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와 글 쓰기에 예전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밀린 원고마저 있다. 회사 업무로 읽어야 하는 리포트와 아티클도 쌓여있다. 지난 번 읽은 '슬픈 열대'(http://intempus.tistory.com/1353)의 역자 서문에서 기억해둘 만한 내용을 노트해두었다. 이를 되새길 겸하여 블로그에 옮긴다.
'슬픈 열대'라는 책이 레비-스트로스의 명성을 크게 알린 책이나, 그의 주저라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 그의 학문 체계를 알기 위해서는 다른 책을 읽어야 한다. 그래서 '슬픈 열대'의 역자는 다른 책들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는데, 레비-스트로스의 박사학위논문에서 나온 '친족의 기본구조'와 '야생의 사고'였다. 특히 후자는 인문학 전공자라면 필독서에 해당된다.
'친족의 기본구조'
- 미개인이 생물학적 충동으로 단순히 반응하는 '자연'으로부터 미개인이 그의 사회집단을 기능화하는 '문화'로의 이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특징을 탐구한 것이다.
- 자연적 환경이 제공하는 것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직화한다는 사실.
- 모든 기존의 사회 집단에 의해서 동등하게 실천되고 있는 근친금혼(incest taboo)
: 이 제도는 문명 사회나 미개 사회를 막론하고 인간 사회에서는 어느 곳에서든지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뿐만 아니라, 인간을 동물로부터 구별시켜주는 경계선.
- 근친금혼에 대해서는 인류학자들마다 다른 의견을 피력하고 있음.
: 모건(John Pierpont Morgan)의 생물학적 해석 - 유전학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 웨스트마크(Edward A. Westmarck)의 도덕적/심리학적 해석 - 친족 질서의 위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 레비-스트로스 - 근친금혼이 사회적,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음.
'야생의 사고' La Pensee Sauvage
- 원시적 사고란 동식물의 세계를 민감하게 이해하고, 우주적 조화를 구축하려는 감각 속에서 균형과 연속성을 추구하는 우리들의 과학적 태도와 다른, 어떤 지식 획득의 방식일 뿐이라고 생각.
- 원시인이 사용하는 논리는 하나의 구체적이고 감지적이며 심미적인 논법인 것. 레비-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의 특징을 '무시간성'에서 발견한다. 왜냐하면 야생의 사고의 목적은 세계를 하나의 통시적, 공시적 전체로 파악하려 하기 때문이다.
위 노트는 박옥줄 교수(불문학)의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적 사유에 대한 비판'에서 옮긴 것임.
레비-스트로스의 말들.
“나는 태생적인 구조주의자입니다. 내 어머니는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내가 제대로 걷지도 못할 때, 글을 읽기 한참 전인 시절, 하루는 내가 유모차에서 ‘부세(boucher, 정육점)’와 ‘블랑제(boulanger, 제과점)’ 간판의 첫 세 알파벳이 ‘bou’인 것 같다고 소리쳤다는 거예요. 그 두 단어의 앞 철자들이 동일했으니까요. 그 나이에 이미 난 불변자(不變者)들을 찾고 있었던 것이지요!”
(아래 '가까이 그리고 멀리서'라는 회고록에서 실린 대화의 일부다)
“구조(structure)는 체계(systeme)로 환원되지 않습니다. 체계는 요소들과 그 요소들을 결합시키는 관계들로 구성된 총체를 말하지요. 구조라는 말을 할 수 있으려면 요소들과 여러 집합들의 관계들 사이에 불변하는 유사점이 드러나야 합니다. 한 집합이 변형을 통해 다른 집합으로 이행해 갈 수 있도록 말이에요.”
위 인용은 서동욱 교수의 글에서 옮김.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4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