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제자리에서 떠나는 상상의 유목 - 경지연 전, 인천아트플랫폼

지하련 2014. 11. 9. 12:56


제자리에서 떠나는 상상의 유목 - 경지연 전 

Portray Magic, Kyung Ji Yeon - 7th Solo Exhibition. 

인천아트플랫폼, 11.1.-11.12.2014. 




정사각형 캔버스에 담겨진 풍경들은 사방으로 뻗어나갈 수 있으면서도 자족적인 완결 감을 가진다. 1m*1m 크기의 같은 규격과 형식을 가지는 단자적 세계들은 확장 가능성이 있다. 세상 사람들의 희망 사항을 그런 식으로 다 모은다면 밤하늘에 뿌려진 별처럼 많아지리라. 현실이 절망적일수록 멀리 있는 희망의 빛은 더욱 빛날 것이다. 설치형식으로 건 그림들 앞에서 관객은 여기에 머물다가 저쪽으로 옮겨갈 수 있으며, 장면전환은 신속하다.구글에서 검색한 무채색 톤의 자료는 지도와 풍경, 실제와 상상의 중간 단계로 재탄생한다. 칙칙한 현실은 원색과 야광 색을 비롯한 비현실적이고 화려한 색채로 거듭난다. 전시장은 고화질의 총천연색 꿈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듯하다. 풍경의 참조대상인 지도는 모노톤이지만, 형형색색의 젤리나 사탕같이 반짝거리는 미디움으로 변형시킨다. 현실이 씁쓸한 만큼 환상은 달콤할 것이다. 현실이 밋밋한 만큼 환상은 강렬할 것이다. 바람 빠진 풍선 같은 현실은 상상의 바람에 의해 부풀어 오른다. 작가는 상상으로 충전된 기구를 타고 세계 곳곳을 넘나든다. 

- 이선영(미술평론가), 전시 설명 중에서. 






전시를 보러 가기 위해 인천까지 가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긴 했지만, 짧지만 모처럼 기분 좋은 외출이 되었다. 


1930-40년대 지어진 물류 창고 건물을 새로 꾸며 복합 문화 공연 전시 공간인 인천아트플랫폼은 그 시설이나 운영 프로그램 등의 여러 측면에서 부러움을 자아내는 곳이었다. 




경지연의 7번째 전시는 인천아트플랫폼 G1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의 삶은 여러 개의 층위로 구성되어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직장인으로서의 나와 글을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의 나, 아빠로서의 나와 술을 마시는 나, ... 무수한 나들은 서로 경쟁하며 다투고 헤어지기도 하다가 때론 어루만지기도 하면서 나라는 존재를 구성한다. 



경지연, work1. 로마에서의 기적+콜로세움, 캔버스에 혼합재료, 아크릴채색, 100×100cm, 2014



갤러리 한 쪽 벽에는 작가가 모티브를 얻은 구글의 위성 사진들이 프린트되어 있고 이 사진들이 어떻게 조형적으로 구성되고 창조되었는가는 알 수 있다. 그리고 캔버스 위에 물감들이 보여주는 물질감은 장식적이고 화려하며 기분을 좋게 한다. 종종 예술은 꿈을 꾸고 꿈으로의 통로를 마련한다. 




꿈은 현실을 위해 존재하고 현실 속에서 태어나 자라난다. 그러나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꿈과 현실 사이에 예술이 있고 예술가의 작업, 노동이 존재한다. 경지연의 이번 작품들은 그 사이에서, 때로 삶이 우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은 나도 그런 걸까. 작품들은 매끈하면서 리듬감이 있으며 다채롭고 즐겁다. 우리 삶이 그렇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경지연, work4.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타임스퀘어_캔버스에 혼합재료, 아크릴채색, 100×100cm, 2014




경지연, work6. 꿈을 빌려드립니다+괌, 캔버스에 혼합재료, 아크릴채색, 100×100cm, 2014


실제 작품에서는 물감 덩어리가 가지는 느낌, 그것이 캔버스 위에서 요동치는 듯한 분위기, 색채와 형태, 물성의 어루어짐을 느낄 수 있지만, 역시 사진 이미지로는 알기 어렵다. 


전시는 이번 주 수요일까지이니, 오늘이 적기일 것이다. 그리고 인천아트플랫폼, 충분히 가볼 만한 공간이다. 아주 매력적이다. 바로 옆에서는 인천 차이나타운이 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