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흐르지않는다 2

창을 열면, ...

팔을 들어 길게 뻗어 책상 너머 있는 창을 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차가운 바람이 흘러 들어왔다. 한 쪽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공기를 보며 바람이라고 썼지만, 그냥 온도 차이로 생긴 공기의 사소한 흐름일 게다. 밤새 닫아 두었던 서재의 창을 여는 순간이었다. 그 동안 내가 지내온 서재, 혹은 책들이 모여 있던 곳의 창 밖 풍경은, 대체로 건조한 무채색이다. 하늘을 볼 수 있었던 서재는 딱 한 번 뿐이었고, 나머지들은 모두 벽들 뿐이었다. 지금 서재 창 밖은 바로 옆 빌라의 측면 외벽이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창들이 있는. 서재에서 이십미터 정도 걸어 나가면 마을 버스가 다니는 도로가 있고, 그 곳으로부터 다시 이십미터 정도 나가면 시내버스가 다니는 도로, 다시 그 곳으로부터 이십미터 정도 가면 지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카를로 로벨리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The Order of Time 카를로 로벨리(지음), 이중원(옮김), 쌤앤파커스 물리학은 사물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모든 사물이 각자의 시간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는지, '시간들'이 서로 어떻게 다르게 진화하는지를 설명한다. (26쪽) 결국 우리가 이해하는 바 '시간'이란 없고 그냥 나의 시간, 너의 시간, 지구의 시간, 화성의 시간 등등 질량에 종속된 시간들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과거, 현재, 미래는 그저 착시 현상일 뿐이며, 끔찍한 사실 하나는 이미 미래는 거기 있어야만 한다. 정해진 바대로 시공간들이 나열해있을 뿐인데, 우리는 시간을 오직 현재로만 인식하기 때문에 시공간 전체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을 카를로 로벨리는 마치 철학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