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자유
이현우(지음), 현암사
한동안 서평가가 유행이었다. 지금도 유행인지도 모르겠다. 대학 시절(벌써 20년 전이라니!) 새 책 소개는 신문 기사이거나 인문학 잡지의 서평 코너, 또는 딱딱한 에세이의 인용(각주나 참고서적)이 전부였다. 하지만 신문 기사가 제대로 된 서평을 기능을 상실하고 있고(신문 기사에 실린 내용만 믿고 실제 책을 보지도 않고 구입했다가 낭패 본 경험이 몇 번 있다), 인문학 잡지는 예전의 활력을 잃어버렸거나 그들만의 리그로 기능하고, 딱딱한 에세이 읽기의 즐거움은 이미 잃어버린 지 오래다. 그 사이를 비집고 서평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 형편 없었다. 책 읽기의 목적이 다른 탓도 있지만, 책 읽기란 마치 손수 벽돌로 계단을 만들어가며 올라가는 것과도 같아서, 어느 계단에서 서서 더 이상 올라가지도 하고 똑같은 패턴의 말들을 반복해서 쏟아내는 서평가들에 식상해져 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점에선 인터넷 서평가 로자도 마찬가지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알라딘 블로그에 가보면, 인용들과 읽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책들에 대한 소개가 많고, 정작 꼼꼼하게 독서한 흔적이 보이는 글을 예전에 비해 많이 적어졌다. 아마 외부 기고가 늘어난 탓이리라.
하지만 다행인 점은 글을 쓰면서 욕심 부리지 않고 솔직 담백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적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느 경우에는 책에 대한 내용보다 책 주변 이야기를 더 많이 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을 쉽게 읽히고 종종 읽는 재미까지 가져다 준다.
인문학 서적을 소개하는 서평집이지만, 생각만큼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히는 책이라, 부담없이 추천할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체계적이지 않고 글을 치열하게 조탁했다는 느낌도 없다. 그래서 도리어 편하다. 편하게 접근했기에, 독자는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시선에서 책을 바라보고 읽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실은 부러운 점이기도 하다. (만일 내가 책을 낸다면, 나는 다 뜯어고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럴 기회도, 그럴 시간도 없겠지만)
서평집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내가 읽은 바 제대로 된 서평집은 강유원의 서평집 <주제>와 이유선의 <아이러니스트의 사적인 진리>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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