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9

프라하 여행길의 모차르트, 에두아르트 뫼리케

프라하 여행길의 모차르트 / 슈투트가르트의 도깨비 에두아르트 뫼리케(지음), 윤도중(옮김), 문학과지성사 두 편의 짧은 소설이 담긴 이 책은, 순전히 모차르트가 들어간 제목 때문이었다.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일까. 놀랍도록 감동적이진 않았다. 그러나 는 예술가 소설의 전형과도 같다고 할까. 이 소설은 추천한 만하다. 찬사를 받을 만하다. 여기에 반해 는 동화 이야기에 가깝고(역자는 '동화'라고 말한다), 이야기의 다채로움이나 전개방식도 흥미롭지만, 나에겐 가 더 재미있었다. 그 이유는, 아마 모차르트의 형상화 때문일 게다. 천재 예술가 모차르트를 어떻게 표현해내는가라는 측면에서 뫼리케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오래된 소설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점을 감안하고 읽으면 좋을 듯 싶..

파리 Paris, 명동 Myeong-dong

아직 대기 틈으로 봄이 스며들기 전, 혹은 그렇게 스며들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안은 숙녀들이 지나가던 세종로 인근 카페에 들어가 잠시 머물렀지. 시간은 쏜살 같이 지나고, 그 남자도 지나고 그 여자도 지나고 사랑도 지나고 이별도 지나고, 내 철 없고 순수하던 마음도 그렇게 지나가 버렸지. 하지만 내 몸은 철 없는 채로, 순수한 채로 여기 있는데, 이 몸에 어울리던, 그 마음은 사라지고 지치고 의욕 마저 희미해진, 누군가의 마음만 남아 그 몸과 싸우고 있었지. 그러다가 어느 새 봄이 오고, 황사가 오고, 미세먼지가 내 코와 입을 통해 내 폐로 들어오고, 내 깊은 마음 속으로 들어가, 억지로 잊고 있었던 그 옛 사랑을 떠오르게 하는 따스한 계절이 오고, 그 핑계로, 혹은 다른 핑계로 술을 마시고 자유로운 일탈..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모차르트: 차이데; 아리아, Ruhe Sanft - 펠리시티 롯/ 모차르트: 레퀴엠, K626 - 아카데미 합창단/ 라즐로 헬타이 집에 있는 아마데우스 OST LP를 듣지 않은 지도 몇 년이 지났다. 예전, 2장의 레코드판으로 된 이 앨범을 꺼내 D면 첫 번째로 나오는 이 아리아를 즐겨 들었다. 모차르트는 그냥 천재다. 이 영화는 모차르트를 바라보는 살리에르의 질투이 주 테마다. 그 위로 수놓아지는 음악들. 이 영화의 힘은 대단해서, 많은 사람들은 모차르트를 살리에르가 독살했다거나, 혹은 살리에르의 모차르트에 대한 질투와 증오가 하늘을 찌를듯했다고 믿을 지도 모르겠다. 이 스토리는 애초에 소문으로만 떠돌던(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았으나) 독살설을 푸쉬킨의 라는 짧은 극시로 시작해 피터 쉐퍼(영화 아마데우스..

토요일 밤의 Gulliver Bordeaux 2009

Gulliver Bordeaux 2009 H. Cuvlier & Fils Cabernet Sauvignon, Cabernet Franc, Merlot 국내 판매 가격은 63,000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 가격으로? 하지만 이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좋은 와인들은 무척 많기 때문에 보르도 와인의 전형적인 풍미를 가졌다고 하나, 이는 2-3만원 대 보르도 와인에게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와인을 2-3만원 대에서 구입한다면, 이는 적절한 선택이 될 것이다. 적절한 밸런스와 탄닌, 그리고 무겁지도 않으며 산뜻하게 입 안을 자극하였다. 고기와 함께 먹는다면, 이 와인은 매우 좋을 듯 싶다. ** 와인을 마시며 아래 두 음반을 들었다. 카렐 안체를의 '모차르트 레퀴엠'과 첼리비다케의 '모..

正義의 길

문자 한 통을 보내고 난 뒤, 어지러운 방안을 쳐다보았다. 청소를 해야 하는데, 어디에서부터 해야할 지 난감하다. 몇 주째 몸상태가 좋지 않아, 집에 들어와선 잠만 잔 탓이다. 오전에 세차게 퍼붓던 비는 잠시 멈추고 바람만 요동치듯 집 안을 휙 스치고 지나간다. 그런데 살아간다는 게 뭘까. 하루종일 일하고 그것도 모자라, 주말에도 일하고, 그것도 모자라 틈만 나면 책 읽고 글 쓰고 음악은 집중해서 듣고 ... ... 참 재미없는 삶을 사는 건 아닐까. 비트겐슈타인을 읽고 나면, 말할 수 있는 것이 얼마 없다는 것에 경악하고 만다. 그 앞에선 보여주어야 할 것만 있는 듯 싶다. 아마 리 호이나키도 보여주기 위해서 산 것은 아닐까. 正義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 - 리 호이나키 지음, 김종철 옮김/녹색평론사 ..

일요일 음악 여행

7월 초의 더위는 이기기 위해 옥상 바로 밑, 빌라 4층의 모든 창문들을 열어두었으나, 뜨거운 대기는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음악을 들었다. Anner Bylsma의 바로크 첼로 작품집을 들었다. 역시... [수입] 프레스코발디 & 가브리엘리 외 : 바로크 첼로 작품집 - Anner Bylsma, Didewy Scheifes, Bob Van Asperen/DHM 그 다음에는 빌 에반스 트리오의 'Sunday at the Village Vanguard'였다. LP로 구입한 이 음반. 수 년전에 구입해두었다가 최근에서야 자주 듣고 있다. [수입] Bill Evans Trio - Sunday At The Village Vanguard [24-Bit Remastering] - 빌 에반스 ..

꽃 52

눈발 날리는 날이면 기억 나는 시 한 편이 있다. 늘 생각날 뿐, 외우진 못한다. 이 시를 쓴 시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그가 사랑하던 춤과 그림, 음악은 그의 글 속에 남아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젠 서점에서 구할 수도 없을 시집을 서가에서 꺼내 헛기침 한 두 번 한 후, 소리 내어 읽어본다. 그러자 내리던 눈은 그치고 하늘은 어느 새 겨울 태양의 빛으로 가득 찬다. 내 희망은 보잘 것 없고 내 사랑은 늘 부주의하게 걷다, 길가 돌부리에 넘어져 상처를 입는다. 그럴 때 위로가 되는 것이 있다면, 모차르트와 오래된 시가 아닐까. 꽃 52 김영태 (1936~2007) 차의 시동을 걸면 성에 낀 유리가 맑아진다 마음은 반대로 어두워지고 희끗희끗 눈발이 날려 내 마음이 당신에게 가고 있다 못 견디게 ..

모차르트 평전, 필립 솔레르스

모차르트 평전 필립 솔레르스(지음), 김남주(옮김), 효형출판 필립 솔레르스(Philippe Sollers). 그는 첫 소설인 를 20살 때 쓰고 21살 때 발표한다. 그의 첫 장편인 은 22살 때 발표한다. 그리고 그는 이 장편 소설로 일약 프랑스 문단의 별로 떠오른다. 이 때 많은 사람들이 필립 솔레르스를 (다소 과장이 포함되어 있었겠지만) 레이몽 라디게, 마르셀 프루스트와 비교했다. 이후 그는 이라는 문예이론잡지를 창간해, 프랑스 후기 구조주의 이론의 탄생을 주도한다. 그러나 그의 소설 몇 편이 번역되었지만, 번역된 그의 문장은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다소 난해했고 한국의 작가나 문학 평론가들에게 필립 솔레르스는 호사(好詞)적 용도로만 쓰였을 뿐이다. 기괴하면서 어쩐지 슬픈 기분에 나는 젖어 있었다...

모차르트

“모차르트의 생애와 작품에서 단절이 없었다는 것은 희귀한 일입니다. 모든 것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가 어린시절에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어휘 하나는 쥬피터 교향곡에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흥미롭게도 모차르트는 실생활에서는 자신이 처리할 수 없는 일들과 부딪혔던 반면에 자신의 예술세계에서는 모든 것을 장악했습니다.”(아르농쿠르) 출처: 고싱가숲(http://www.gosinga.net/archives/432)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을 때면, 그 순수함이 도리어 낯설어지기까지 한다. 삶의 문제와는 무관한 듯한 그의 음악은 유미주의적이다. 그래서 계속 빠지는 것일까. 아르농쿠르의 저 대답은 너무 마음에 든다.

예술의 우주 2007.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