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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 8점
권창은 외 지음/고려대학교출판부



 

부당하게 신을 모독하고 아테네의 청년들을 타락시켰다는 죄로 사형 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힌 소크라테스는, 국외 탈출을 권유 받았으나, 비록 악법이라 해도 법을 어겨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기꺼이 독약을 마셨다.
- ‘고등학교 철학’, 한국정신문화원, 1986년, 8쪽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 말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여기에 대해 강정인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궁극적으로 중학교 도덕 교과서가 '잘못된 법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준법정신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교육은 합리적인 논증, 위대한 철학자의 권위 그리고 그 진실성을 주장하기 위한 죽음의 숙연한 효과에 의해서 완성되었다. 무조건적인 준법 의무에 관한 합리적인 설명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부분을 소크라테스가 지닌 권위의 후광효과에 의해 보완하고, 이로써도 충분하지 않은 부분은 급기야 '악법을 위한 순교'(?)라는 극적인 효과에 의해서 메워지게 된 것이다. (167쪽)


이 책은 오직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논증하고 있다. 고 권창은 교수와 강정인 교수의 논문을 수록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딱딱하고 건조하지만, 잘못된 정보가 주는 위험성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미국에서 19세기에 흑인들을 노예로 취급한 법규들도 법이기 때문에 지켜야 하나? 남아프리카의 인종 차별 제도 역시 지켜야 하는 것인가? 일제 시대 한반도를 통치하던 일본 총독부의 법규는 비록 부당하고 그릇될지라도 준수해야 할 도덕적 의무의 대상이었는가?'(165쪽)


아직도 한국 사회는 악법도 법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대부분인 것같다. 그래서 잘못된 법이라도 일단 법이니, 지켜야된다고 주장한다. 잘못된 법이라면 고치는 것이 먼저지, 지키느냐, 지키지 않느냐는 다른 문제가 아닐까. 하긴 '위장전입'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나, 고위층은 모두 위장전입을 해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지만,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심각할 정도로 열정적인 부모들은 위장 전입에 걸리면 처벌을 받는다. 누구에게는 법이 적용되지 않고, 누구에게는 법이 적용되는 한국 사회에서 '악법도 법'인 세계는 일반 서민들의 세계일 것이다.


‘탈출 권유를 물리치는 이야기를 다룬 플라톤의 대화편이 ‘크리톤Crito’ 편임도 다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소크라테스가 이런 말을 정말 했다면 이런 기록이 발견될 가능성을 ‘크리톤’ 편이 가장 많이 갖고 있다고 하겠다. (중략) 그러나 이 ‘크리톤’ 편에는 소크라테스의 이런 말 혹은 이와 유사한 표현조차도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사정은 플라톤의 다른 저술들도 마찬가지다. 플라톤 저술의 인덱스에서 ‘법nomos’이라는 항목을 살펴보아도 “악법도 법”이라는 표현이나 이와 유사한 어떤 다른 표현도 발견되지 않는다. 따라서 플라톤의 저술에 관한 한 그 어느 곳에서도 소크라테스가 이런 말이나 이와 유사한 말을 했다는 기록은 없다고 하겠다. (39쪽)



전문연구자가 아닌 다음에야 이 책을 사서 읽을 필요까진 없겠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악법도 법'이라고 여기는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악법은 고쳐야 하는 것이지, 지키는 것이 아니다.

(다행히 현재 교과서에는 소크라테스의 저 잘못된 일화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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