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더 인터뷰,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팀

지하련 2015. 1. 13. 10:34

더 인터뷰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팀(지음), 21세기북스 



'조중동'이라는 단어가 거의 일반명사화가 된 지금, '조선일보'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들어간 책을 읽는 기분은 좋지 않다. 차라리 경향신문이나 한국일보가 들어간 책을 읽는다면 좋겠지만,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조선일보의 위클리비즈(Weekly Biz)의 기사 경쟁력은 웬만한 비즈니스 저널 못지 않기로 유명하다. 특히 매주 비즈니스 세계의 리더들과의 인터뷰 기사는 그 내용 면에서는 탁월함마저 풍긴다. 일반적인 질문을 던져도 보통 수준 이상의 식견을 얻을 수 있을 텐데, 인터뷰 질문에서부터 기자들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가를 알 수 있게 한다. 

현재까지 3권이 출간되었고(<<위클리비즈 i>>, <<위클리비즈 인사이트>> 등), 이 책은 2014년 4월에 출간된 책이다. 30명의 리더와 인터뷰를 했고 각 챕터마다 각기 다른 내용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공통적인 점은 세상은 아주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이 변화의 와중에서 우리는 변해야 할 것은 과감하게 변해야 하되,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나는 다른 업체가 성공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릅니다. 다른 업체가 우리를 쫓아오지 못하도록 어떻게 블로킹할 지도 생각하지 않고요. 우리는 에너지의 100퍼센트를 오로지 우리 제품을 더 좋게 만드는 데만 집중합니다. 이런 노력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 필 리빈(에버노트 CEO) (183쪽)


'100-1=0'이 저희의 모토입니다. '100개가 괜찮아도 불량품이 1개 나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지요. 
- 리만탓(세계 최대 중화요리 소스 이금기 명예회장) (305쪽)
 

하워드 스티븐슨 교수(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가만히 있지 말고 과감하게 벌떡 일어나 뛰어들어야 합니다. 단지 정해진 트랙을 도는 경주마가 되어서는 안 돼요. (...) 경주마는 단순히 골인 지점만 보고 달립니다. 반면에 야생마는 가야 할 곳이 어딘지 피할 곳이 어딘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때로는 천천히 달리기도 하지요. 경주마는 달리기 위해 생각을 멈추지만 야생마는 생각하기 위해 달리기를 멈춥니다. (98쪽) 

그리고 전환점inflection point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전환점이란 지금까지 달려오던 것과 전혀 다른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트는 것입니다. 단지 살짝 변화만 주는 차원이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그 전환점에 우리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엄청난 힘이 있다는 겁니다. (97쪽) 



그렇다면 전환이란 어떤 걸까?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인 카림 라시드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만의 틈새 언어niche language를 만들 수 있도록 사고 방식 자체를 완전히 전환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전과 철학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따라하기' 일변도의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과연 창조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군요. (138쪽)  



GE 부회장인 존 라이스는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리더십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간단해요. 하겠다고 말한 것을 실천으로 옮기고, 되겠다고 한 그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당신의 투자자와 고객, 직원들에게 하는 약속이지요. 도대체 누가 오로지 더 높은 다른 자리에만 신경을 쓰고 거짓말을 일삼는 상사를 믿고 따르겠어요." (281쪽)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변화는 움직이지 않는 이들에겐 위기이고 변화하고자 하는 이들에겐 기회다. 마이클 모리츠 세쿼이아 캐피털 CEO의 지적은 벤처캐피털에 대한 것이었지만, 실은 변화를 꿈꾸는 우리 모두에게 향한 말이기도 했다. 



그는 "한국 벤처캐피털 업체를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까요"란 질문에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성공하는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되고 싶다면 실리콘밸리로 와야 한다."고 말했다. "거만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사실입니다. 실리콘밸리가 아니면 최소한 중국에 가야 해요." (243쪽) 



마지막으로 오니시 마사루 JAL 회장과의 인터뷰 내용도 인상적이었는데, 인터뷰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목소리는, 왜 그가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작년 그의 책 <<회사는 어떻게 강해지는가>>를 읽기도 했지만, 다시 한 번 그의 책들을 챙겨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선(小善)은 대악(大惡)과 닮아 있고, 대선(大善)은 비정(非情)과 닮아 있다." - 이나모리 가즈오 (233쪽에 재인용)



인터뷰 기사들을 모은 책이라, 속도감 있게 읽히지만, 내용은 만만치 않다. 아마 몇몇 내용들은 노트를 해가며 읽게 될 것이다. 





더 인터뷰 - 8점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팀 지음/21세기북스(북이십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