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백과전서, 마들렌 피노

지하련 2000. 3. 19. 21:38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백과전서>, 마들렌 피노 지음. 한길 크세주 5권


이 책은 전적으로 <백과전서>라는 방대한 책의 서지적 사항에만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문학사나 사상사에서 곧잘 등장하는 ‘백과전서파’라는 단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모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혹은 내가 ‘백과전서파’에 대해 필요치 않은 중요함을 부여하고 있을 수도 있다.

17권의 본문책들과 11권의 도판책으로 이루어진 <백과전서>는 그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대변한다는 의미에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달랑베르는 서문에서 ‘우리가 시작한(그리고 완성하기를 원하는) 이 저서는 두 목표를 갖는다. 이 저서는 백과사전처럼 인간 지식의 질서와 맥락을 가능한 한 설명해야 한다. 과학과 기술, 공예에 관한 이론적 사건처럼 이 저서는 인문적인 것이든 기술적인 것이든 각각의 학문과 기술에 관해 그 기초가 되든 일반적 원칙들과 그 실체이자 본질인 가장 중요한 세부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그가 구시대가 구시대와 대립되는 계몽주의 태도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백과전서>가 나오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디드로는 대부분의 책임을 진다. 백과전서의 항목들은 ‘기억’, ‘이성’, ‘상상력’으로 구분되어 세분화되어진다. ‘기억’ 부분은 역사를 총괄하고 ‘이성’ 부분은 신과 인간에 대한 학문을 집대성하고 과학을 포함한 철학을 서술하며 ‘상상력’ 부분은 시, 음악, 회화, 건축 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마들렌 피노의 이 책은 간략하게 역사적 사건들과 서지적 사항만을 정리하고 있을 뿐이다. 꼭 프랑스의 <크세주Que sais-je>시리즈가 백과사전의 한 항목씩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듯이 이 책도 그러한 항목 하나의 설명일 뿐이다. 그러니 그 항목에 대한 설명으로는 매우 상세하나 그 항목을 둘러싸고 있는 맥락에 대해선 소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