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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데미한 허스트의 작품



제프 쿤스도 그렇고 데미안 허스트도 그렇고 현대 미술에서 잘 나가는 스타 예술가들을 보면, 진지함보다는 번뜩이는 재치와 탁월한 유머와 놀라운 비즈니스 감각과 만나게 된다. 더 놀라운 것은 풍부한 비평적 언어와 적절한 우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소재/주제를 제시하고 어느 공간에서나 어울리면서 그 중심에 예술 작품이 위치할 수 있도록 만든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궁금하게 한다. 예술작품 앞에선 한 마디도 하지 않을 사람이 무조건 한 두 마디를 말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데미안 허스트는 실패하지 않는 작가가 된다. 다른, 심각하고 진지한 예술가 앞에 서서 현대 미술을 주도하는 예술가가 되는 셈이다. 


현대를 가벼움으로 만드는 것은 아마 현대의 공기일 것이다. 느린 속도는 태도의 진지함을 부르고 빠른 속도는 사고의 가벼움을 부른다. 연예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고 만남도 그렇다. 현대는 본질적으로 허무함이 극에 이른 시대다. 이는 보들레르가 진단한 바, 덧없는 모더니티의 연장선상이기도 하지만, 백년 전에는 그것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면 지금은 삶의 일부로 허무함이 내려앉아 익숙해진 시대라, 그 체감 온도는 다르다. 그래서 그 누구도 현대의 허무함을 말하지 않는다. 반대로 장 보드리야르처럼 그 덧없는 허무함에 삶과 인생을 기대고 그 속으로 사뿐하게 내려앉는 꿈을 꾼다. 아니면 기존의 모든 것들에 대한 종말을 선언하거나 해체하며 새로운 것을 불러들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이미 가고 아직 오지 않는 시대'가 현대가 된다. 종종 현대를 고전적 현대로 파악하기도 하지만, 이는 아주 짧은 순간, 20세기 초반 세잔, 젊은 피카소, 몬드리안이나 말레비치 등에게서 언뜻 스쳐지나갔을 뿐이다.


결국 저 허무함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연인이라는 존재는 결국 떠나갈 것이기 때문에 연인이며, 뜨겁던 사랑은 결국 차갑게 식어갈 것이기 때문에 사랑인 것이다. 


프로젝트 초반부터 삐걱대는 곳에 와서 뭔가 해결 책을 찾아보지만, 쉽지 않다. 어느 프로젝트에선 예상했던 것보다 품질 수준이 높고 난관이 예상된다. 다행인 것은 시간은 흐른다는 사실. 그런데 그 시간이 흘러서 뭘 할까. 결국 허무할 것을. 


내가 바로크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허무함을 인지하면서도 고전적 태도로 직진했기 때문이다. 바니타스 작품들이 나왔으나, 그것은 생동감 넘치는 삶의 반성이거나 도리어 이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느냐였다. 그래서 렘브란트는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며 초상화를 그릴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17세기 유럽이 아니고 나 또한 예술가가 아니다.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건가. 그래서 뭘.... (체력도 예전만 못하고 상황도 여의치 못해 술마저 줄이고 있는데...아, 디오니소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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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의 수첩 

샤를 보들레르(지음), 이건수(옮김), 문학과지성사, 2011년 





1846년 산문과 1863년 산문이 함께 실려있고 죽은 후 나온 수첩까지 실린 이 책은 기억해둘만한 보들레르의 작은 산문들을 모았다. 각각의 산문들은 19세기적인 묘한 매력과 허를 찌르는 감각으로 채워진다. <<현대적 삶의 화가>>는 너무 유명한 산문이라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다. 



문학청년들에게 주는 충고 


지금 나이로 보자면, 문학청년 시기쯤으로 분류될 이십대 중반에 쓴 산문이다. 그 스스로도 이렇게 살지 못했을 텐데, 이런 충고를 썼다는 건 그만큼 문학 활동에 자신있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이런 이율배반은 그의 생애 전반에 나타나는 바이기도 하다) 


시란 가장 많은 수입을 가져다주는 예술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 20쪽 


이런 놀라운 사실이! 실제 그랬는지, 아니면 그의 바람이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이 산문은 보들레르스럽지 않은 단정함으로 채워져 있다. 




사랑에 대해 위안을 주는 경구들 



위안을 주진 않는다. 사랑에 대해 쓴, 읽을만한 산문 정도가 될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산문은 꽤 솔직하다고 해야할 것이다. 


위대한 시인이기를 원하는 젊은 당신은 사랑에 있어 모순을 경계하라. 처음 파이프를 피우고 취한 학생들이 풍만한 여인을 목청껏 찬미하도록 내버려두어라. 이런 거짓말은 유사 낭만파의 풋내기 신도들에게나 줘버려라. 만약 뚱뚱한 여인이 때로 매력적인 난봉의 대상이 라면, 마른 여인이란 어두운 관능의 깊은 우물인 것이다! 

- 28쪽 



그나저나, 사랑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보들레르는 평생을 잔 뒤발Jeanne Duval과의 동거와 결별을 반복한다. 보들레르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지만, 최근에서야 보들레르 연구에 그녀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부각되었다.  



잔 뒤발(1820 ~ 1862/1870, 아이티 태생의 혼혈)



마네가 그린 잔 뒤발(1862년 작)



보들레르가 그린 잔 뒤발



쿠르베의 <화가의 아틀리에>(1855년) 속에서 잔 뒤발이 나온다. 여러 여자들과 관계를 맺었던 보들레르가 쿠르베에게 잔 뒤발을 그림에서 지워달라고 요청했고 쿠르베는 친구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편에서 오른쪽 책을 읽는 보들레르 옆 흔적으로만 잔 뒤발은 남아 있을 뿐이다. 아래는 확대한 이미지다. 



  




장난감의 모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산문이다. 장난감, 어린 아이, 자신의 추억이 뒤범벅이 되어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나, 주위를 빙빙 맴돌 뿐이다. 



현대적 삶의 화가 


모더니즘/포스트모더니즘 관련 서적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산문이다. 그래서 이 산문을 읽지 않은 이라도, 아래 문장은 기억할 것이다. 



현대성은 예술의 절반을 구성하는 일시적이며 스쳐가는 우연적인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영원하고 불변하는 것이다. 

- 53쪽 



하지만 이 산문의 두 번째 챕터인 '댄디'가 더 흥미진진하다. 댄디의 시대는 지나갔지만, 댄디의 시대를 그리워해야할 필요는 언제나 있다. 지금/여기에서도. 



댄디즘은 지는 태양이다. 저무는 별처럼 수려하고, 열기도 없으며 우수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어쩌랴! 민주주의라는 밀물이 모든 것을 휩쓸어 평준화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인간 자존심의 이 마지막 대표자들을 삼쳐버리며, 비범한 난장이들의 흔적들 위로 망각의 물결을 쏟아붓는다. 

- 63쪽 




보들레르의 백일몽이었던 연극


그는 연극(희곡)을 한 편도 완성하지 못했다. 이 편지는 배우에게 연극을 쓰겠다며 20프랑을 빌려달라는 내용이다. 



천재의 잡기장, 보들레르의 수첩 


글을 쓰겠다는 계획, 여기저기 빌리거나 줘야할 돈들의 목록이 있다. 보들레르는 젊은 시절(한국 나이로 스물두세살 때) 10만 프랑이라는 막대한 유산을 받았으나, 불과 2년만에 거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쓴다. 그리고 이 때 잔 뒤발을 만난다. 그녀와 함께 엄청 돈 쓰고 다닌 셈이다. 1842년에 10만 프랑의 절반 정도를 사용했다고 생각해보라! 그리고 가족에 의해 금치산 선고를 받는다. 그 이후 보들레르는 공증인에 의해 매달 약 200프랑 정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이 금액도 그 당시엔 꽤 될 것같은데), 무절제한 소비로 부채를 달고 다녔다. 





Portrait de Charles Baudelaire en 1844 par Emile Deroy (1820-1846)



짧은 산문집의 리뷰가 잔 뒤발의 이미지 목록 비슷하게 되었다. '검은 비너스'라고 불린 잔 뒤발과 보들레르와 관계는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나, 아이티 태생의 흑백혼혈이라, 프랑스 내 보들레르 연구자들에게 금기시되던 존재였다는 의견이 있기도 하다. 쿠르베나 마네의 작품에도 등장할 정도라면 당시 파리 예술계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을 텐데. 



책은 짧지만, 기억해둘만한 내용들이 많다. 다만 인문학 연구자들이나 문학에 뜻을 두고 있는 이들에게 해당될 것이다. 




* * 


흥미로운 구절이 있어 메모해둔다.  



즉 자연은 인간에게 잠자고, 먹고 마시며, 적대적인 환경에 대항하여 이럭저럭 자신을 지켜내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동포를 죽여서 먹고, 감금하고 고문하도록 부추기는 것 역시 자연이다. 우리는 사치와 쾌락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 필요와 욕구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자연이 권할 수 있는 것은 죄악뿐이라는 것을 보게 된다. 소위 무오류의 자연이 부모 살해와 식인 풍습, 그리고 우리가 수치심과 품위 때문에 언급하는 것조차 꺼리는 다른 수많은 가증스러운 것들을 만들어냈다. 곤궁하고 몸이 불편한 부모들을 부양하라고 우리에게 지시하는 것은 종교이고, 좋은 의미의 철학이다. 우리의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일 뿐인 자연은 부모들을 타살하라고 우리에게 명한다. 자연적이고 꾸밈없는 인간의 모든 행동과 욕망을 전부 훑어보고 분석하고 나면 무서운 것만 발견하게 되리라. 아름답고 고귀한 것은 모두 계산과 이성의 결과물이다. 

- '현대적 삶의 화가' 중에서 65쪽 - 66쪽 





 



보들레르의 수첩 - 10점
샤를 보들레르 지음, 이건수 옮김/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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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예술가와 사회

19세기의 특징
- 18세기에게 본격적으로 등장한 부르주아가 확고한 기반을 다짐
- 패트론 제도가 유명무실화됨: 19세기적 상황이라기 보다는 17세기부터 진전되어왔으나 18세기 후반부터 계급 갈등이 본격화되고 세속화가 첨예한 형태로 진행됨
- 이 상황 속에서 부르주아의 속된 취미에 봉사하는 예술 양식이 유행하게 됨
- 인상주의자들의 성장 배경을 형성함.

예술가의 자의식
- 현실과 이상의 갈등 속에서 자신의 예술 세계 속에서 예술적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현실 세계를 폄하하고 벽을 쌓아올림.
- “가령 셸리의 ‘민감한 식물sensitivie plant’, 비니(vigny)의 요람Moise, 보들레르의 거대한 날개 때문에 땅 위를 걷지 못하는 신청옹albatross 등이 이러한 예술가의 자의식, 예술가의 운명, 지위 등을 상징한다.”
- ‘상아탑tour d’ivoire’ : 생뜨 뵈브가 알프레드 드 비니의 생애를 묘사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 미적 은둔 생활을 위해 사회적 의무를 포기한 삶.

L’art pour l’art
테오필 고티에. “책은 젤라틴 수우프와 바꿀 수 없고 소설은 봉합흔적이 없는 한 컬레의 장화가 아니다.”, “나는 예술의 자율성을 믿는다. 나에게 있어 예술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 … “, “호머의 시, 피디아스의 조각, 라파엘의 그림은 도덕주의자들의 온갖 논문보다 인간의 영혼을 더 많이 고양시켰다.”
미의 종교religion de la beaute’ : 플로베르
esse est percipi (존재하는 것이 지각되는 것이다)
말라르메: 세계는 한 권으로 책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존재한다.
오스카 와일드 : 예술이 삶을 모방하기보다는 삶이 예술을 훨씬 더 많이 모방한다.

사실주의
후기 낭만주의적 경향으로 이해하는 학자도 있음.
빅토르 위고와 구스타브 쿠르베 : 과학과 진보에 대한 믿음.
졸라. “우리는 실험화학과 물리학을 가지고 있다.” <- 실험소설론.

사회적 책임.
위고. “예술을 위한 예술은 훌륭하다. 그러나 진보를 위한 예술은 훨씬 더 아름답다.”
콩트. “예술은 사실의 이상적인 재현이다. 그리고 예술의 목적은 우리의 완전성에 대한 감각을 함양하는 것이다.”
푸리에. 유토피아로 가기 위해 예술과 미는 필수 요건임.
프루동. “예술은 자연과 우리 자신의 이상화된 재현으로서, 그것의 목적은 인류의 신체적, 도덕적 완전성이다.”

러스킨와 모리스의 경우.
러스킨 : 미적 양식의 기능주의
“산업 문명은 인간을 기계로 바꾸어 놓았다.”
윌리엄 모리스: 장식적 예술. 바우하우스. 아르누보. 현대 디자인 개념을 만듦.
톨스토이.

12장. 오늘날의 전개 양상.
크로체와 형이상학자들.
크로체. 직관 = 표현. 따라서 “예술은 곧 표현”, 정서의 표현.
예술적 직관은 서정적일 뿐만 아니라 우주적이다.
콜링우드 : 크로체의 세계를 그대로 이어받음.
베르그송.
산타야나. 도덕주의자.
듀이. 정제되고 강화된 경험형태인 예술 작품과 일반적으로 경험을 구성한다고 여겨지고 있는 일상적 사건들 사이의 연속성, 행함과 겪음 사이의 연속성을 회복시키는 것, 이것이 과제이다.
미적 경험은 한 문명의 삶의 표명과 기록과 기념이며, 그 문명의 발전을 촉진하는 수단이다. 그것은 또한 한 문명의 질에 대한 최종적 판단이다.

기호학적 접근
다른 어떤 하나의 기호로서 기능하는 과정, 즉 기호화semiosis의 문제.
의식의 새로운 차원, 즉 자의식에까지 뚫고 들어갔으며, 기호sign와 지시체significatum (referent)를 구별해야만 수월하게 사고 할 수 있게 되었고 따라서 특징적이게도 기호론적 차원을 염두에 두면서 문제들에 접근하는 것 같다.

마르크스-레닌주의
플레하노프. 예술작품이 그릇된 관념에 기초해있으면, 내재한 모순이 필연적으로 그것의 미적 성질의 타락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재능을 입증받은 어떤 예술가라도 우리 시대의 위대한 해방적 이념들에 몰두함으로써 자신의 작품의 강렬도를 상당히 증폭시키게 될 것이다.
현상학.
예술작품은 “세계를 건립하고 대지를 생산해낸다”는 점에서 ‘단순한 사물’이나 유용한 사물(도구)과 구별된다. – 하이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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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내 마음 - 10점
샤를 보들레르/문학과지성사




<벌거벗은 내 마음>, 샤를 보들레르
이건수 옮김, 문학과 지성사



종종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구한다. 이럴 때는 우리 인생이 우리 뜻대로 되지 않고 모순으로 가득차있다고 느껴질 때가 대부분이다. 사랑하는 아내의 키스를 받고 나선 사내의 트럭이 얼마 가지 못한 채 갑자기 튀어나온 자동차나 사람과 부딪히거나 몇 년 동안 준비해온 사업이 사소한 법률 조항 하나 때문이거나 어떤 이의 꾐에 의해 모든 걸 날려버리게 될 때 우리는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구하기 마련이다.

과연 살아간다는 건 무엇일까. 이런 물음에 이 책은 현명한 답을 주지 못한다. 예술은 무엇인가, 문학은 무엇이고 사랑은 무엇인가 따위의 물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고작 이 책의 저자는, “세상은 오해에 의해서만 굴러간다./-모든 이가 의견 일치를 하는 것은 바로 보편적 오해에 의한 것이다./-왜냐하면 만약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한다면 불행하게도 결코 의견 일치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보들레르를 읽는 것일까. 참혹하고 끔찍하며 슬픔에도 불구하고 왜 보들레르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나로선 이해하기 힘들다. 보들레르를 이해하고 감동받는 이라면 분명 그는 제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나는 살아간다는 것, 보들레르를 읽는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정확히 말해 살아가면서 보들레르를 읽는 것 말이다. 보들레르의 유려한 독설을 읽으면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하긴 이런 질문보다 먼저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편이 좋겠다. 보들레르의 이 산문집은 재미있는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시를 좋아하는 여대생에게도 권하지 않고 보들레르를 연구하는 이에게도 권하지 않는다. 시를 좋아하는 여대생은 이 책을 읽고 거부감을 표시하거나 아니면 쓰레기같은 동경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하게 보들레르를 연구하는 이들은 보들레르가 한 문장 한 문장을 적어내려갈 때의 고통이나 번민, 세상에 대한 증오를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책은 누가 읽어야하는 것일까. 번번이 실패하는 사랑으로 인해 자살을 마음먹은 사내나 버림받은 여자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즉 세상에서 버림받은 듯한 기분에 휩싸여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무척 유용할 것이다.

자고로 책은 먼저 쓸모가 있어야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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