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근법 3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 데이비드 호크니

예술가의 초상(두 인물이 있는 수영장)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캔버스 위에 아크릴물감, 210cm*300cm, 1972년도 작품 외로움에 대한 작품이라고 하면 어떨까, 아니면 그리움에 대한 작품이라고 한다면. 이건 동성 연인에 대한 것이기도 하면서 인상주의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30대 중반의 데이비드 호크니는 동성 연인과의 헤어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면서 동시에 회화와 사진 사이를 오가며 원근법에 대한 회화적 고찰을 이어나간 작품이기도 하다. 전자의 측면에서 외로움에 대한 작품이며, 후자의 측면에서 인상주의자들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작품인 셈이다. 카메라의 등장으로 인상주의가 사진이 가지는 환영주의를..

아직 나는 만나지 못했다

아직 나는 만나지 못했다 Edgar Degas A Woman Seated beside a Vase of Flowers Oil on Canvas, 73.7 x 92.7cm, 1865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우리가 볼 수 있는 곳은 저 사각의 캔버스 안 뿐이다. 저 사각형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할 것이다. 알려고 해서도 안 된다. Esse est Percepi(존재하는 것은 지각되는 것이다). 그래서 고전주의자들은 저 사각형 안에 모든 것들을 담아내려 했다. 캔버스, 혹은 작품의 공간 안에 시작과 끝이 있어야 했다. 라파엘로가 아테네 학당 속에 그리스 철학 전체를 담아내려고 했다면, 젊은 미켈란젤로는 하느님이 아담을 창조할 ..

2020.05.21. 드가와 함께 당구장에서

Billiard Room at Menil-Hubert, Edgar Degas, 1892, 오르세미술관 사는 게 쉽지 않다. 하루 24시간 중 가장 좋은 시간은 잠을 잘 때. 나머지는 조금 힘들거나 많이 힘들거나, 아니면 힘들었던 것들에 대한 걱정, 두려움, 후회같은 것으로 얼룩져 있다. 아주 짧게 그렇지 않은 순간이 있기도 하는데, 그건 사랑에 빠졌거나 사랑을 꿈꾸거나, 사랑에 빠진 듯한 봄바람, 봄햇살, 봄날을 수놓는 나무 잎사귀 아래 있을 때다. 그러나 이런 순간은 극히 드물어서 기억되는 법이 없다, 없었다. 원근법적 세계에 대한 그리움. 인상주의자들에게 원근법은 고민거리였다. 르네상스 시기부터 이어져온 어떤 원근법을 벗어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원근법을 무시할 순 없었다. 그건 우리가 보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