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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새벽에 잠 들었는데, 새벽에 눈을 떴다. 마음이 무겁고 복잡한 탓이다. 

나이가 들면 사라질 것이라 믿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근심 걱정은 더 많아진다. 

내 잘못으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인생이라는 게 이런 건지 모르겠다. 


젊을 땐 내 잘못이 아니라 원래 인생이라는 게 이런 것이라 여겼지만,

지금은 원래 인생이 이런 게 아니라 내 잘못이라 여기게 되는 건 왜 그런 걸까. 

내가 제대로 나이가 들고 있긴 한 건가. 


인터넷을 떠돌아다는 영상이 기억나 다시 보게 된다. 

사랑이라 ~. 

참 미안하고 참 슬프다. 


예능프로라 왁자지껄 웃고 떠드는 사이, 

지나간 사랑에 대한 후회와 회한으로 살아온 지난 세월 사이로 고백하고 되돌이고 싶은 저 노인의 외침이

흰 눈들 사이로 사라진다. 

방송 출연진의 탄식이 흘러나오고 ... ... 

참 미안하고 슬프다. 

그게 첫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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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강변 



                                           이병률 




나는 가을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길을 잃고 

청춘으로 돌아가자고 하려다 그만두었습니다 


한밤중의 이 나비 떼는

남쪽에서 온 무리겠지만 

서둘러 수면으로 내려앉은 모습을 보면서

무조건 이해하자 하였습니다


당신 마당에서 자꾸 감이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팔월의 비를 맞느라 할 말이 많은 감이었을 겁니다.

할 수 있는 대로 감을 따서 한쪽에 쌓아두었더니

나무의 키가 훌쩍 높아졌다며 

팽팽하게 당신이 웃었습니다


길은 막히고 

당신을 사랑한 지 이틀째입니다. 



- <<눈사람 여관>> 중에서 

*** 



선릉역 지하 개찰구를 나와 지상으로 올라오는 계단 중간 즈음, 하얀 보푸라기가 날리듯 흩어지는 눈송이들을 보았다. 잠깐. 지하 전철역에서 인근한 빌딩 3층으로 가는 동안. 그리고 세 시간이 걸린 지리하고 불편하기만 했던 회의가 끝나자, 어둠이 왔고 눈은 사라졌다. 앞으로 눈은 계속 내릴테지만, 나에겐 시간은 없고, 없는 시간은 새로 만들어지는 법 없이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만 한다. 


지난 주말, 스산한 마음과 안타까움에 책을 읽었다. 오래만에 든 시집이었다. 그리고 '시집을 좋아하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모든 일이 잘 돌아가지 않을 때는 가장 좋은 것은 누군가를 핑계거리 삼는 것이다. 그리고 핑계거리가 사라지면, 자기 자신이 핑계거리가 되거나 새로운 핑계를 찾기 위해서 방랑할 것이다. 스스로 핑계거리를 내세우지 않으려고, 그리고 스스로가 핑계거리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어느 늦가을, 불편한 눈송이들은 쌓이지 않고 거리 위로 물기로 스며들었다. 그렇게 내 마음도 스며들고 얼어붙는다. 


마음 막히는 밤이 왔고 술 생각이 간절해지는 추위가 사무실을 에워싼다. 피부는 건조해지고 손가락 끄트머리에 이름 모를 풀 한 포기 자라나다가 금방 마른다. 길을 잃고 청춘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어느 11월, ... 길도 막히고 마음도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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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식물을 기르기 시작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최초는 여러 번의 실패를 거듭했을 것이고 몇 번은 아파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말 없는 식물이 침묵과 쓸쓸함 속에서 잘 자라주었고, 그렇게 몇 년이 지났을 것이다.


사무실 책상 한 켠에 화분을 놓아두고 그 옆엔 낡은, 자신의 노년을 겨우 지탱해나가는 캔우드 리시버 앰프를 놓아두었다. 화분은 소란스럽고 건조한 사무실을 잘 견디었고, 오래된 캔우드 리시버 앰프는 몇 명의 주인을 거쳐간 다음, 나에게 왔지만, 가끔 자신의 처지를 슬프하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를 내기도 했다.

오늘은 화분을 들고 건물 옥상에 올라가 얇게 내리는 비와 계절과 계절 사이의 바람 속에 놓아 두었다.

비와 바람은 옛날 이야기를 내 귀에 속삭였지만, 모던 사회에선 과거는 잊혀져야할 것들의 리스트에 속했고 내일 떠오르게 될 태양 이야기만으로도 내 일상은 여유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그렇게 하루가, 하루가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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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 Untitled
http://intempus.tistory.com/879 


어제부터 내가 폐허같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 세상의 본질이 폐허라는 생각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마치 발터 벤야민처럼. 그는 슬프게도 그의 역사철학을 파국과 폐허 위에 구축하려고 한다. 그가 냉철한 사상가로 이해되기 보다는 뛰어난 작가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문득 아무렇게 살고 있진 않은가 하는 회의가 밀려들었다. 결국엔 무너지고 말 것임을 알면서, 무너지지 않으려 노력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흔들리는 마음을 누군가가 잡아주길 바랬는데, 내 스스로 잡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되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요즘 그림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 날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시 마음을 잡아야겠다. 그리고 용서를 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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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i 2009.09.22 17:00 신고

    가을 타시나봐요. 그림이나 글 대신 밝고 힘찬 음악에 담긴 치유의 힘에 "안겨보시면" 어떨까요.. 전 종종 브람스 4번 3악장을 앗샤 앗샤 힘내는 음악으로 애용합니다만은^^;; (http://www.youtube.com/watch?v=Trr_9rXaI1U)

    아참 그리고 여쭤봐야지, 나중에 시간나시면 그 르몽드디플로마크에 나왔다는 일본에 관한 기사 얘기좀 해주세요. 웹서치를 해도 잘 안 나오네요.. 그냥 요점만 말씀해주셔도 괜찮아요.. 자포니즘을 퍼뜨리는데 엄청 기여한 나라 저널리스트들은 자기들 일본취향에 대해 뭐라하나 궁금해서요.

    • 오. 브람스.. ㅎㅎㅎ ... 감사해요.

      르몽드디플로마크에 실린 일본 기사는 좀 정리해서 포스팅해볼께요. : ) 여러 번 다루는 게 좀 낯설다는 생각이 들긴해요.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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