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190

마르셀 뒤샹 展, 국립현대미술관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 2018. 12. 22 - 2019. 4. 7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르셀 뒤샹만큼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작가는 없다(있다고 한다면 세잔 정도). 그는 인상주의 이후 추상을 향해가던 현대미술을 캔버스 바깥을 향한 실험과 개념의 아수라장으로 만든 장본인. 뒤샹 이후 모든 것은, 그것이 사물이든 개념이든 상관없이 예술이 되었고(될 수 있고), 동시에 예술이 아닌(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아서 단토의 '예술의 종말'도 실은 앤디 워홀이 아닌 뒤샹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노년의 뒤샹은 젊은 엔디 워홀을 무척 좋아했다). 레디메이드란 숨겨진 미적 가치의 재발견처럼 보이지만, 실은 '예술작품'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을 표시하는 일종의 태도다..

하룬 파로키 Harun Farocki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하룬 파로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Harun Parocki - What Ought to Be Done? Work and Life6, 7 전시실 및 미디어랩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8. 10. 27 - 2019. 4. 7 영화가 예술이라고 한다면, 그건 일부에 해당될 것이다. 왜냐면 대부분의 영화작품들은 현대 예술과는 반대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제외한) 현대 예술의 주된 특징은 관객의 몰입을 끊임없이 방해하고, 작품 속에서 작품 자체에 대해 묻거나, 관객의 감상이나 태도에 개입하여 스스로 반성하게 하며,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거나(혹은 소격효과) 도리어 그런 거리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의도된 혼란을 만들어 작품의 개념을 무너뜨린다. 하지만 현대 영화들은 관객에게 과도한 몰입을 요구하며 관객을 지..

현대 사진과 레디메이드

(김승곤 외 지음, 홍디자인출판부, 2000)에 실린 이경률의 의 일부를 정리하면서 덧붙인 글이다. 나는 예전에 라는 짧은 포스팅을 통해 레디메이드와 오해하기 쉬운, 혹은 그와 동일한 양식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뒤샹은 초현실주의자의 '발견된 오브제'와는 전혀 다르고 말한다. 그러나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초현실주의자들의 ‘발견된 오브제’와는 다르다. 이 차이를 뒤샹 자신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의 레디메이드는 개인 취미의 문제이다. 발견된 오브제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이른바 발견된 오브제가 아름다운 것인가 특이한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기호인 것이다. 기성품의 선택은 미적인 즐거움에 의한 것은 결코 아니다. 선택은 시각적인 무관심에 기초한 것이다.” 이러한 뒤샹의 레..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전La Collection De La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2017. 5. 30 - 8. 15, 서울시립미술관 현대미술의 흥미로운 장면을 보여준 전시였다. 특히 차이 구어치앙(Cai Guo-Qiang)의 거대한 작품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화약을 이용하여 제작된 그의 작품은 현대 미술가들이 어느 정도까지 매체와 표현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가를 정직하게 보여 주었으며, 그러한 고민이 현대미술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음에 대한 좋은 예시가 되었다. (아래 동영상은 차이 구어치앙의 작업 방식에 대한 영상물이다) 이불의 작품 는 구시대의 흔적을 드러내면서 그 당시의 고문, 억압, 자유의 박탈 같은 것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점에서 상..

어빙 펜Irving Penn의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

어빙 펜(Irving Penn)의 사진을 자주 보았지만(그만큼 유명한 탓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전형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형적이라고 여기게 된 것은 어빙 펜 이후의 많은 패션 사진 작가나 사진기자들이 어빙 펜의의 사진을 따라하였기 때문임을. 최봉림의 글을 읽으면서 어빙 펜과 함께, 어빙 펜이 찍은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새롭게 알게 되었다기 보다는 아마 관심에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데이비드 스미스에 대해서. 회화에 잭슨 폴록이 있다면 조각에는 데이비드 스미스가 있다고 해야 하나. Portrait of Smith by an unknown photographer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는 피카소, 홀리오 곤잘레스(Julio Gonzale..

유현경, <은주>

은주유현경, oil on canvas180*140cm, 2017 출처: http://www.mu-um.com/?mid=02&act=dtl&idx=23703 화가와 모델은 마주 보는 거울처럼 각자 서로의 모습을 비추거나 튕겨내면서 시시각각으로 어떤 예기치 못한 장면들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두 시선이 팽팽하게 밀고 당기는 힘이 균형점에 도달할 무렵, 작품의 의미가 완성된다.'은주'라는 작품도 그런 과정을 통해 구성해낸 결과물이다. 이 작업을 하는 동안 작가는 막막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모델은 아무 것도 후련하게 내보이지 않았고, 화가는 뭘 포착해야 할 지 몰라 미로 속을 헤맸다. - 이주은, , 중앙일보 2018년 3월 3일 이주은의 글을 보고 작품이 무척 궁금했다. 일요일 오전 메모해둔 ..

안규철 -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안규철 -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Ahn Kyuchul - Invisible Land of Love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52015.09.15 - 2016.5.22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실 5 고립과 격리는 에서 공간의 중심적 특성이 된다. 입구의 금붕어들은 고립된 자신만의 공간에서 맴돌고, 필경사의 방은 참가자를 위한 격리실(Klausur), 예배실 또는 일종의 감옥이 되며, 64개의 방은 자발적인 고립과 실종을 위한 미로가 된다. 침묵의 방에 이르러 이러한 격리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 끝없는 우주적 공허, 아무 것도 없음, '지금 여기'가 없는 상태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일상공간으로부터의 단절, 타인들로부터의 격리, 홀로 남은 자의 고독은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로 가는 여정, 피할 ..

옥토버, 2017.12.8 - 2018.1.31. 아르코미술관 제 2 전시실

옥토버 2017.12.8 - 2018.1.31. 아르코미술관 제 2 전시실 몇몇 작품들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대단한 느낌은 없었다. 결국 설치작품들은 규모와 공간의 문제일까. 스펙터클이 중요한 것일까. 꼭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작품을 보기 전에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거나 들어야 한다는 것은 작품의 해석과 수용에 치명적이다. 결국 조형 예술이 활자언어에 종속되어 그것의 해석/비평에만 의지하게 된다. 무채색의, 별 감흥없이 서있다가 설명을 듣거나 읽었을 때야 비로서 '아'하고 반응한다면, 그것은 독립적인 조형작품이 아니다. 대체로 이 전시의 작품들이 그랬다. 현대 미술은 너무 자주 비평적 언어에 종속되어, 먼저 개념적 어젠다를 설정한 후, 마치 개념의 설계도를 따라가듯 작품이 만들어지거나, 그렇게 전시된..

보이지 않는 용, 데이브 하키

보이지 않는 용 The Invisible Dragon: Essays on Beauty 데이브 하키(지음), 박대정(옮김), 마음산책, 2011년 몇 번 읽다가 만 책이다. 구입하려고 목록에 올려놓았다가 다른 책들에 밀려 결국 사지 않은 책이기도 하다.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에 속한 몇몇 보기 어려운 작품을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책이기도 하다. X PortfolioRobert Mapplethorpe (United States, 1946-1989)1978Photographs; portfoliosBlack clamshell case with gelatin silver photographsClosed: 14 13/16 x 14 x 1 15/16 in. (37.62 x 35.56 x 4.92 cm); Ope..

KIAF 2016

KIAF 2016 (Korea International Art Fair)10.13 - 16. 코엑스 매년 키아프를 가다가 최근 몇 년 뜸했다. 정신없이 바쁘고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미술과의 관계도 소원해지기도 했고 미술 종사자들과의 교류도 많이 끊어졌다. 한 달에 두 세 번씩 보러 가던 전시도, 지금은 몇 달에 한 번 갈까 말까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 싶기도 하고 살아간다는 게 이런 건가 싶기도 하다. 그 사이 미술 애호가가 늘었나 기대해보기도 하지만, 늘 그렇듯 미술 애호가도, 미술 시장도 제 자리 걸음이다. 독서 인구를 조사해봤더니 늘지는 않고 책 읽는 사람들은 더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나. 미술도 그런 건 아닐까. 어느 순간 부의 상징처럼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소장한 사람들끼리 서로 환담을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