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먼지들을 가득 머금고 있는 때묻은 가방 속에 서른 중반의 사내를 설레게 할 프루스트와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들로 가득찬 뮈세를 챙기고 김포공항으로 가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익숙치 못한 여행 탓에 기내 반입 금지 물건을 버젓이 꺼내놓고 검색대를 지나치며 땀에 미끄러진 안경을 올리며 공항 직원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래, 나에게 며칠 간의 여유가 생겼다. 어떻게든 도시를 떠난다는 것이 내 목적이었고 어떻게든 바다에 도착한다는 것이 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일행이 있는 여행에도 익숙치 못하고 혼자 가는 여행에도 익숙치 못한 탓에 맥주 마셨다. 제주 공항에서 내려 바로 서귀포로 향했다. 바다 건너 일본이나 태평양이 있는 것이 낫지, 바다 건너 전라도나 경상도가 있는 건 별로라는 단순한 생각 탓이다.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