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 5

퇴근 길 피트 위스키 한 잔, 두 잔, ...

탄소 함유량이 60%이하인 석탄을 이탄(peat)라고 한다. 아래와 같이 생겼다. 이끼 등이 썩지 못한 채 탄화되어 쌓인 것으로 보면 되는데, 이끼, 풀, 심지어 작은 나무 가지들도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먹을 수 있다는 설도 있는데, 그건 아니고 대부분 땔감용이었다.   피트 위스키는 맥아를 건조시킬 때 킬른(kiln)이라는 가마에 넣어 뜨거운 바람으로 30시간 정도 말리는데, 이 때 땔감으로 이탄, 즉 피트를 사용하는 경우, 독특한 향이 입혀진다. 최근에는 피트향을 강하게 하기 위해 피트 연기로 가득찬 밀폐된 공간에 두기도 하는데, 전통적인 방식은 아닌 셈이다.   라가불린 16년산을 마셨다. 아드벡이 남성적이라면 라가불린은 꽃향기처럼 부드럽다. 부드럽게 깔리는 피트향도 이 위스키의 ..

문득, 하늘, 그 거리, 그 골목의 새벽.

거실에서 바라본 하늘은 높고 구름은 현란하다. 바람이 많았다. 바람부는 날엔 압구정동으로 가야 된다던 그 시인을 읽지 못한지 한참 되었다. 슬픈 일이다. 영화 감독이 된 이후, 그는 인기를 잃어버렸다. 한 때 영화가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 잘 모르겠다. 아직 나는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영화를  보다 말았고, 한 때 마돈나를 사랑했던 숀 펜의 영화는, 그 특유의 불편함으로 인해 매번 처음만 보다가 멈춘다. >가 그랬고 >가 그랬다. >의 사운드트랙은 정말이지!!  요즘 자주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다. 하지만 나는 혼자 여행 떠나는 것에 대해 어떤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유 탓인지 모르겠지만. 가족이 다들 잠든 자정. 일본의 어느 소도시 산기슭에 있는 어느 호텔, 하나둘 조명..

에어리얼, 실비아 플라스

에어리얼실비아 플라스(지음), 진은영(옮김), 엘리   오래 전에 사둔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는 읽다 그만 둔 채 서가에서 먼지만 먹고 있는데, 나는 최근에 실비아 플라스의 유고 시집인 >을 읽었다. 그리고 후회했다. 너무 아파서 힘들었다. 젊었을 때만큼 힘든 건 아니었지만, 그녀의 고통스러움이 언어들 속에서 묻어나와, 시인 테드 휴즈를 미워하게 되었다.  시집에서 세 편을 옮긴다. 최고의 시는 역시 다. 영어로 읽기를 권한다. 문학 작품에 대한 번역은 한 단어 한 단어로 옮겨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덩어리, 영역으로 옮겨지는 것이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시인 진은영의 번역이 상당히 좋긴 하지만.  불모의 여인 텅 비어 있어, 나는 가장 작은 밠소리에도 울린다. 기둥들, 주랑 주랑 현과들, 둥근 천장..

가장 인간적인 미래, 윤송이 외

가장 인간적인 미래윤송이 외(지음), 웨일북   다시 한 번 새삼스럽게 깨닫는 것이지만, 인공지능(AI) 분야는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22년에 출간된 이 책은 미국의 AI 전문가들, 특히 AI윤리를 중심으로 연구하는 이들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에 대한 다수의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은 나에게 이 책은 다소 식상한 내용들을 담고 있을 뿐이었다. 아마 인공지능과 관련된 책을 읽지 않은 이들에게 이 책은 꽤 유용한 책이 될 수 있겠지만, 나에겐 다소 일반론에 가까운 내용을 반복적으로 들려줄 뿐이었다. 2025년이니, 불과 2년 사이에 인공지능을 둘러싼 담론들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되새기게 되었다.   * 올해 상반기가 가기 전에 내가 읽은 AI 관련 책들과..

힐링가평오토캠핑장, 가평

거의 일년만에 캠핑을 갔다. 어떤 이유에선가, 혼자 운전하는 것도 그렇고 혼자 어딘가로 떠나는 것도 부담스럽다. 혼자 전시를 보러 가거나 카페에 앉아 물끄러미 창 밖을 바라곤 하는데, 운전이나 여행은 왜 주저하게 되는 걸까. 하지만 올핸 혼자 자주 캠핑도 가고 여행도 떠나볼까 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은 혼자서도 잘 놀고 아내도 대내외 활동에 열심이니, 나도 혼자 하는 것에 조금 더 익숙해져야 할 시간이다. 또 몸도 마음도 바빠질 테니, 도심을 떠나 자주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겠다.   아직 봄은 오지 않았고 겨울이 떠나지 않은 이월의 마지막 주말, 아침부터 서둘렀다. 코스트코를 가서 와인 몇 병을 사고 쿠팡으로 시킨 냉동 식품과 밀키트를 챙겨 출발했다. 집에서 가평의 캠핑장까지 2시간. 네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