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

책향기 맡기Smelling the Books는 가슴 떨리는 첫 키스

지하련 2011. 3. 25. 19:20


In Omnibus requeim quaesivi, et nusquam inveni nisi in angulo cum libro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중에서


photograph by Michael Schmelling
http://www.eyeheartbrains.org/index.php?/project/smelling-the-books/


올해 29살인 그녀는 도서관에서 일한다. 뉴욕의 MoMa 도서관(The Museum of Modern Art Library). 2010년 초 그녀의 이 아름다운 프로젝트 ‘Smelling the Books’는 시작되었다.

책들로 빼곡한 서가, 창 밖 햇살이 대리석 바닥에 비스듬히 내려앉던 낮은 천정을 가진 도서관이 언제였던가. 서가 안에 길을 잃고 헤매었던 것이 언제였던가. 내 얼굴보다 큰 책에 머리를 파묻고 희미해진 글자를 보며 눈을 크게 뜨면 뚜렷해질 것이라 믿었던 그 해 가을은. 부서질 듯한 누렇게 변한 낡은 책을 꺼내 먼지를 털고 책 향기를 맡던 나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런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서관 사서도 책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전공과 자격증이 우선이었으니 … 하긴 현대 사회(Modern Society)의 도구적 합리성 앞에 사랑 따윈 아무런 효용 가치가 없다.

책을 향한, 참으로 쓸모 없는 사랑이어라.

라셸 모리슨Rachael Morrison의 이 작은 프로젝트는 매혹적이고 아름답다. 그녀는 이렇게 적는다.


Collected Papers on Museum Preparation and Installation of 1927 “armpit”
The 1967 American Folk Art in the Collection of the Newark Museum “Smells gross; dog poop”
The Civic Value of Museums “Cigar smoke and tea”





책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책 읽기가 일상적인 형태의 성교라면, 책 향기 맡기Smelling the Books는 가슴 떨리는 첫 키스와 같지 않을까.

책 향기가 그리운 금요일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