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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본디 저작권법은 구체적인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지 아이디어나 개념을 보호하지 않는다. 따라서 누군가가 작가의 그림을 그대로 베끼지 않는 이상 저작권법으로 문제를 삼을 수 없다.

이렇게 저작권법이 통하지 않을 때는 상표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 만약 작가의 화풍을 상표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 작가에게는 더욱 유리할 수도 있다. 저작권법은 보통 작가가 생존해 있는 동안 사망 이후 50년 동안까지 그 권리를 보호해 주지만, 상표법은 계속 갱신을 허용해 권리를 가진 자가 영원히 그 권리를 가진 자가 영원히 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화풍은 작품의 제목이 아니지만 상표법상 상장(trade dress)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상장이란 개념은 아직 우리 나라에는 생소하다. 어떤 물건의 포장, 색채, 소리, 향기 등의 독특한 특징으로 그 물건을 다른 물건과 구별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더욱이 미국에서는 상장을 등록하지 않아도 먼저 사용하는 사람이 권리를 가진다. 그러므로 어떤 작가의 독특한 화풍이 오랫동안 계속돼 일반 애호가들이 그 화풍을 작가의 특징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그 화풍은 상장이 될 수 있다."

- 김형진, '그림 스타일에 상표권을 주면?', 중앙선데이, 2011년 6월 5일자.
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21928 


밀린 신문을 읽다가 기억해둘만한 내용이 있어 이렇게 옮긴다. 김형진 변호사의 요지는 '패러디 정도는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스타일의 패스티쉬도 보호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판결을 보면 고인의 유가족들에게는 안된 일이었지만 위대한 워홀조차도 자기의 화풍을 법적으로 보호받지는 못했다."


결국엔 작품을 그대로 옮기거나 베끼지 않는 이상,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법적인 부분이고, 실제 전시장을 돌아 다니다 보면, 형편없는 작가들을 가끔 만나기도 한다. 이들은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외국 작가의 화풍을 그대로 옮겨 자신의 화풍인 양 작품 활동을 한다. 그런데 이를 잘 알지 못하는 국내 평단이나 시장의 높은 평가와 반응을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상하기 일쑤다. 법적인 문제는 없으나, 자신의 독특한 시각이나 비판적 의식 없이 그대로 옮기는 작가의 태도가 나는 영 미덥지 못하다.

하긴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해외를 거의 나가지 않는 국내 작가이지만, 그의 스타일은 독창적이고 적극적인 지원만 있다면 충분히 국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 텐데...하는 생각을 가질 쯤, 비슷한 스타일의 국제적인 예술가가 나타나 먼저 비평계와 시장을 선점하는 경우도 있다. 안목있는 비평가와 갤러리스트, 그리고 아직 이름은 없지만, 재능 있는 예술가들을 발굴, 지원하는 국내 미술 시스템이 아쉽다. 

김형진 변호사의 칼럼에서 언급하듯이 예술 창작에서 저작권법이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저작권법이 미치는 부분은 예술 창작 이후의 과정이며, 작품 유통과 배포에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먼저 예술 창작이 선행되어야 하고 뛰어난 예술가들이 더욱 많이 나와 국내외 예술계를 풍성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될 일이다.






* 패러디(Parody)는 앞서 존재하는 작품에 기초하여 모방자의 시각에 의해 재해석하고 재창조된 또다른 작품, 또는 그 작품의 형태나 표현을 일컫는 창작 기법을 뜻한다. 패스티쉬(Pastiche)는 앞서 존재하는 작품들에 기초하여 모방자의 시각에 의해 새롭게 편집하는 방식을 일컫는 창작 기법인데, 일종의 꼴라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패스티쉬가 서사 장르로 올 경우에는 기존에 존재하는 문장이나 표현을 그대로 옮겨 편집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창작 방식에 대한 도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특히 '표현을 그대로 옮긴다'는 점에서 저작권 문제를 벗어나기도 어렵다.
 패스티쉬 기법은 '내러티브의 부재', '작가의 죽음'같은 현대 문예이론에 기대어 만들어진 이론적 창작 기법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를 그대로 작품 창작에 이용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극히 드문 예이기도 하고 예술성의 측면에서 성공한 작품을 보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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