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주의 2

퇴근길

발 밑에 얇고 건조하게 들리는, 사각이는 소리가 좋았다. 혼자 살 때의 기분과 가족과 살 때의 기분은 참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읽으면서 만날 수 있는,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가족의 따스함이라고 할까. 하지만 냉소적인 현대의 학자들은 외부 현실 세계 대비되는 따뜻한 가족(가정)도 19세기 자본주의 세계의 거친 성장 속에서 만들어진 이념이라고 지적한다. 정말 그런 걸까. 하긴 지금 21세기에는 따뜻한 가족이라는 이념도 무너지고 가족의 해체가 진행되고 있으니, 21세기 형 무자비한 개인주의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속에서 19세기의 만들어진 이념이라도 '따뜻한 가족'은 괜찮지 않을까.

프랑스적인 삶, 장 폴 뒤부아

프랑스적인 삶 - 장폴 뒤부아 지음, 함유선 옮김/밝은세상 프랑스적인 삶 Une Vie Francaise 장 폴 뒤부아(Jean-Paul Dubois) 지음, 함유선 옮김, 밝은 세상 1. 한 치 앞 미래를 보이지 못한다. 그저 예측할 뿐이다. 과거시제 형 소설이 가지는 매력은 여기에 있다. 과거를 돌아보면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준다. 그러한 소설은 미래에 대한 숨겨진 공포를, 아찔함을, 내일을 향해 발을 내밀기가 무섭다고 독자를 향해 중얼거리는 양식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일의 삶을, 고통스럽고 미련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양식이다. 90년대 이후, 한국의 과거 시제 형 문학(후일담 소설/시)은 과거의 파란만장한 열정과 시행 착오에 대해서 끊임없이 합리화하려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그것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