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당신의 한 줄은 무엇입니까, 김철수

지하련 2015. 3. 29. 18:45


당신의 한 줄은 무엇입니까 

김철수(지음), 청림출판 




계속 공부를 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긴 계속 공부를 하고 있긴 하다. 그냥 습관이기도 하지만, 뭐랄까, 공부가 팔자인 듯 싶기도... 그 공부가 돈벌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는 데 인생의 곤혹스러움이 있다고 할까. 그래서 가끔 대학원에 진학하지 못한 것이 다행스럽기도 하다. 만약 대학원에 진학했다면, 아직도 글을 썼을 테고 이름과 부를 얻는 대신 고집을 넘어선 아집스러운 순수함만 추구했을 테니 말이다. 


종종 이런 책을 읽는 건 나에게 신선한 자격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평범하다고 하면 저자가 화를 낼려나. 직장인이지만, 시카고 IIT 디자인대학원에서 HCI를 전공했으며 끊임없이 자기자신을 혁신시키며 책까지 내었으니, '평범'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재수를 해서 대학에 한 해 늦게 입학한 고등학교 동기에게 왜 1년 더 공부를 하는데, 성적은 오르지 않고 대학시험에 또 떨어지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는 고 3 때보다 더 공부를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 당연한 이야기인데, 나는 그 대답을 듣고 다소 충격스러웠다. 


그랬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앞서 나가는 사람을 보며 그/그녀를 부러워하며 나도 언젠가 그/그녀처럼 될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또는 그녀가 되지 못한다. 이유는 당연하다. 그가, 그녀가 했던 노력도 하지 않고 그런 노력을 지탱할 열정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오늘도 부러워 하기만 한다. 


이 책은 저자의 그런 노력이 담겨있다. 이 책이 읽을 가치가 있다면, 자신의 노력을 솔직하게 정리하며, 자신이 어떻게 했는지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쉽게 읽히지만, 그의 노력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는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에게서 배움을 구하고 그것을 정리한다. 그 정리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그는 자기 인생의 한 줄 컨셉을 도출하는 실천적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맞는 실천법도 있을 테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누군가의 실천법을 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특히 국내 저자의 책은!

(국내 출판사들은 이렇게 국내 저자들을 발굴해야 할 텐데, 번역 출판물만 팔리고 있으니...) 


나에겐 읽기 쉬운 책이었지만, 이 책과 저자에겐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조금 더 성실해져야겠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내 모자람만 보이니, 큰 일 났다. 이를 어쩌면 좋으랴. 



사족) 저자 소개에 HCI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이 단어에 대한 설명이 없다. 내가 이 단어를 들은 지도 벌써 10년 가까이 되었다. 지금은 여기저기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단어가 되었지만... Human-Centered Innovation이라는 단어의 약자다. 그런데 Human-Computer Interface도 HCI다. 10년 전만 해도 후자로 알아들었는데, 지금은 사정이 많이 변했다. 예전에 정리해놓은 몇몇 글들이 있다. 지금은 검색하면 훨씬 좋은 글들이 많지만... 

http://intempus.tistory.com/category/Business%20Thinking/Design%20Thinking 







당신의 한 줄은 무엇입니까 - 8점
김철수 지음/청림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