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하련 2014. 5. 3. 23:14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지음), 한겨레출판





언제 이 책을 샀던 걸까. 그리고 하필이면 이 소설이었을까. 몇 명 등장하지도 않는, 굳이 분류하자면 '성장소설' 쯤으로 이야기될 수 있는 이 소설은 두 명이 죽는다. 한 명은 그냥 사라지고 한 명은 죽고 ... 차라리 일종의 알레고리이거나 은유라면 좋을 텐데, 그렇진 않고 참 슬프다는 생각만 들게 하니, 눈물샘을 자극하는 순정 소설(만화가 아니라)같다고 할까. 


우리들의 성장은 과연 그랬던가. 누군가가 죽고 사라지고 정든 집을 떠나야만 성장할 수 있었던 걸까. 소년 화자인 '동구'는 몇 해 살지 못하고 죽을 여동생 '영주'의 탄생과 함께 소설의 시작을 알린다. 그리고 '영주'가 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읽기를 배우고 어두웠던 80년대 초 세상을 잠시 엿본다. 하지만 그 선생님도 사라지고, 할머니 - 어머니 - 아버지로 이어지는 가족의 갈등은 너무 일상적이어서 심각해보이지 않고 도리어 흔한 풍경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를 만나고 오는 '동구' 앞에서 '우리는 가족이다'라고 강변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낯설게까지 여겨지는 건 내가 이상한 것일까.  


문장은 좋고 서술에 힘이 있어, 이야기를 쉬지 않고 앞으로 간다. 그래서 더 아쉬운 걸까. 아니면 우리들, 1970년대에 태어난 동구와 같은 세대인 나에게 이런 성장소설은 뭔가 맥이 빠지고 애처로움만 자아낸다. 


하지만 소설은 참 좋기만 하니, ... 그래도, 이야기는 이야기이고 작품성이나 예술성은 이야기의 완성 뒤에 오는 어떤 것이다. 이 소설은 이야기하는 방식은 빼어나지만, 딱 거기에서 멈춘다. 그래서 이야기에 몰입되지만, 이야기가 끝난 다음 알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이렇게 성장한 어떤 소년이 있었다는 정도. 그게 나는 아쉽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개정판]

심윤경저 | 한겨레출판 | 2013.12.13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