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파아란 영혼


2012년이 시작되었고 하루하루 지났다. 세상은 각자의 관점 속에서 완성될 것이고 라이프니츠가 말했듯 그것은 모나드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모나드는 동일하지 않아서 어떤 이들의 모나드는 덩치가 있거나 어떤 이의 모나드는 금이 가 있거나 하는 식일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다면 이를 '모나드'monad로 명명하면 안 되겠지.

흄의 문제(귀납법적 문제) 앞에서 경험되는 정보를 무한대로 쌓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론(진리, 혹은 이데아)의 근사치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1000일 동안의 우호적인 세상 속에서 우리는 결코 1001일 째 되는 날의 비우호적인 세상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IMF 이전과 IMF 이후로 나누어야 할 것이다. 이 비극적인 블랙 스완 앞에서 무수한 비정상적인 일들이 정상적인 일들로 포장되었고 그 이후는 아무렇게 일어나는 일이 되었다.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들 수시로 직원을 구조조정하게 되었고 헤드헌팅 시장이 본격화되었다. 셀러던트가 시작되었고 정체 불명의 학위였던 MBA가 각광받는 시대로 돌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2012년이 되었다. 내가 대학을 들어간 지 꼭 20년이 되었다. 전공은 문예창작이었지만, 미학과 비평을 좋아했고 직업은 IT 서비스 기획과 비즈니스 컨설팅으로 시작했다. 몇 번의, 아름답지만 무모했던 문화예술로의 일탈을 했으나, 결과는 현실 적대적이었던 관계로, 나는 다시 IT 기획과 Online에 기반한 Marketing 전반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로 인해 만나는 전문가들 대부분은 전혀 전문가스럽지 않았고(단지 그들은 내가 다 아는 이야기를 상대방은 미처 모르고 있었던 양 이야기하는 데 매우 능숙했다), 도대체 나는 이 자리에서 뭐하고 있나 하는 뜬금없는 질문을 하곤 했다. 결국 나는 내 자신을 포장하고 알리는 데 놀랍도록 게으른 사람이었고, 그렇게 지내왔음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한동안 회사의 모든 문제는 사람들로 인해 생긴다고 여겼고 사람들 문제만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면 잘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기본이었고 그 다음에는 전략이었다. 결국 Human에서 Strategy로 내 관심사가 옮겨갔다. 그리고 Strategy 다음에는 Execution, 실행이 될 것이다. 인사 문제의 여러 가지 해결책 중의 하나에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시간(Time)'도 포함된다면, Strategy는 확실히 반시간적이다. 시간이 지체될 수록 기회는 반비례하여 사라지고 결국엔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Strategy는 Executive-dependent여서 중간 관리자인 내 입장에서 종종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에 잠기곤 한다. 그리고 몇 번 이야기해보고 난 다음 바뀌지 않으면 그냥 그 수준에서 수습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되는데,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 아니다. 결국 Execution은 내가 하고 Execution의 방향 대부분은 Executive-dependent인 관계로(내가 Strategy Setting을 하게 되면, 가끔 협업을 해야 될 타부서 관리자들과 충돌이 발생하게 되기도 하고) 다소 느리게 진행되는 경향이 생겼다. 그런데 이건 모든 회사의 중간 관리자들이 느끼는, 고질적인 문제이지 않을까.

2012년 초 문득 이런 것들까지도 허심탄회하면서도 논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비현실적인 바람일까. 

Latte E Miele를 듣는다. 멜론에서 다운로드 받았더니, 내가 가지고 있는 LP들과는 다른 순서에 잘못된 곡들까지도 포함되기도 했더라. 24살-5살 때 거의 매일 같이 들었던 음악이었다. 이번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온 신입의 나이가 24살이니...  나는 얼마나 늙은 것인가!

조만간 서재에 세팅된 스피커, 앰프, 턴테이블을 보여주겠다. 1차, 가지고 있던 오디오 시스템 매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2차, 첫 번째 구입 시도는, 구입할 수 없는 모델들 상당수 포함되었던 관계로 실패, 1-2주 동안 다시 견적 작성하여 의뢰할 계획이다. 니체의 말대로 이 세상에 음악이 없었다면! 






요즘 다시 듣기 시작한 벨라 바르톡! 역시!


Comment +0

2017년, 책 읽기의 기억

2017년, 책 읽기의 기억 1. 책 읽는 병든, 그러나 고귀한 우리들 책을 읽는 여인(안지오의 소녀) 이탈리아 안지오Anzio에서 나온 그리스 조각 복제본(대리석)으로 기원.....

보들레르의 수첩, 보들레르

보들레르의 수첩 샤를 보들레르(지음), 이건수(옮김), 문학과지성사, 2011년 1846년 산문과 1863년 산문이 함께 실려있고 죽은 후 나온 수첩까지 실린 이 책은 기억해.....

경쟁 우위의 종말The End of Competitive Advantage, 리타 맥그레이스

경쟁 우위의 종말 The End of Competitive Advantage 리타 군터 맥그레이스(지음), 정선양, 김경희(옮김), 경문사 "소니는 스스로 경쟁우위의 함정에.....

단테:세속을 노래한 시인, 에리히 아우어바흐

단테 - 세속을 노래한 시인 에리히 아우어바흐(Erich Auerbach) 지음, 이종인 옮김, 연암서가 좋은 책이다. 간결한 문장으로 핵심을 찌른다. 이종인 선생의 번역도 .....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지음), 강주헌(옮김), 아르테, 2015 누구나 자신의 관습에 속하지 않은 것을 야만적인 것.....

요즘 근황과 스트라다 로스터스 STRADA ROASTERS

안경을 바꿔야 할 시기가 지났다. 나를, 우리를 번거롭게 하는 모든 것들은 우리의 예상보다 빨리 도착해 신경쓰이게 한다. 글자가 흐릿해지는 만큼 새 책이 쌓이고 잠이 줄어드는 .....

반듯이 누워

반듯이 누워 밑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얇게 흔들리는 콘크리트 건물의 건조함에 묻혀 아주 짧게 내 삶을 되새기며 슬퍼한다. 이름 모를 바람이 들어와 잠시 내 몸 위에 살짝 앉았다.....

촘스키, 끝없는 도전, 로버트 바스키

촘스키, 끝없는 도전 로버트 바스키(지음), 장영준(옮김), 그린비 노엄 촘스키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지만, 그의 언어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할 것이다. 대체로 우리에게 .....

헤밍웨이의 말, 헤밍웨이

헤밍웨이의 말 헤밍웨이(지음), 권진아(옮김), 마음산책 헤밍웨이가 너무 유명했던 탓에, 내가 그를 읽은 건 고등학생 때였다. 이것이 세계문학전집의 폐해다. 헤밍웨이의 소설들.....

지식인의 표상, 에드워드 사이드
지식인의 표상, 에드워드 사이드
유현경, <은주>
비 오는 날
데이비드 밴 David Vann 인터뷰 중에서 (Axt 2017. 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