읻다 2

예상 밖의 전복의 서, 에드몽 자베스

예상 밖의 전복의 서 (Le petit livre de la subversion hors de soupcon)에드몽 자베스Edmond Jabes(지음), 최성웅(옮김), 읻다 글은 무엇이고 책은 어떤 존재일까. 그것의 시작은 어디이며 그 끝은 언제일까. 이 형이상학적 질문은 우리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끌어당기지만, 우리는 금세 그 힘으로부터 도망쳐 나온다. 어쩌면 포기일지도, 혹은 도망이거나, 실질적인 결론 없는 무의미에 대한 경악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드몽 자베스에게서 이 질문들은 글쓰기의 원천이며 삶의 의지이며 우리를 매혹시키는 향기다. 작품은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가 죽게 되는 미완 속에 우리를 내버려둔다. 우리에게 남은 공백은, 무언가를 쏟아야 할 곳이 아닌 견뎌야 하는 곳이다. 그곳에 자..

자유 또는 사랑!, 로베르 데스노스

자유 또는 사랑! 로베르 데스노스Robert Desnos(지음), 이주환(옮김), 읻다, 2016 미끈한 뱀의 움직임을 흉내 내면서 사랑이 우리 수중에 들어올 때, 우리는 절망하여, 이어질 것도 생각 않고 다음날들을 남겨두었네 멍청하게도, 성당 앞자리에서 훌쩍거리는 교구 재산관리인처럼 아, 픽션이여, 위안을 주는 네 몸을 꼭 껴안을 만한 제 남성적 정력을 의심하며, 역겨움 느껴가며, 편집증적으로, 확신도 없이, 우리는 녹색 마법 물약을 동물적인 행복감에 젖어들 때까지 들이켰네 지나고 보면 슬픔이란 더욱 좋은 강장제 나무에 피는 접시꽃보다도, 따스한 키니네보다도 우리 모두는 벌거벗은 채, 각자의 플라톤적 지옥에 이르렀다네 기묘한 호랑이에게 살해당한 심장까지를 드러낸 채 괴혈병을 이겨내고, 루이 금화를 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