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2

술 마시기 좋은 한낮의 무지無知

낮술 마시기 좋은 날이다. 그런 하늘이다. 그런 빌딩 숲 강남 역삼동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오염수가 바다로 나오기 시작한 지 하루가 지났다. 그 바다를 헤엄치고 있을 고래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왔다. 인류는 멸망해도 된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어느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듯이 지금의 이상 기후는 지구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며 대응이다. 인간의 입장에서만 이상할 뿐이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다른 생명에게 피해를 주어선 안 된다. 또한 지구를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차라리 반대여야 한다. 최근 들어 형편없는 정치인들의 이기적인 행태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그러한 형편없는 이들을 향한 지지를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절망했다. 결국은 무지한 극단주의가 세상을 휩쓸고 지나갈..

낮술

대낮에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난다. 그렇게 걷고 나면 쉬이 지친다. 이젠 뭘 해도 지칠 나이가 되었다. 지쳐 쓰러져 영영 깨어나지 않으면 어떤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단 전제가 있기는 하다. 그렇게 영영 의식이 없어야 한다. 사후 세계라든가 이런 것이 있으면 안 된다. 생명의 입장에서야 살고자 하는 의지가 크지만, 우주의 입장에서는 생명이란 우연스러운 사소한 사건일 뿐이며, 생과 사는 일종의 반복이며, 등가(等價)다. 내 의식에겐 죽음이며, 사라짐이지만, 우주의 입장에서는 변화란 없다. 어차피 우주 전체적으로는 고정된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었다. 그냥 소주를 마시다 보니, 내 손이 빨라졌고 취한다는 생각 없이 그냥 마셨을 뿐이다. 최근 나는 너무 급하게 술을 마시고 순식간에 취하고 그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