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05

한국에서의 선거

"사전에 결과를 쉽게 알 수 있는 선거에, 무능력하다고 소문난 온갖 후보들이 출마한다고 상상해봐라. 모든 선거가 자칭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실은 광대극에 불과한 것이다." - 바츨라프 하벨 Vaclav Havel, 'A Table for Tyrants', NYTimes, 2009, 5,11. (체코 전 대통령) 한국에서의 선거란,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지만, 실은 광대극에 불과하며, 광대극으로 만든 이들은 예전엔 정치인들이었고 지금은 이상한 편견을 가진 대중들이 합류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래와 같은 발언이 가능한 것이다. 이번 두 당선자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그 사안을 알고도 당선시켰다는 점이다. 유권자의 심판을 받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지식인과 민주주의

4월 11일, 나는 르몽드디플로마크 한국판 2009년 9월호를 꺼내 읽었다. 르몽드디플로마크를 매월 사서 읽다 요즘 주춤하는데, 이 월간지는 의외로 '정밀한 읽기'를 요구하는 터라, 번번히 다 읽지 못한 채 다음 호를 사야만 하기 때문이다. (* 르몽드 디플로마크. 영국의 가디언(Guardian), 미국의 먼트리리뷰(Monthly Review) 등과 함께 대표적인 진보매체들 중의 하나지만, 내 주위에도 이 잡지를 읽는 이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자신이 진보적 지식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잡지를 사서 읽기를 권한다.) 2009년 9월 르몽드디플로마크, 자크 부브레스의 '지식인들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꼼꼼하게 읽는다. "그들(지식인)은 대자본을 상대로는 말을 아끼지만, 사회 밑바닥에서 헤매는 사람들에게는 ..

2011년을 되돌아보며 - 1. 풍경으로서의 정치

* 이 글은 몇 달 전에 시작되었고 아직 끝나지 않은 글의 일부다. 그 사이 세상은 꽤 변했고 ... 하지만 쓴 글이니.. 끝까지 다 쓰고 올릴 계획이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서두부터 올리고 글이 씌여지는 대로 업데이트를 할 생각이다. 2011년을 되돌아보며 01. 풍경으로서의 정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한미FTA를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난 뒤, 그 누구도 그 행위에 대한 반성 표명 없이 스스로 일신하겠다며, 박근혜 의원을 중심으로 헤쳐모여 하고 있다. ‘비대위’라는 상징적 기구를 통해 일신의 모양새를 만든 후, 친이계와 현 MB정부를 압박하는 듯한 풍경을 연출하지만, 이건 그저 풍경일 뿐이다. 풍경은 소통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을 드러낼 뿐이며, 보는 이들을 향해 풍경 속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보는..

문재인과 손수조

문재인에 대해선 말할 것이 별로 없다. 그는 기성 정치인이 아니고(정치에 뜻도 없었던), 끌려간 군대에서 너무 군생활을 잘해 말뚝 박으라는 소리를 들었고, 청와대를 나와 변호사 개업하지 않고 지낸 사람이다. 자신이 몸 담은 정권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고 돈벌이를 하지 않은 사람이다. 늘 정치권과 거리를 두었던 인물이었으며, 계속 부산에 있었던 사람이다. 강직한 사람이다. 전 대통령의 비극이 없었다면, 지금쯤 부산에서 늘 해왔던 대로 인권 변호사로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손수조에 대해서도 말할 것이 없다. 부산 태생에, 한국의 젊은이들 대다수가 부정적으로 보고 비난하는 새누리(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았다는 건 매우 이질적이지만, 나름 한국 현실 정치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치인이 되려면,..

정명훈, 진은숙, 그리고 김상수, 프레시안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지만, 연주회를 자주 보러 가는 편은 아니다. 유명 연주자의 공연 티켓값은 직장인이 감당하기엔 너무 비싸고, 몇 번 갔던 국내 연주자나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너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더 황당한 것은 수시로 실수를 해대는 그 연주회에서 관객들은 연신 '앵콜'을 외쳤다. ㅜㅜ. 논리적으로 도대체 납득할 수 없었고 그 이후론 발을 딱 끊었다. 종종 예술의 세계에서는 혹독한 비판만이 살 길을 제시하는 법이다. 그건 금전적인 것과는 무관한 것이며, 일종의 신념이고 태도이다. 정치적인 것과도 무관하며 도덕적인 것과도 무관한 것이다. 마치 현실 세계와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어떤 세계라고 할까. 하지만 한국에선 혹독한 비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문학 작품의 완성도를 논하지 않고 그 누구도 ..

조직에서의 언어의 중요성: 스티브 잡스의 탁월한 연설

제프리 페퍼의 (지식노마드, 2008)를 다 읽었다. 이 책에서 제프리 페퍼는, 사람들이 직접 드러내어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주제 ‘권력Power’에 대해 흥미로운 시각과 통찰을 선사한다. 나 또한 '권력'이나 '정치'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 책에게 소중한 독서 경험을 주었다. 권력의 경영 제프리 페퍼 저/배현 역 이 책에 대한 리뷰는 따로 올리기로 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자주 예로 등장한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애플Apple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며칠 전 나는 페이스북 담벼락에 이렇게 적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1992년도에 출판된 제프리 페퍼의 책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자주 사례로 등장하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 1980년대 잡스의 창의성과 리더십은 제대..

'빨갱이'의 탄생, 그 단어의 유래.

요즘 '빨갱이'라는 단어가 유행입니다. 아직도 이 단어를 쓰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이 단어를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는 정치권과 주류 미디어의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마 그들은 반성하지 않겠지만요) 이 단어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기억하는 단어이며, 무수한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외국으로 내 몰았고, 많은 가족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내었던 단어입니다. 그러니 이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좌파, 우파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할까요? 그런데 흥미롭게도 한국의 대다수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은 좌파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아래 도표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한겨레21에서 작년 초봄에 실시한 조사 결과입니다. 저는 이 도표를 보고 난 다음, 해방 직후 미 군정이 실시한..

서울 시장 선거에 대한 단상

1. 박원순 변호사와 나경원 의원의 지지율 여론조사가 며칠에 한 번씩 나오는 것같다. 그런데 이런 여론조사를 사람들은 얼마나 믿을까?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여론 조사 결과엔 그리 큰 관심이 없다. 이미 누구를 찍을 것인가를 결정해 놓았고 여론 조사 결과나 여러 언론에 실리는 기사들 대부분, 나는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민주당 지지자도 아니고 적극적인 한나라당 반대자도 아닌 나로선 이번 서울 시장 보궐 선거는 한국 정당 정치의 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어떤 이유로 정당 정치의 위기가 시작되었고 사람들이 왜 기성 정치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되는가를 천천히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기회를 마련한 듯하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정치인의 반성이나 변화의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고, 도리어 그것과는 ..

대학로, 인사동, 그리고 홍대 앞...

홍대서 '하나 둘' 짐싸는 예술가들…'예술의 거리'에 무슨일이? 이라는 SBS의 뉴스는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진실 한 가지를 보여준다. 대학로를 만든 것은 지금은 이전한 서울대학교와 무수하게 많았지만, 지금은 얼마 남지 소극장들이었다. 인사동을 만든 것은 지금은 얼마 남지 않은 화랑들과 갤러리들이었다. ... 높은 임대료와 문화예술에는 별 관심없지만, 유흥에는 관심 많은 대중들로 인해 사라져갔다. 그리고 이제 홍대로 넘어가나. 그다지 내세울 것 없는 곳을 특색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은 정부도, 돈도, 기업도 아니다. 가난한 예술가들과 문화를 사랑하고 예술을 흠모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머무르는 곳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자신들의 화법과 표현 방식으로 그 곳을 채색해 나간다. 아마 십 년, 이십..

담배 피우는 우리들의 피터팬

보건복지부에서 만든 금연 캠페인 홍보물이다. 하나는 백설공주가 나쁜 마녀한테서 사과 대신 담배를 건네 받는 그림이고 하나는 피터팬이 담배를 피우다 할아버지가 된 그림이다. 그런데 피터팬 그림은 이래저래 심금을 울린다. 그건 담배 때문이 아니라, 세상이 얼마나 안 좋아졌으면 피터팬으로 하여금 담배를 피우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다가 늙은 것이 아니라 세상이 이미 피터팬에 많은 상처와 고통을 주었고 늙지 않는다는 피터팬도 천천히 늙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는 결국 담배를 피우면서 신세한탄조의 표정으로 물끄러미 먼 산을 쳐다본다. 그러고 보면 힘든 세상, 벗이 되는 건 술과 담배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 너무 위험한 생각인가. 크) - 2005년 8월 19일 토요일 아침 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