한 봄바람이 분다. 봄바람 속으로 내 영혼을 침몰시킨다. 사랑만큼 사람을 매혹시키는 것이 있다면, 바로 죽음이다. 사랑 대신 택할 수 있는 건 죽음 뿐인 셈이다. 난 이미 죽은 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