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날, 그녀는 삭발을 했다.

지하련 2009. 4. 10. 16:08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었다.
꽃잎이 분홍빛 눈처럼 떨어지고 우리의 젊음도 화려하게 미소짓는다.





하지만 우리 마음은 편하지 않고 이 나라의 미래는 책임질 젊은이들은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나이든 이들에게 가난을 물으면, '우리 젊었을 땐 참 가난했지'라고 어김없이 말한다.
그리고 딱 한 마디 덧붙인다. '그래도 열심히 살았어.'라고.

그런데 그들은 1970년대의 가난과 2000년대의 가난을 비교하지 않는다.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요구되는 성실성만을 강조할 뿐이다.
아무리 성실하게 하더라도 따라가질 못한 가난도 있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1970년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들의 눈과 귀는 언제나 1970년대의, 그 아련했던 추억에 머물러있으며,
그 추억의 잣대로 현재를 평가하고 분석한다.
그래서 그들은 2000년대의 변화된 현실을 이해하지도, 납득하지도, 
심지어 그렇게 해야 되는 이유 조차 알지 못한다. 

지방에 올라온 어느 똑똑하고 성실한 대학생은 
단칸방 고시원에서 2~3개의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와 용돈을 벌겠지만,
그리고 이 모습을 본 나이든 그들은 이 학생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겠지만,
이와 반비례해서 학점은 한없이 떨어지고 거친 취업 전쟁에선 어김없이 실패한다.
이제 '수석졸업하는 가난한 고학생'은 현실에서 거의 만나기 어려운 신화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나이든 그들은 그 신화를 아직도 떠들어대고 있다. 

그들은 이 나라의 현실이 변했으며,
우리들은 끊임없이 내일을 향해, 새롭게 사고하고 변화해야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날, 그녀는 삭발했다.

대학 등록금이 이젠 인생의 덫이 되어, 
젊은 우리들의 삶 전체를 고정시키고
결국엔 중세적 신분 사회로 만들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서울=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전국대학생대표자들이 10일 오전 서울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전국대학생대표자 농성단 선포기자회견'을 마친뒤 집단삭발, 홍익대학교 총학생회장 한아름양이 머리를 깍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09.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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