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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카프카의 드로잉을 한참 찾았다. 뒤늦게 발견한 카프카의 그림. 하지만 제대로 나온 곳은 없었다. 


잊고 지내던 이름, 카프카. 


마음이 어수선한 봄날, 술 마실 시간도, 체력도, 여유도 가지지 못한다는 사실에 살짝 절망하고 있다. 한 때 내가 사랑하던 것들이, 나를 사랑하던 존재들이, 내가 그토록 원하는 어떤 물음표들이 나를 스치듯, 혹은 멀리 비켜 제 갈 길을 가는, 스산한 풍경이 슬라이드처럼 탁, 탁, 지나쳤다, 지나친다, 지나칠 것이다. 


내가 보내는 오늘을, 십년 전의 나는 상상하지 못했다. 똑같이 내 십 년 후의 오늘을 지금 나는 상상할 수 있을까. 


뜬금없는, 나를 향한 물음표가 뭉게뭉게, 저 뿌연 대기 속으로 퍼져나가는 새벽, 여전히 사는 게 힘들다고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 그건 변하지 않았구나.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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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루시다는 하나의 광학 장치이며, 카메라 옵스큐라는 일종의 광학 현상을 이야기한다. 원래 이 글은 좀 길고 자세하게 적을 생각이었으나, 그럴 시간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 터라, 대강 정리해보기로 한다. 


카메라 루시다는 광학자이면서 물리학자, 화학자 였던 윌리엄 하이드 울러스턴(William Hyde Wollaston)이 발명한 광학 장치이다. 일종의 드로잉 보조 도구로, 사진이 발명되기 전까지 무척 활발하게 사용되었던 장치다. 프리즘에 135도 각도의 반사면 두 개를 설치하여 비치는 이미지를 관찰자의 눈에 전달하는 장치였다. 


출처: 위키피디아 


실제로 그림의 초안을 잡거나 디테일한 부분들을 보다 정확하게 잡아내기 위해 자주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일종의 도구인지라, 어느 정도의 연습과 숙련이 필요했다. 아래 사진을 보라. 카메라 루시다를 활용해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를. 이렇게 초안을 잡고 그 위에 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드로잉과 페인팅을 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실제 카메라 루시다의 모습이다. 지금도 구할 수 있다. 꽤 정교하게 생기지 않았는가. 




출처: http://perspectiveresources.blogspot.kr/2012/03/how-to-use-camera-lucida.html  



카메라 루시다를 활용할 경우, 위 사진처럼 물체의 정확한 길이나 비례, 위치나 각도를 잡을 수 있다. 이것은 19세기 초에 발명되었고 상당히 많이 통용되었다. 그렇다면 카메라 루시다를 이용한 화가들와 그렇지 않은 화가들의 차이는? 큰 의미 없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지금 사진기를 활용하는 화가와 그렇지 않은 화가를 구분지어 가치판단하려는 것과 동일하다. 위의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제 작품성을 결정짓는 것은 카메라 루시다를 모든 화가들이 사용했다고 해서 진짜 재능은 카메라 루시다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기원전 아리스토텔레스도 언급한 광학적 현상이다. 방을 어둡게 하고 창 틈의 작은 구멍으로 외부에서 빛이 들어오도록 하면, 외부의 상이 거꾸로 벽면에 비치는 현상이다. 바로 아래처럼. 


abelardo morell : ‘camera obscura’ (photography)

The Chrysler Building in Hotel Room, Camera Obscura image

gelatin silver print, 1997 

website : http://www.abelardomorell.net/photography/cameraobsc_01/cameraobsc_01.html 



아, 이걸 사진 작품의 소재로 이용하는 사진가가 있을 줄은 나도 몰랐다. 그런데 이건 카메라 루시다보다 더 사용하기 어려워서 대단한 인내를 요구했음에 분명하다. 아래 이미지를 한 번 보라. 




출처 : http://etc.usf.edu/



아휴, 이걸 어떻게 그리고 있을 것인가. 일반적으로 화가들은 어두운 방 안에 있고 모델이나 그림의 소재가 되는 피사체는 밝은 바깥에 위치하여 아래와 같이 벽면에 비치도록 하였다. 그리고 당연히 벽면에 비치는 피사체는 거꾸로이고. 하지만 초상화라면 얼굴의 윤곽 - 눈, 코, 입, 턱선 등 - 만이라도 스케치해놓으면 작업은 매우 수월해진다. 



출처: http://blog.staedelmuseum.de/verschiedenes/techniken-der-fotografie-die-camera-obscura-teil-210 



그런데 이런 카메라 옵스큐라를 경험할 수 있는 도구는 쉽게 만들 수 있다. (아, 이런 걸 왜 미술 시간에 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했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아래는 카메라 옵스큐라를 볼 수 있는 도구를 만드는 법이다. 

출처: http://galleryhip.com/how-to-make-camera-obscura.html 



그리고 이건 실제로 만든 샘플. 



출처: http://galleryhip.com/how-to-make-camera-obscura.html  



카메라 루시다, 카메라 옵스큐라와 미술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명화의 비밀>>을 보면 보다 자세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도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짜 위대한 예술가들은 달랐다는 점이다. 결국 도구는 도구일 뿐이다. 


이 글을 쓰면서 카메라 루시다를 찾아보니, 아마존에서는 몇백불이면 구할 수 있다. 혹시 이런 도구를 통해 드로잉을 한다는 것을 경험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사진이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어서. (참고로, 인상주의 대가 끌로드 모네도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 



LUCY Drawing Tool: Another Camera Lucida from the Makers of LUCID-Art  (아마존으로 연결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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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림이다 Conversation with David Hockney 

마틴 게이퍼드Martin Gayford(지음), 주은정(옮김), 디자인하우스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Martin Gayford가 지난 10년 간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와 나눈 대화들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책 제목은 <A Bigger Message : Conversation with David Hockney by Martin Gayford>, 한국 번역서의 제목은 <다시, 그림이다: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 




Mr and Mrs Clark and Percy

Acrylic on canvas, 1970-1971

305 cm × 213 cm, Acrylic on canvas, Tate Gallery, London




데이비드 호크니? 이 글을 읽는 이에게 데이비드 호크니를 설명해야 하나? 먼저 그는 화가다. 생존해 있는 영국 최고의 화가이며, 평단, 예술가, 화상 등을 가리지 않고 최고로 인정하는 예술가다. 그는 <명화의 비밀Secret Knowledge : Rediscovering the Lost Techniques of the Old Masters>이라는 책을 통해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와 카메라 루시다camera lucida를 통해 그림을 정교하게 그린 화가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르네상스 이후 몇몇 화가들이 사용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되던 방식을 대부분의 화가들이 이용하였음을 책을 통해 밝혔으며, 이 방식으로도 위대한 화가들을 따라잡지 못했음을 설득력 있게 기술하기도 했다(하지만, 논란거리만을 쫓는 평자들에겐 미술사에서 유명한 화가들이 사진과 같은 원리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베겼다는 데에만 집중했고 일반 독자들에게도 그렇게 알려지기도 했다). 




명화의 비밀

데이비드호크니저 | 남경태역 | 한길아트 | 2003.10.01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나에게는 2000년대 후반 갔던 파리 피악Fiac(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에서 내 눈을 단숨에 사로잡은 단 한 점의 풍경화를 그렸던 예술가이기도 하다. 지극히 편파적이긴 하지만, 데이비드 호크니만 제대로 알아도 현대 미술의 대부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데이비드 호크니는 사진, 영화, 무대 미술, 회화 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미술의 의미를 다시 묻고 있다) 






나도 그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대 미술을 이해하기 위해 어려운 미술 용어들로 도배되고 제대로 된 분석 없이 양식만 훑는 미술 입문서나 전문 교양 서적을 읽는다. 한 때 지적 허영에 가득 차, 그런 책들을 읽으며 우쭐대기도 했지만(그런 책들로 인해 우리가 조금이나마 앞으로 간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현대 미술이란 지독하게 어려운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일상 생활에선 사용하지 않을 단어를 써가며 미술 작품을 논하는 모습은, 진정 위대한 작품을 모독하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 책, 이 대화집은 그런 전문 용어 따윈 거의 나오지 않는다. 원근법에 대한 기술은 다소 어려울 수 있겠지만, 대부분 그린다는 것, 본다는 것에 대해 집중한다. 



내가 사람들을 차에 태워 여기로 올 때 길이 무슨 색이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들은 대답하지 못했지요. 10분 후에 내가 같은 질문을 다시 하자 그들은 길의 색이 다르다는 점을 알아보았습니다. 그 후에 그들은 "길이 무슨 색인지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그런 질문을 받지 않았다면 길의 색은 그저 길색일 뿐입니다. 무엇인가를 바라볼 때 자신이 보고 있는 것에 대해 항상 이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그래야 사물을 훨씬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84쪽) 





누군가는 이 책에 실린 호크니의 의견이 호크니만의 의견이라고 여길 지도 모른다. 그는 사진(카메라)은 기술일 뿐이고 작품으로서의 사진은 드로잉의 영역 속으로 들어와 있고, 영화는 드로잉에서 시작한 미술의 역사 속에서 사진을 거쳐 사진들의 연속물로서 미술의 역사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아이폰와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며 포토샵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은 늘 자신을, 예술가를 흥분시킨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계가 사진처럼 보인다고 여깁니다. 나는 사진이 대부분 맞지만, 그것이 놓치고 있는 약간의 차이 때문에 사진이 세계로부터 크게 빗나간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바로 그 지점이 내가 찾고 있었던 바입니다.(47쪽) 



드로잉과 흔적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매체를 탐구하는 것을 즐길 것입니다. 나는 기술에 미친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시각적인 것은 어떤 것이나 나의 흥미를 끕니다. 매체는 흔적을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것이지 흔적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98쪽) 




Place Furstenberg, Paris, August 7,8,9, 1985 #1

Photographic collage, 88.9 x 80 cm

Collection of the artist



이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는 어떻게 보고 어떻게 그리느냐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결국 드로잉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제대로 된 드로잉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세히 끈질게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네, 그렇죠. 그(반 고흐)가 그랬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맞습니다. 반 고흐는 많이 응시했을 겁니다. 틀림없이 아주 집중해서 보았을 겁니다. 사실 오랫동안 작업하면 눈이 아주 피곤해집니다. 그러면 그저 눈을 감아야 합니다. 전적으로 강렬한 응시를 했기 때문입니다. (185쪽) 



정말로 뛰어난 소묘화가에게는 공식이 없습니다. 각각의 이미지가 새롭습니다. 렘브란트와 프란시스코 고야, 피카소, 반 고흐의 작품이 그렇습니다. 렘브란트나 반 고흐의 작품에서는 같은 얼굴이 반복되지 않습니다. 그들의 작품에는 항상 개개인의 특징이 드러납니다. (187쪽) 




A Bigger Splash

1967, Acrylic on canvas

243.8 x 243.8 cm

Tate Gallery, London



현대 미술에 관심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 책에는 정말 많은 예술가들의 이름이 나온다. 북유럽 예술가들의 한글 표기가 마음에 들지 않고(베르메르Vermeer를 페르메이르로 옮기고 있는 등 많은 이름이 다소 낯설게 - 영어 식인지 모르겠지만 - 옮겨졌다), 한 두 군데(내가 발견한) 오역이 보이지만, 이름과 작품 명 뒤에는 원문 표기가 되어 있고 문장은 쉽게 잘 읽히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그리고 용지의 선택이 무척 마음에 들고 인쇄 품질도 좋다. 도판은 작지만 꽤 선명하다. 


이번 여름, 데이비드 호크니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면, 몰랐던, 혹은 알고 있다고 여겼던 미술을 새삼스럽게 다시 알게 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그림이다

마틴 게이퍼드저 | 주은정역 | 디자인하우스 | 2012.10.20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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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마르네 강둑에서', 1938 



"언젠가 그(카르티에 브레송)는 내게 자신이 사진을 구성하는 방식은 기하학의 문제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그가 세계를 볼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세계를 즉각 평면적인 방식으로 볼 수 있는 능력도 지녔음을 의미합니다." - 데이비드 호크니 



호크니를 통해 사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진은 새로운 형태의 드로잉이며 미술이고 예술이다. 이는 브레송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의 열정은 사진 '자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고 피사체의 정서와 형태의 아름다움을 찰나의 순간에 기록하는 가능성, 다시 말해서 보이는 것이 일깨우는 기하학을 향한 것이다. 

사진 촬영은 내 스케치북의 하나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1994년 2월 8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루마니아,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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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Head of a Woman in a Hood
Greuze, Jean-Baptiste.
Red chalk. 38.9x31.1 cm
France. 1760s

그뢰즈의 드로잉이다. 그뢰즈의 다른 작품을 찾다가 발견한 작품이다. 무척 마음에 든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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