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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알렉상드르 졸리앙(지음), 성귀수(옮김), 책읽는수요일 




"오늘은 어제보다 덜 나빴다. 그런 오늘보다 내일은 좀 더 나을 것이고, 그렇게 계속 나아질 것이다.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 하기를. 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하나의 원칙만을 고수할 것이다. 마치 살아서 다른 할 일이 없는 사람처럼, 주님이 나를 세상에 내신 이유가 오직 그것뿐인 것처럼, 그리하여 오로지 그 하나를 이루는 일에 나의 구원이 달려 있는 것처럼, 모든 사소한 일, 작은 기도, 세세한 규칙들을 철저히 수행해나갈 것이다."

"이 원칙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자각하고, 자기가 하는 일에 전략을 다하며, 신이 지켜보는 앞에서 굳건히 매진할 것을 내게 요구한다. 하지만 정작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그런 원칙이 일상의 처음 취하는 동작에서부터 꼼꼼히 적용되어야만 한다."

- 교황 요한 23세, <<영혼의 일기>>, 1962년 12월 23일 (54쪽에서 재인용) 



부끄러웠다. 졸리앙의 글을 읽으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어느 순간 세속에 물들어 적당히 거짓말을 하고 적당히 타협을 하며 사소한 나쁜 행위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잊고 지내던 것이었다. 소년이었던 시절, 나는 내 삶의 지향점이 분명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으며, 사랑은 날 떠났고, 나에게 실패했으며, 모든 것들은 내가 원하던 대로 움직였다고 생각했으나, 그건 내 착오였다. 그 착오의 영향은 꽤 심각해서 아직도 허우적되고 있다. 그 때의 나는 오만했으며, 타인의 충고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터무니없는 낙관주의로 날 나락으로 몰아가고 있었지만, 그것을 알지 못했다. 



졸리앙은 그런 이야기를 하진 않는다. 다만 그의 육체적 고통에 대해서, 자신이 벗어나고 했던 그 불완전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싸워왔음을 이야기할 뿐이다. 인터넷 서점(혹은 책 표지)에서의 저자 소개는 아래와 같다. 



1975년 스위스 시에르에서 트럭운전사 아버지와 가정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탯줄이 목에 감겨 질식사 직전에 기적적으로 태어나 뇌성마비를 갖게 되었고, 3살 때부터 17년간 요양 시설에서 지냈다. 장애로 인해 불편과 고통, 난관에 수없이 부딪히면서 그는 내면에 잠자고 있는 인식에 대한 강렬한 갈증을 느껴 철학에 빠졌다. ... 

- 인터넷서점 작가 소개 




"실재성과 완전성을 나는 같은 것으로 이해한다." - 스피노자, <<에티카>>, 제2부 정의 6



스피노자의 저 한 마디는 졸리앙의 인생 전체를 위로 끌어올린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이 표현은 아래의 글귀로 이어진다.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바 그 직관, 즉 우리 모두가 불성을 타고 났다는 위대한 깨달음과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 94쪽 




이 책은 '내려놓음'에 대한 명상과 그 서술로 이루어져 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 졸리앙은 나직한 목소리로 그리스도교와 불교를 오가며 부족한 자신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육체를, 자신의 일상을 통해서 그것을 담담히(아마 처절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적는다. 그런데 그 울림이 작지 않아서, 책을 한 번 잡으면 놓지 못한다. 


나는 알렉상드르 졸리앙에 대해서는 신문 칼럼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역시 이 책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마치 짧은 힐링 여행 같은 책이라고 할까. 마음의 여유를 잃기 쉬운 요즘, 이 한 권의 책이 휴식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추천한다.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 8점
알렉상드르 졸리앙 지음, 성귀수 옮김/책읽는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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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브리지 로빈슨 칼리지에서 역사와 미술사를 공부한 마크 퀸Marc Quinn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각가이나, 그의 작품은 시대를 초월한, 대단한 작품성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지는 않다(도리어 현대 예술이 어쩌다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그의 질문 제기를 한 번 귀담아 들어보는 것도 현대 미술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마크 퀸의 'Self'라는 작품이다.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색깔을 보고 무언가를 상상했다면, 그 상상했던 그 무엇이 맞다. 4.5 리터의, 약 5달 동안 모은 자신의 피를 얼려 만들었다(첫 작품 제작 기간임). 먼저 자신의 얼굴을 석고로 뜬 다음(casting), 자신의 피를 넣어 얼려서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크기는 어느 정도 될까?


Marc Quinn, Self
82" by 25" by 25"
blood/stainless steel, Perspex, refrigeration equipment, 1991
이미지 출처: http://www.maryboonegallery.com/artist_info/pages/quinn/detail1.html 


82인치에 25인치라, 대략 계산해보면 높이만 무려 2미터다. 더 놀라운 것은 세계적인 콜렉터이자, 현대 영국 미술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드는데 일조한 찰스 사치는 이 작품을 1991년도 만삼천 파운드에 구입했다는 것이다.
(요즘 수준으로 따지면 얼마 정도나 할까? 뭐, 별로 궁금하지도 않지만. 아참, 아라리오 김창일 회장도 한 점 가지고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총 4점이 제작된 상태다. 얼마 전 한국에 방문했던 마크 퀸은 약 6주에 한 번씩 헌혈을 해 약 5년 정도를 모아야, 한 점 정도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도대체 이런 작품을 만드는 이유는 뭘까?

Marc Quinn, Kate Moss(Endless Column)
178x54x51cm, Painted bronze
2007

얼마 전 평창동 가나아트에서 전시된 케이트 모스(Kate Moss) 시리즈들 중 하나다(국내에서 처음 있었던 마크 퀸의 전시였는데, 조용히 지나갔다).  저 이상야릇한 포즈는 요가(Yoga) 에서 가지고 온 것이다. 케이트 모스와 요가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가의 본래적 의미, 명상이나 영적 단련을 떠올리기 보다는 (내가 이상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성적인 자극만 주는 작품이다.

마크 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떠올렸고 그래서 이 작품들을 하게 되었다고 했지만, 이상적인 아름다움(ideal beauty)라고 하기에는 다소 ... ㅡ_ㅡ;;
(실제 마크 퀸은 케이트 모스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으며 그녀를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미지출처: http://theworldsbestever.com/2008/01/24/kate-moss-thursday-2 

Alison Lapper Pregnant
이미지 출처: http://mocoloco.com/art/archives/001480.php 

위 작품 '임신한 앨리슨 래퍼'는 마크 퀸의 대표작이며,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정상과 비정상, 아름다움과 추함, 그 어느 사이 쯤 위치해 있는 듯한 이 작품은 우리에게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과 정의에 대해 묻고 임신한 앨리슨 래퍼, 즉 엄마, 생명잉태에 대한 경외감까지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 즉 육체란 무엇인가라고 묻으며, 인간 존재에 대해 탐구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Marc Quinn, Innoscience
10" by 27" by 13"
medical milk formula/synthetic, polymer wax
2004

실은 생명에 대한 경외감보다는, 생명의 신비보다는, 반대로 '이따위 생명으로 왜 살아가는 걸까', '혹은 살아가야만 할까'를 떠올리게 되는, 내 삐딱한 시선 때문일까? 이미 죽어 박제가 된 듯한 저 어린 아이의 모습에서 살아가면서도 이미 죽은 상태, 어쩌지 못하는 삶의 노예가 된 현대인의 자화상을 떠올리는 건 왜일까?


Meditation on Illusion, 81.5x43.5x64.5cm, Painted bronze, 2007
이미지출처: http://www.ganaart.com/exhibitions/2008-07-11_marc-quinn/#


위에서 볼 수 있었던 마크 퀸의 작품들은 실은 '삶과 죽음에 대한 알레고리'를 담고 있다. (이는 데미안 허스트도 마찬가지다.) 해골은 서양미술사에서 '바니타스vanitas'를 상징하는 소재로 널리 사용되었다. 인생의 허무함을 넘어서기 위해 제목은 '명상'? 그런데 '환각 속의 명상'?

Golden Meditation, Bronze, 2008 
(* 파리 Fiac 2008에서 찍은 사진임) 

이번엔 '황금빛 명상'? 자, 그렇다고 케이트 모스가 빠질 수야 없지.

이미지 출처: http://www.canadianart.ca/art/books/index1.html


피악에서 마크 퀸의 '황금빛 명상'을 보았을 때, 무척 흥미로웠다. 설마 'Self'의 그 마크 퀸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YBAs의 예술가들 대부분이 현대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벗어날 수 있는 추상적이고 의미있는 질문을 매우 잘 던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냥 지나가는 말로, '우리 왜 사는 걸까?', 혹은 '왜 살고 왜 죽는거지?'라고 했을 때,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YBAs의 예술가들은, 인류의 문명이 시작할 때부터 던져온 어떤 질문,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 그 누구도 속 시원히 답하지 못한, 오직 창조주 신만이 아는  질문을,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던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크 퀸이 해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것을 환기시킬 뿐이다. 자극적인 것들만 찾아해매는 전 세계의 기자들과 천박한 호기심으로 무장한 세속 사람들에게 '우리에게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 던지기를 하는 셈이다. 내가 보기엔 전혀 먹히지도 않는 질문 제기이긴 하지만.




* 위 작품 이미지의 저작권은 다른 이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퍼온 것이며, 문제가 될 경우에는 삭제하도록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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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보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

  • 2008.11.28 18:53

    비밀댓글입니다

  • 예술에 대해 조금 보수적이시군요..예술 역사의 한 시대마다 뛰어난 작품들은 그시대를 반영했기에 언제나 질타가 있었죠 지금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로댕이나 브랑쿠시 자코메티 등등도 그랬었죠...조각의 역사에서 옛시대의 미켈란젤로도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었구요 언제나 문제는 과거 조각의 인습적 형상과 철학을발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형식과 시대를 반영하는 리얼리즘과 사이의 논쟁이었으니...

    • 좀 보수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실은 마크 퀸의 모든 작품들에 '정서적 공감'을 하지 못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같네요. 'golden meditation'은 무척 마음에 들었으나, 다른 작품들은 좀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소재나 주제를 잡는 감각은 좋은데, 딱 거기서만 멈춰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뭐, 현대 미술이 개념적인 방향으로 경도되어 있긴 하지만서도.... 다양한 현대 작품들을 보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마크 퀸도 한 번 정리해보았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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