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Is the sky part of a landscape, PKM트리니티갤러리

지하련 2009. 10. 26. 12:25

올라퍼 엘리아슨 Olafur Eliasson
Is the sky part of a landscape
PKM트리니티갤러리, 서울

2009. 10. 9 - 11. 30
http://www.olafureliasson.net 
http://www.pkmgallery.com/exhibitions/2009-10-09_olafur-eliasson/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한 Trinity 빌딩의 지하 2층과 3층을 차지하고 있는 PKM Trinity Gallery. 갤러리 공간의 지리적 위치가 풍기는 묘한 정치성이 흥미로웠다. 어쩔 수 없는 고백이지만, 순수 미술이 가지는 어떤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아마 그것은 21세기 최절정의 고급 문화가 아닐까. 많은 예술가들이 이러한 정치성을 공격하지만, 이 공격 대부분은 서로 마주할 수 없는 양면을 가지고 있었다. 한스 하케가 자신의 작품 활동을 위해 작품을 통해 비난하는 기업들에게서 후원이나 기부를 받듯.

마르셀 뒤샹이 변기를 예술 작품으로 둔갑시킨 것은 예술의 창작이란 아무나 할 수 있는 생각(개념)의 활동이며, 특권화되어 가는 예술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발터 벤야민이 '기계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라는 소논문을 통해 하고자 한 것은 영화가 예술 작품이라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인 복제(복사)를 통해 이제 예술 작품은 아무나 소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혁명적인 예견이었다.

하지만 마르셀 뒤샹의 원작 '샘'이 어디론가 사라지자, 그는 수 십년이 지난 후 또 다른 변기를 '샘'으로 만들고 미술관에 전시하고 만다. 결국 발터 벤야민의 그 소논문은 '아우라'와 '복제'에 대한 명석한 분석을 보여주지만 결국엔 틀린 예견만 한 셈이 되었다.

이 점에서 아무나 할 수 없는 미술, 누군가의 소유가 되지 못하는 미술이 주목받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거대한 도시 서울, 그것도 명품 상점들로 즐비한 강남의 럭셔리한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작가가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이라는 점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PKM Trinity Gallery의 설명문에서 올라퍼 엘리아슨은

코펜하겐에서 태어나 덴마크 왕립 미술학교에서 수학한 올라퍼 엘리아슨은 일찍이 북유럽의 신비로운 대자연의 풍광에 매료되어 그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작업의 주제로 삼아왔으며, 빛, 물, 안개, 얼음, 온도 등 자연 현상의 요소를 과학적인 원리와 고안을 통해 현대 미술로 승화시키는 획기적인 시도로 국제적인 명성을 획득했다. 1995년 베를린에 대규모 스튜디오를 설립, 다양한 건축가, 과학자, 테크니션들과의 본격적인 협업의 기반을 마련한 엘리아슨은 각종 기계장치를 사용한 대규모 자연 재현 프로젝트를 통해 명실공히 유사자연(artificial nature) 창조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작가는 과학과 현대기술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의 일부와 현상을 실내 및 특정 공간에 재현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문명과 자연의 조우 속에서 색다른 경이로움과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관람객의 참여(involvement)와 일시성(temporality)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업은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대지미술, 공공 미술, 미디어 아트 등 동시대 미술의 주요 경향들이 반영되어 있다.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긴 프로젝트는 런던 테이트모던에서의 '기후 프로젝트(The Weather Project)'였다. 그는 천정을 거울로 뒤덮고 수백 개의 전구로 전시 공간 안에 태양을 만들어냈다. 우중충한 날씨가 이어지듯 런던과 대비되어 이 전시는 인공 태양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연일 만원을 이루었으며, 그 해 세계 최고의 전시가 되었다.


참고 동영상 - BroadbandTV의 '기후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
http://www.youtube.com/watch?v=kjrKYEEYhTQ 

youtube.com에서 찾은 the weather project 관련 동영상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이루어진다. 그의 웹사이트에 가보면, 그가 혼자 작업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는 정기적인 소규모 모임들을 통해 아이디어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대규모 작품을 창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Olafur Eliasson: 360° room for all colors, 2002
http://wiki.arch.ethz.ch/twiki/bin/view/RZM/RzMM.html 


이번 서울 전시에서는 대규모 작품들은 아니지만, 적어도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이 가지는 매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자연의 여러 현상들을 폐쇄된 어떤 공간으로 옮겨오고, 그것을 확대해 자연의 일부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빛의 움직임, 대기, 안개, 그 속을 걸어가는 것. 마치 대지 미술이 개념 미술이 되어 전시 공간 속으로 들어왔다는 표현이 어떨까 싶다.  

올 가을,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들 중의 하나다.


Olafur Eliasson, Colour space embracer, 2005.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purchase through a gift of Chara Schreyer and the Accessions Committee Fund; photo: Jens Ziehe; ⓒ 2009 Olafur Eliasson.



Olafur Eliasson, Space reversal, 2007, Mirror foil, aluminum, wood, steel, and drywall, Photo: Ian Reeves, Courtesy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 2008 Olafur Eliasson.


"나는 당신이 나의 주요 관심사가 바로 '보고 있는 자신을 보는 것'을 표현하는 것임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것은 이중의 행위로 구성된다. 당신은 당신이 '자신이 보는 것을 바라보는 것'을 '바라본다'. 또는 당신은 시각이나 다른 감각을 통해 무엇인가에 빠져든다. 바로 당신이 이렇게 몰두하고 있음을 깨닫는 동안 말이다. 당신은 한편으로는 이 상황에 대해 잠시 혹은 동시에 일인칭과 삼인칭 관점이라는 내적, 외적 관점을 갖는 것이다. '보고 있는 자신을 보는 것'은 예술 경험에 있어 중심에 위치하는 관람객 자신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즉, 관람객인 당신에게 책임감을 넘겨주는 것이라고 볼수 있다."

"나는 항상 작품의 비물질화에 관심을 가져 왔다. 이는 1960년대 이후 지속되어온 미술계의 주요 논제이기도 하다. '물질화'는 비판적 시선을 받고 있는 아이디어이며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예술 작품을 하나의 물질로 바라본다는 것은 예술 작품 자체가 독립적이고 필요충분 조건을 만족한다는 논리와 맞닿아있다. 이 지점은 내가 피하고자 하는 지점이며 오히려 내 작업이 역사적인 맥락에서 현재와 융화하기를 바란다. 세계는 오브제를 더할 수 있는 중립적인 곳이 아니라 의미들로 꽉 찬 환경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이 세계는 끊임없이 돌연변이가 생기고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행위에 의해 그 모양새가 변하는 장소이다."

- 월간미술, 2009년 10월호, 올라퍼 엘리아슨과의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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