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Hope

지하련 2009. 9. 6. 11:46

낡았지만, 오래된 세월만큼 무거운 JBL 스피커를 겨우 들어, 금빛 스파이크를 밑에 받쳤다. 겨우겨우 일어나 일요일 오전 내내 청소를 했다. 두 시간이 걸렸다. 가장 엉망인 서재를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책들을 한 곳에 밀쳐두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턴테이블에 17년 전 노량진 빽판 가게에서 산 LP를 올렸다. 이 정도 세월이 지나면, LP가 천 장쯤 모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몇 백 장 되려나. 이젠 시디보다 더 비싼 LP는 ... ...

학교 근처 단칸 자취방에서 청계천표 스피커와 골드스타 인티 앰프, 은빛 인켈 턴테이블로 들었던 클라투다. 지나간 세월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일요일 한낮이다.

나이 들면, 이런 싸구려 감상 따위에 젖지 않을 듯 싶었는데, 마음 속 나이는 먹지 않고 육체만 죽음을 향해가고 있었다. 이런 나에게도 희망이라는 것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