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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롱기누스의 숭고미 이론

롱기누스(지음), 김명복(옮김), 연세대학교 출판부. 2002년 




수사학 책이다. '숭고sublime'에 현혹된 셈이다. 역자인 김명복 교수에 의하면, 숭고의 개념은 수사학에서 시작되어 문화와 예술 전반에, 그리고 자연에까지 그 영역을 확장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알고 있는 '숭고'(예술과 미학에서의)와 롱기누스가 이야기하는 바 '숭고'(수사학에서의)는 다른 것이다.


이 책은 웅변술, 저술에서의 표현과 수사법에서의 숭고에 대해서 논의한다.  


진정한 숭고미란 내적인 힘이 작용함으로, 우리의 영혼이 위로 들어올려져, 우리가 의기 양양한 고양과 자랑스런 기쁨으로 충만하게 되고, 우리가 들었던 것들을 마치 우리 자신이 그들을 만들어냈던 것과 같이 생각하게 만드는 데 있다. - 29쪽 



그래서 철학적인 견지에서의 숭고라든가 조형예술에서의 숭고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책을 얇고, 읽는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어서, 지금으로부터 거의 이천년 전에도 그랬구나 하고 중얼거리며 읽는다. 말하는 방식이나 문장의 서술에 있어서의 '숭고'가 이 책의 주된 테마이며, 이 테마가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었는데, 그 흔적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따라서 숭고의 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역자의 해설이나 뒤편에 실린 워즈워드의 글도 좋다. 롱기누스도 간간히 조형예술에 대해 언급하기도 하나, 극히 일부분이다. 가령 아래의 부분 정도.



똑같은 관계가, 또한 회화에서도 일어난다. 비록 색으로 재현되는 빛과 어둠이 똑같은 표면 위에서 나란히 존재하지만, 시야를 붙잡아, 눈에 띠게 보일 뿐 아니라, 더욱 더 가까이 있는 듯이 보이는 것은, 바로 빛이다. 그런 현상은 문학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의 감정들과 숭고미의 개념들에 호소하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유사성과 탁월한 수사들이다. 이들 탁월한 수사적 비유들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주의를 끌여들여, 우리의 가슴에 호소하는 까닭에, 수사의 기교는 전혀 눈에 보이지 않는다. - 69쪽 



2002년에 출간된 책인데, 아직도 구할 수 있는 것을 보면 거의 읽히지 않는다고 말해야 할까. 실은 천병희 선생이 옮긴 롱기누스의 <숭고에 대하여>가,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도 수록되어 있으니, 어떤 이들은 천병희 선생의 번역으로도 읽었을 것이다. 


옛날 책 읽기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권할 만하다. 그리고 그리스/로마 시대의 웅변이나 문학적 표현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다. 






롱기누스의 숭고미 이론 - 8점
디오니시우스 롱기누스 지음, 김명복 옮김/연세대학교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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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우는 이렇게 씌어 있었어도 괜찮았을 지 모르겠다. "나는 여러분 속의 한 사람, 한 알의 씨앗이다. 여러분 중 한 사람인 것이다. ... ... 빛나고 ... ... 진동하고 ... ... 작열하는 씨악이다......" 어느 날 나는 국립도서관에 있었는데, 쉰 안팎의 토끼털 모자를 쓴 부인이 내가 있던 책상 앞으로 다가와선 다음과 같이 말하며 쭈뼛쭈뼛 손을 내밀었다.
- 르 끌레지오, '사랑하는 대지' 중에서


낡고 오래된 책을 꺼내 기억하는 몇 문장을 되새겨본다. 그리고 이 일상도 거대한 지구의 운동 앞에서 그 어떤 가치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난 토요일의 일상을 오늘에서야 정리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의 일이 갑자기 많아졌고 이를 헤쳐나가기가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자 몸에 이상이 왔다. 휴식이 간절하지만, 막상 휴식 시간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안절부절이다.

나이가 든다는 건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것을 뜻하고 포기함으로써 어떤 이들의 지지를 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지를 얻음으로써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안타깝게도 포기하는 것들이 더 늘어나더라. 마치 작은 구멍이 뚫린 모래댐이 붕괴하듯, 내 영역이 사라지고 있었다.



풍경이 낯설어질 때가 있다. 이럴 땐 자신이 자신도 모르는 방향으로 천천히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풍경화가 의미를 가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풍경화가 신화에서 시작하여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어떤 풍경을 담다가 결국 평면화와 도형으로 귀착되는 것은, 마치 길을 가다 익숙한 풍경이 낯설게 느껴질 때, 그 풍경의 달라진 점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내면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치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도 변해가고 있는 것일까.




공근혜 갤러리의 마이클 케냐 전시는 현대 사진의 어떤 자화상을 보여준다. 그것은 칸트가 이야기하고 독일 낭만주의자들이 떠나고 싶었던 어떤 것이기도 하다. 마이클 케냐는 이국적인 것 너머 있는 숭고미를 탐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진의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그의 사진 속에서 카메라 렌즈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뭔가 다른 어떤 것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이 무엇인지 간에.. 


 

유엔씨갤러리의 '스타워즈'전은 해마다 열리지만, 늘 기대되는 전시이기도 하다. 신인작가들은 그렇게 자리를 얻어 전시를 하고 미술애호가에게 소개되지만, 또 그렇게 몇 년 잊혀지내다가 소리 소문 없이 어느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고 ... 다시 그렇게 몇 년 잊혀 지내다가 .. 어느 갤러리에서 ...

"나는 여러분 속의 한 사람, 한 알의 씨앗이다. 여러분 중 한 사람인 것이다. ... ... 빛나고 ... ... 진동하고 ... ... 작열하는 씨악이다......" 

르 끌레지오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건 참 의외의 일이었다. 미셸 투르니에도 있고 밀란 쿤데라도 있지 않은가! 르 끌레지오의 초기작이 가졌던 아름다운 무모함은 후기작으로 올수록 이국적인 향수를 자극하는 것으로 변모했다. 마치 왕가위의 영화가 사랑에 빠진 거친 숨소리에서 시작해 떠나가는 연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슬픈 시선으로 변해갔듯이 나에겐 그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몇 개의 전시를 더 챙겨보고, 리뷰를 또 몰아서 올릴 듯 싶다. 어느 출판사와 원고 약속을 했는데, ... 그것도 차일피일 뒤로 늦어져버렸다. 어쩌나, 내 일상... ... 오늘은 집에 손님들이 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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