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예술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지하련 2009. 5. 11. 23:18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 6점
데이빗 린치 지음, 곽한주 옮김/그책



데이빗 린치의 광적인 팬이라면, 이 책은 강추다. 하지만 그냥 아무렇게나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같은 이에겐 큰 즐거움을 주었던 독서는 아니었다. 차라리 로베르 브레송의 '시네마토그래프에 대한 단상'이 훨씬 낫다.

하지만 로베르 브레송은 (요즘 사람들에게) 데이빗 린치만큼 유명하지 못하고, 브레송의 영화를 본 사람들은 거의 없고, 프랑스 영화 관련 전문 서적이나 영화사 책에나 이름이 나올 뿐이지만, 데이빗 린치는 얼마나 유명한가. 영화를 좀 본다는 사람치고, 그의 영화는 보았을 테고, 그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빈약한 독서 습관을 가진 우리 나라 사람들에겐 축복같은 분량을 가지고 있다는 점. 나는 지하철을 오가며 하루 만에 다 읽었다. T_T;

영화 연구자에겐 이 책은 필독서가 되겠지만, '컬트의 제왕이 들려주는 창조와 직관의 비밀' 따윈 없다. 가끔 좋은 글귀가 눈에 띄긴 한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한 요란스런 찬사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나에겐 데이빗 린치가 썼다는 기대에 비해 상당히 아쉬웠던 책이었다.

데이빗 린치의 명성과 출판사의 마케팅에 넘어간 나를 탓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