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미학연습

존 로크

지하련 2004. 5. 17. 09:21
경험론이란 인간의 지식이 관찰과 실험을 통한 경험의 과정 속에서 점차적으로 생긴다고 주장하는 인식론적 견지를 말한다. 경험론자들은 일반적으로 제일원리, 본유관념, 그리고 이성의 구성이라는 것들에 대하여 회의적이다. 대체로 그들은 사물의 진리를 파악하는 가장 적절한 길은 그 사물의 관찰하고 만져보며 그 사물에 관한 앎에 대한 학을 믿는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서 호의를 가졌다.

로크는 근대 인식론의 창시자였다. 그가 궁금하게 여겼던 것은 ‘우리들의 인식은 과연 확실한가’였다. 그리하여 그는 우선적으로 ‘인식능력을 탐구하고 인식의 성립, 타당성, 그리고 한계에 대한 명확성을 확보’하여야 된다고 믿었다. 이러한 로크 사유의 중심점에는 인간이 위치하며, 인간으로부터 기술적, 정신 발생학적(descriptiv-psychogenetisch) 방법이 설명된다. 즉 로크의 인식론은 본질적으로 인식심리학이 된다. 그의 대표작 <인간 오성론 Essay concerning human knowledge>는 인간 인식(knowledge)의 확실성과 범위를 구하고자 한 저작이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은 이론적 원칙도 실천적(윤리적) 원칙도 타고 나지 않았다. 의식은 어떤 관념도 없는 백지 상태이며 경험을 통해 의식은 관념을 갖추어 나감’을 설명한다.

로크는 원리도 관념도 본유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명확하게 ‘본유관념(ideae innatae)’를 부정한다. 그래서 우리들의 모든 인식은 경험에서 나오며 경험에 없었던 것은 아무 것도 오성(悟性)에 없다. (nil est in intellectu, quod non fuerit in sensu.) 오로지 인식 능력만이 본유적이고 인식 자체는 획득된 것이 된다. 아무런 본유 관념도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들의 영혼은 원래 완전히 비어있는 상태가 된다. 영혼은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종이(tabula rasa)가 되며 우리들의 경험은 이것에 관념을 새겨넣는다.

로크는 경험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보았는데, 하나는 외적 감각을 통해서 매개되는 외적 경험(sensation, 감각)이며 또 하나는 내면적 감각(internal sense), 곧 자기 지각을 통하여 성립되는 내면적 경험(reflexion, 반성)이다. 그리고 이 두 종류의 경험은 인식의 원천이지만, 시간적으로 ‘감각’이 ‘반성’에 선행한다고 보았다.

또한 그는 관념(ideas)에는 단순관념과 복합관념이 있다고 보았는데, 정신 활동이 첨가되지 않고 이 두 가지 종류의 경험에 의하여 의식에 이르는 모든 관념을 단순관념, 그러니깐 한 가지의 감각에 의해서만 의식되는 관념, 한 가지 이상 감각의 작에 바탕한 관념, 자기 관찰을 바탕으로 한 관념(사고, 기억, 추리, 판단), 동시에 감각적 지각과 자기관찰에 바탕한 관념을 의미한다. 그리고 단순관념으로부터 결합된 표상들을 복합관념이라고 한다. 그는 ‘철자로부터 단어가, 그리고 단어로부터 문장이 형성되는 것과 유사하게 결합된 관념 또는 복합관념은 단순 관념의 다양한 결합을 통하여 정신에 의해서 산출된다. 이렇게 우리들의 세계상이 생긴다’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보편관념(general idea)를 언급하는데, 이는 추상작용을 통해서 생겨나는 것이었다. 이러한 로크의 태도는 피에르 가상디(Pierre Gassendi,1592 ~ 1655)의 자연철학적 원자론에 대한 인식론적 평행선을 이룬다. 로크와 같은 연상심리학적 태도를 지닌 이들에게 있어서 정신이란 뇌 안에 흩어진 단순 관념에 불과하며 전체적인 것, 영원한 형상, 필연적인 명제란 없는 것이 된다.

이렇게 로크의 철학을 볼 때, 우리 영혼은 특정한 ‘정신의 문제들’을 타당한 것으로 만들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해서 영혼은 백지(tabula rasa)가 아니고 모든 증명을 목표로 삼는 의식이 된다. 그리하여 관념의 타당성을 묻는 것은 영혼에 있어 당연한 일이 되며 영혼은 ‘과연 관념에 대상이 일치하는가’를 끊임없이 묻게 된다. 그런데 복합관념은 영혼의 활동에 의해서만 성립되었으므로 그것들은 어떤 외적 대상에도 대응할 수 없다. 그것은 단지 외적 지각에만 실재하는 외적 대상이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게 된다.

그는 사물의 성질을 제 1 성질(primary qualities)와 제 2성질(secondary qualities)로 나누는데, 제 1성질은 사물 자체에 속하는 성질(연장, 형태, 운동성, 정지, 불가입성)이며 제 2 성질은 우리의 감각 기관의 조직과 기능에 의하여 제한되는 주관적인 것(색깔, 소리, 냄새, 따뜻함 등)을 뜻한다. 로크의 제 1 성질에서 우리는 근대 물리학에서 이야기하는 물질matter 개념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기하학적 이성을 바라보는 물질의 개념이다.

지식의 확실성의 정도에 있어서 로크는 가장 높은 수준의 지식을 직관적 지식intuitive knowledge으로 보았다. 이 지식에 있어서는 외부의 경험에 의해 매개되지 않을 뿐 아니라, 관념의 일치 불일치 문제가 저절로 해결된다. 예컨대, 자아의 존재에 관해서 갖고 있는 지식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것은 가장 확실하며 자명한 존재에 관해서 갖고 있는 지식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것은 가장 확실하며 자명한 지식이다(데카르트의 Cogito ergo sum의 연장선 상에 있다). 다음 단계의 지식은 논증적 지식demonstrative knowledge이다. 이것은 오성이 추론에 의해, 즉 단지 관념들의 논리적 관계에 의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이다. 가장 낮은 단계의 지식이 감각적 지식sensitive knowledge이다. 이것은 개개의 사물의 감각에서 얻은 지식이다.

그래서 로크에게 참다운 지식은 오직 직관과 증명에 의해서만 가능하며 수학, 도덕, 합리적 신학에 있어서 그러하다. 모든 다른 것은 ‘의견’이나 ‘신념’이며, 외계의 존재와 실체성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도 그러했다. 이 지점에서 로크의 철학은 순수한 경험론의 고유하고 지양 불가능한 난점을 드러낸다. 왜냐하면 경험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으로 제한된 표상에 대한 인식에 이르는 반면, ‘참다운 지식’은 합리적 원리를 기초로 해서만 획득 가능하다면 그것은 순수한 경험론이 일관성 있게 성취될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버클리는 그것으로부터 결론을 이끌어 내었으며 그는 순수한 경험론의 원리로부터 실재적인 외계의 존재를 철저하게 부인하였다.

전체적으로 객관주의에서 주관주의로 넘어가는 로크의 인식론은 개별적 사물이나 실체에 대한 앎은 ‘그다지 충분하지 않고’, 이럴 때 우리들의 관념은 사물들과 일치될 수 없으며 또 실제로 일치되기 않을 때도 많다. 로크에 있어서 자연과학은 참된 학문(과학)이 아니라 신념(신앙)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생각은 흄의 심리주의로 바로 이어진다.


참고문헌.
프리틀라인, 서양철학사.
힐쉬베르거, 서양철학사.
?, 인식론 강의 노트(* 복사물)